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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평점 :
-20181226 유시민, 정훈이
유시민 책은 많이도 봤다.
대학 때 노래패에서 첫 세미나(노래랑 세미나랑 뭔 상관..?하겠지만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하는 곳이었거든…)할 때 선배들과 함께 읽으며 정말 재미있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시작이었다. 뭔지는 다 까먹었지만 사무엘의 천사...가 아직도 생각나. 그 때 달변으로 우와-저 선배들은 어쩜 저리 똑똑해-하고 반했던 선배1에게는 고백했다 까였고(그 분은 연예인이 되었다…) 선배2는 지금 같이 산다. 하하하.
내가 대학 다니는 동안 유시민은 작가가 아닌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거의 관심을 끊고 살다가...내가 졸업하고 사회인 되고 나서 어쩌다보니 하나 둘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정리’라고 되어 있지만 뭐 알 사람 다 알겠지만 유시민이 다 쓴 것이다. 그렇게 따르던 그 분의 죽음에 충격이 컸는지 ‘어떻게 살 것인가’고민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나도 읽었다.
그 다음에는 출간 순서와 상관없이 눈에 띄는대로 혹은 그 때 그 때 필요를 느끼는대로 ‘글쓰기 특강’, ‘후불제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역사의 역사’ 를 빌리거나 사서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쓰고 보니 작가의 책을 거의 다 보았다. 기회가 되면 ‘청춘의 독서’도 볼까 생각 중이다. 서평에 대해 말하면서 작가가 권하던데 뭐 아직은 서평을 잘 써야지 하는 욕심이 없어요...누가 본다고…
사실 전작 글쓰기 특강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미 이야기 한 뒤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에 걸친 글과 말(SNS 상의 토론, 일반인의 비평, 댓글, 보고서, 회의록 등등)의 표현 노하우를 다룬다. 노하우라면 그렇고, 이렇게 하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이게 아니라 난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 하세요..하는 저자 특유의 조심스러운 어법으로 말한다.
어떤 부분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혹은 안티들의 공격에 대한 방어와 해명이 주이기도 하고…
난 이 분이 나온 토론 프로그램이나 정치적 행보나 교양인지 예능인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나 팟캐스트는 접한게 거의 없고 글로만 만나다 보니 ‘사람 참 한결 같아…’라고 했더니 같이 사는 사람은 ‘전혀’아니라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으로 장관 당시의 이런 저런 행보들을 읊어대서 조금 놀랍기도 했다. 가만보니 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사람을 도지사 선거에서 찍었었구나…(그 때는 이분 책 읽은 것도 한 두개 밖에 없었구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안티에 대처하는 법이다.
뭐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처하지 마시오.’이다.
비슷한 말, 생활지도 연수에서 들었다. 아이가 제게 욕을 합니다. 쌍욕을, 대놓고, 어쩌죠?
강사 선생님은 ‘못 들은 체 하세요.’ ‘무시하세요.’ ‘대응하지 마세요.’
응대해야 하고 새겨들은 비판은 나름 성실히 듣고 답하되, 그냥 작정하고 개소리로 상처 주기 위해 긁어대고 도배하는 인간들은 그 인간 자체의 (아마도 마음의)문제니 그 남의 문제가지고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느라 고생하지 마라, 뭐 그래도 아프긴 아프지만 많이 겪어보니 그것 밖에 답없다…
악플이 아니라도 일상 생활의 안티들(직장 상사가 될 수도 있고 사이 안 좋은 사람일수도 있고)을 마주할 때 고려할 만한 방법이지 싶었다.
뭐 일단 악플보다는 무플이 일상이기 때문에...그리고 수많은 사랑을 원하다가 결국 악플도 반사작용처럼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조용히 묻혀 사는게 행복의 비결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 또한 하나의 정신 승리?!)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가족들 혹은 지인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까’
이것 역시 ‘바꾸려 들지마라’ 대신 그들의 말도 경청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되 그와 다른 자신의 생각을 건네보아라.
나 역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고 신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좇고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책만 읽고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믿음을 강화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듯…
그러니 누구를 함부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은 쓸데 없는 희망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하는 말에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이 우연히 걸려들고 모여들어 그래 맞아 맞아 이런다면 뭐 그것도 행운이 아닐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지만 거기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책을 꼭 끌어 안고 창 밖을 바라거나 화단을 서성이며 진하게 담배 한 대 끄슬리는 작가의 모습이 생생하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잘 적어 놓고는 나름 회심의 미소를 지었겠지. 의도대로 전달에 성공한 표현ㅋㅋㅋ) 다음 번에는 매번 빨리 치워버리듯 독후감 쏟아 놓고 잊어버리듯 새 책 찾아 헤매는 대신 나도 책을 한 번 꼬옥 끌어 안고 눈은 지긋이 감은 채 음미해 볼까나. (난 안 되겠다...집어치자...) 거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 이입을 해 보려는 노력은 계속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는 표현하는 기술 측면, 컨텐츠 측면(쓰는 사람의 가치관과 경험 등 삶 그자체), 거기에 더해 감정이입 능력(나는 공감 능력이라 말하는)을 강조한다.
책의 시작에서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로 문을 열고 마무리에서 “마음이 먼저입니다.”라고 정리하고. 정훈이 선생도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아 이 책은 중간중간 정훈이 선생이 삽화와 만화를 그리고 마지막에 자서전 비슷하게 자신이 만화가가 된 배경을 만화로 그려 놓았다.) 마음, 마음, 마음.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남의 마음을 읽는 것, 남의 기분에 공감하는 것, 애써 옮은 감정으로 상처 받지 않으려고 언젠가 닫아 버린 문 같은, 그걸 열지 않으면 아마 계속 뭔가 부족한 글들만 늘어 놓게 되는게 아닐지. 알지만 못 하고 있는 것. 해야 하겠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는 그것.
아, 서평 쓰기 관련 부분에서 영향력 있는 논객이나 학자나 그런 사람들이라면 해석이 많은 서평을 쓸 수 있지만 일반인은 서평에 발췌나 요약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책을 읽지 않고 서평을 읽는 사람이 더 많으니 요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점은 잘 모르겠다. 독후 글쓰기가 언제나 남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일독을 권하는 목적은 아니지 않나.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난 후 느낌 감정 생각 정리하기 위해 아니면 거기서 파생된 뭔가를 아무말잔치하듯 벌여 놓는 것도 자신을 위해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뭐 요약 한 줄 없는 독후 글쓰기도 가능하지 뭐. 그래서 내가 쓰는 건 서평이 아니라 여전히 독후감이긴 하다. 잘 쓰고 남들도 잘 읽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일단 접어두고 어쨌든, 읽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