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8 이기호 이기호의 소설은 처음 본다. 완전 처음은 아니고 이 소설집에 실린 최미진은 어디로 만 조그마한 광고지 같이 엮은 샘플북을 알라딘에서 몇 백원인가 주고 봤었는데 결국 전체 소설을 다 읽게 되었다. 대체로 재미있게 보았는데 갸우뚱 하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모자라 그런지 공감 능력이 없어 그런지 부끄러움을 잘 몰라 그런지 여튼 그랬다. 소설 속에는 대학교수 대학강사 소설가 등등이 자꾸 등장하고 심지어 작가와 동명의 인물조차 나와서 음 이렇게 현실과 소설을 헤깔리게 한단 말이지...어디까지가 지어낸 것이고 어디까지가 직접 겪은 것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런 것도 재미가 있었다. 모욕감 수치심 부끄러움 환대 친절 인간관계에서 미묘하게 인간을 건드리고 망설이고 의도와 다르게 전해지고 시작했던 마음과 다르게 스스로를 이상하게 만들고 결국 난 왜 겨우 요거냐 하게 만드는 부분들을 집요하게 연구하고 파고드는 느낌의 글들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아, 마지막 작가의 말도 뭔가 재미있었다. 그러면서도 이해가 안 되었다. 진실 앞에 눈물 뚝뚝 흘리며 불쌍한 연기한 자신이 그래서 부끄럽다는 건지. 470만원 합의금이 많다는 건지 적다는 건지.(대학교 선생이라 그랬음 천 단위 갔을 것을 싸게 치워서 이득 봤다는건지.)난 겨우 요거에요. 최미진은 어디로-고대 교수 (아마도 친구일)박형서까지 등장ㅋㅋ아니다 현실의 사람들이 아니고 동명이인일거야. 중고나라에서 모욕당했다고 느낀 자신의 책을 사러 굳이 멀리까지 가서 그런 말을 한 작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최미진이 누군지 굳이 확인하는 찌질함의 극치를 잘 보여준 소설. 예전에 이 소설(샘플북으로) 보고나서 아 서평 쓰면 작가도 볼 수도 있구나 그럼 못 쓴건 마구 때려줘야지! 이러고 막 썼다가(세상에나 헛배웠네 헛배웠어) 어떤 작가는 자기 페북에 내 서평 링크 해 놓고 어떤 작가는 자기 이름과 책 이름으로 검색하고 들어와서 공감 누르고 사라지고 하는 걸 보고 아 이제는 예의를 차려야 겠다 하고 뒤늦게 정신 차렸던 기억이 난다.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용산 참사 현장에 닿지 못한 크레인 기사의 이야기. 자기가 한 말에 섞인 거짓에 대한 부끄러움. 소설가 넌 왜 하필 날 찾아 온건데. 흠.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안 쓸래다가 사채업자 나쁜 새끼 때문에 썼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김숙희의 피의자 진술서 오래전 김숙희는-앞 소설과 세트. 정대리의 관점.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윤희는 왜 갑자기 히잡을 뒤집어 쓰고. 아 이거 근데 끝까지 봐도 뭔 소린가 한참 고민했다. 해설보고 나서야 그런거야?했다. 내키지 않으면서 친절, 그 친절이 일으킨 오해, 제목은 내용하고 하나도 일치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도 않고 이제는 교회도 안 다니고. 한정희와 나-남의 새끼 맡아주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염치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베푸는 자의 입장에 선 자가 얼마나 바닥을 드러내는지. 이 이야기랑 권순찬씨 이야기랑 닿는 점이 있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