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보이 - 2018년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박형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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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 박형근
칼 라거펠트가 영면한 날 그를 닮은 외계인이 나오는 소설을 봤다. 음 그냥 그렇다고.
세계문학상 수상작.
초반에 주인공이 자기 뇌내 세계 추억 속을 헤맬 때는 조금 슬펐다. 데이빗 보위 커트 코베인 같은 죽은 이름, 죽진 않았지만 늙어버린 빌리 코건의 이름을 여기서 만나니, 거기다 전기 기타와 이펙터와 피크가 주렁주렁 달린 숲 이미지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무럭무럭 불러왔다. 보드 타는 장면도 더이상 무모함과는 먼, 젊음이 증발된 현실을 통탄하게 했고.
지구를 닮게 뇌 속 기억으로 재구성된 우주 세계 묘사가 감각적이고 최장점이었고 거기까지였다. 뒤로는 실망할 일만 남았다.
지구로 와서 우주인이 셀럽? 연예인?으로 분해 꼭두각시 마냥 매스컴에 쓸려다니며 조소와 환멸을 뿌리는 부분은 조금 식상했다. 그래도 참고 볼 수준.
우주로 간 이유는 뭐 처음부터 너무 뻔했는데 역시나였고, 특히 그 옛 연인이 나오는 부분의 둘의 대화가 정말 지지부진 길고 진부하면서 어색하고 재미 없고 정 떨어졌다. 중간에 그녀를 붙잡는 부분과 맨 뒤에 병문안 온 부분 둘다 똑같은 난점이 보였다. 희한하게 똑같이 비슷하게 엉망이다. 패인은 아마도 연애를 글로 배웠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었거나.
사랑의 기억이 상대가 소비하던 브랜드들, 립스틱, 향수 나부랭이의 이름이라는 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뭐 맥도날드 슈프림 닥터마틴 코카콜라 등등 브랜드가 지배하는 기억의 지분도 무시할 순 없지만, 인간을, 기억을 이루는 언어를 그렇게 하찮은 것들로 채웠어야 해? 소설에서는그러지 말자고.
공모전 신인 작품에서 명작을 발굴?해 보려는 게 애초에 무모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런 의도 아니고 그냥 기분 전환차 골라 읽는데 기대 이하의 완성도에 매번 실망한다.
이제는 진짜 웰메이드로 골라 읽어야지, 그런데 뭐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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