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주술사부타 AI 의사까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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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서민
어쩌다보니 서민 교수 책을 여섯 권째 봤다. 기생충열전은 새로움과 웃음에 유익함까지-순식간에 덕통 사고가 났다. 
대통령과 기생충은 가장 먼저 나온 저자의 책인데 엽기의학소설을 표방했지만 처절하게 망했다. 절판된 것을 찾아 읽어보니 서사, 스토리텔링과 기생충학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 했다. 이번 의학 세계사의 형식 역시 외치라는 신석기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한다는 중심 스토리가 있다는 점에서 이 책과 비슷하다. 다만 완전 의학소설 형식이 아니라 지식교양서와 절충형?하이브리드?로 이야기와 지식 전달이 오락가락 한다. 서술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편하고 안전한 선택이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느낌도 든다. 
중간에 서민적 글쓰기, 기생충 콘서트, 서민적 정치도 읽었는데, 역시 전문 분야인 기생충 관련 두 권이 그나마 잘 된 책이었다. 나머지는 실망감이 컸다. 

책을 여러 권 내다보니 ‘서민’이란 이름이 브랜드화 된 느낌이었다. 첫 책의 좋은 인상 덕에 ‘서민’표 책만 보면 기대감을 느끼며 (뇌에서는 도파민이 번쩍번쩍하며) 집어들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게 대부분이었다. 만약 모든 책제목에서 저자 이름을 빼고 낸다면-예를 들어 이번 책도 ‘시간여행자 외치와 함께하는 의학 세계사’였다면-좋은 평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쉽고 재미있는 대중교양서를 표방하는 건 짐작이 되지만 대중조차 스펙트럼이 넓다보니 어느 정도 타겟을 잡고(이번 책은 아예 의학과 역사에 관심있는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등으로 포장했다면 조금 수긍이 되었을 듯) 책을 기획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글쓰기 책까지 냈던 저자인 걸 생각하면 호응이 맞지 않거나 중의적인 문장이 가끔 눈에 띄었다. 서문도 논리구조나 주제가 중언부언해서 말하려는 바가 와 닿지 않고 책에 대한 기대를 반감시켰다. 

단점부터 말했지만 개략적으로라도 시대와 나라를 아우르며 역사 속에 의학과 관련된 주요 장면들을 그 시대 사람의 입으로 전해 듣고 그 장면 속에서 외치가 직접 당대 의료 수준을 체험하는 서술은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외치가 자꾸 죽어서 또르르 슬프면서도 미안하게도 웃겼다. 서민식 특유의 올드 개그 코드가 있다. 저자가 무게 잡지 않고 어떻게든 재미를 주려 애쓰는 부분은 늘 높이 산다. 기생충, 말라리아, 의약품, 의료보험 부분은 교수님이 깊이 파고 잘 아는 부분이구나 하고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페스트가 오늘 날에도 창궐한다는 것에 놀랐다.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의학 한국사를 정말 개략적으로 다루는데 이걸 풀어서 후속작으로 한 권을 만들었어도 될 것 같은데 너무 압축적으로 풀었고 소재도 아깝지 싶었다.
중간에 정신병원에서 깜짝 등장한 마태우스나 (스포라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마지막의 작은 반전은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여섯 권이면 많이 봤는데 저자 신작이나 아직 안 본 책을 또 찾아보겠냐 하면 선뜻 대답을 못하겠다. 첫 책의 강렬함이 오히려 후속작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키운 것 같다. 출판사의 역량도 중요한 것 같다. 그나마 재미있게 보고 오류가 크게 눈에 띄지 않은 두 책(기생충열전,기생충콘서트)에 비해 최근작들의 기획의 아쉬움이나 문장 오류 같은 사소한 점은 기획, 편집 단계에서 출판사가 걸러줬어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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