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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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권여선
목차
빈 찻잔 놓기……『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강, 2009
사랑을 믿다……『한국문학』, 2007년 여름 
내 정원의 붉은 열매……『소진의 기억』, 문학동네, 2007
당신은 손에 잡힐 듯……『문학사상』, 2007년 11월 
K가의 사람들……『문학동네』, 2008년 여름
웬 아이가 보았네……『문학과사회』, 2009년 가을
그대 안의 불우……『현대문학』, 2008년 3월

십 여년 전 쯤 발표된 소설들 모은 책이다. 친구가 작은 서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데 이 작가님을 모시는 행사가 열린다고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궁금하지만 갈 수 없는 처지. 읽은 책도 없는 처지. 
포스터의 행사 신청 전화번호는 뒷 자리 두 자리가 잘못되어 있었다.
작가님 만나고 온 친구가 작가님 너무 좋아 그러고 자랑질을 해서, 잘 쓴다고 해서 찾아 읽어 보았다.

첫 세 소설은 젊은 과거를 돌아보고 뭔가 회한하고 사무치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소극적인 화자들이 나와서 음 섬세하긴 한데 내 취향 아닌거 아냐 했다. 
빈 찻잔 놓기는 뭔가 맘대로 좌우하는 자에게 얻어 맞은 듯 하지만 끝까지 거기에 뭔가 터뜨리지 않고 조용히 잔인하게 웃는 것으로 간파하는 것으로 넘길 수 있는게 언뜻 이해는 안 되었지만. 그런 식으로 갈등 구도를 그리고 넘기고 그게 더 있음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적이지 않은 미묘함.
사랑을 믿다는 이상문학상을 탔다. 집에 있는 수상집에서 제목만 보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군. 잘 썼다. 사랑을 몰랐는데 못 알아 챘는데 사랑 때문에 아팠던 사람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아직도 믿는다고 말한다는 것. 큰고모님집 방문 장면도 독특하고. 기찻간 같은 술집도. 그냥 거기에 내가 지켜보는 느낌.
내 정원의 붉은 열매는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 화분에 대한 이야기 인가. 비탈 길에 기울어진 길에 사는 기울어진 사람도 나오고 기울어진 마음과 사랑도 나오고 난곡도 나오고 도는 데 세 시간 걸리는 교정도 나오고 봄꽃길도 나오고 사회과학 공부하는 수상한?모임도 나오고 뭔가 내가 공유했던 공간인 듯 한 착각이 드는데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들이 신기하면서도 뭔가 탐탁지 않기도 했다. 나이 든 뒤에 돌아보는 과거. 관계. 아 그런 게 왜 이리 숨막히는지. 택시 밖 가로등 풍경을 야광어? 물고기 마냥 표현한 건 좋았다.
당신은 손에 잡힐 듯. 퇴직자. 맛을 모르는. 죽 그릇 같은 삶. 뒤늦게 폭발하는 어린시절 엄마에 대한 원망. 상처의 자각.
케이가의 사람들. 세 자매와 엄마와 아버지. 엄마의 모습을 보니 뭔가 뜨끔하고 부끄럽다. 비뚤어진 가족 내 권력. 자기 집 이야기 지만 뭔가 엄청 거리를 두며 서술하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웬 아이가 보았네. 들장미 가사인가. 여류시인과 뾰족 지붕집과 이웃들의 이야기. 
그대 안의 불우. 스타는 안 해 봤는데 게이머들의 맺어짐. 그 어긋남. 망할 양육 환경 아래 망할 상태로 겨우 자란 아이들이 만든 또 다른 망할 가족(인가). 게임과 인간관계와 감정을 매치하며 묘사하는게 또 독특했다. 아, 생선 비린내 싫어하며 아버지를 밀어내는 엄마. 거기에서 뭔가 또 오버랩. 잘못 키웠다고 한탄하는 엄마도 뭔가. 

앞 부분까지는 그냥 그렇게 보다가 뒤쪽 소설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지긋지긋하고 구질구질하고 그런걸 너무 좋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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