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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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6 김동식

 올해 초에 여기저기서 극찬하는 글을 많이 본 책이다. 페친이 좋다고 타임라인에 추천을 올리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 화제의 책에도 오르고. 원래 남들 난리 다 떨고 조용해지면 찾아보는 편이라 연말에 읽게 되었다. 전자 도서관에 예약자가 가득 차 있어 예약도 안 될 정도라 아직도 인기구나 싶었다. 
 얼핏 들어 기억에 남은 정보는 글을 배운 적 없는, 기존 소설과는 다른, 다소 짧은 글들, 오늘의 유머라는 커뮤니티에서 발굴된 작가라는 것이었다. 
 소설들은 짧지만 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좋았다. 짤막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옛 이야기의 이야기 주머니 마냥 펼쳐지는데 세상에 여태까지 쓴 이야기가 300편도 넘고 거의 일 년 간 펴낸 책이 5권이라고 했다. 
 가끔은 기자 정신 운운하며 엉뚱한데서 마구잡이로 총 쏘는 걸 보며 이거 뭐지...기자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지...하는 약간 설 익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개는 전 세계, 우주, 지하, 외계, 현실이 아닌 세계를 배경으로 해서 뭐 그럴 수도 있네 하는 배경을 깔아두고 이야기를 전개했다. 
이솝 우화나 탈무드 같은 고전 같은 분량과 전개인데 또 교훈적이면서도 뻔하지는 않았다. 줌인 줌아웃도 하고, 갑자기 입장을 뒤집어 보기도 하고, 상황이 급변했을 때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도 보여주고, 오히려 영화 같은 그런 혼란은 없었다-하는 식으로 클리셰에 대해 일갈하면서 있음직한 이야기로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며 같은 문장을 반복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중에 검색을 해서 작가 인터뷰를 찾아봤다. 기사라는게 늘 그렇듯 작가의 이야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작가가 문학 전공이 아니고 공장에서 오래간 일했고 중학교를 중퇴했고 책을 열 권도 안 읽었고 커뮤니티에서 자랑거리이고 뭐 그런 이야기들을 화제거리로 삼는다.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을 반복하는 것 같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그 상상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 구성능력, 그리고 꾸준하고 끈질기게 계속 쓰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계속 찾아 읽고 있다는 것이 대단한 점 아닐까. 타고난 부분도 있고 부단히 노력한 덕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공모전이니 문학상이니 거치지 않고도 이렇게 사람들의 추천과 댓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도 독특한 점 같다. 

두 가지 마음이 든다. 작가가 문학을 공부하고 지금 보다는 긴 글(단편 소설 분량의 80매나 장편 소설 한 권 분량…)을 쓰게 된다면, 문장을 구사하고 미사여구를 붙이며 살이 붙은 글을 쓰게 된다면 그런 것도 잘 할 수 있을까. 엄청난 포텐이 터지거나 아니면 작가가 가졌던 매력과 개성이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렇다고 지금 쓰는대로 딱 지금 같은 짧은 환상동화들을 계속 풀어나간다면 그래도 계속 사랑 받을 수 있을까. 한결 같으면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단할 수도 있겠다. (전원일기는 그런 면에서 대단했지…) 그런 글도 필요한 것 같다. 다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마주할 권태는 계속 고민이 될 것 같다. 

계속 써 나가고 꾸준히 사랑 받고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작가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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