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 맛은 향이 지배하고 향은 뇌가 지배한다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20181203 최낙언

맛에 대한 책 그만 본다고 해 놓고 또 봤다. 이상하게 가끔 보고 싶어진다. 맛을 소재로 한 과학 교양서에 중독된 것인가. 아니 이번 책은 단순히 맛이 아니고 향, 후각, 풍미에 대한 책이야 그니까 다른거야 또 봐도 괜찮아 하면서 봤다. 보니까 결국 후속작들하고 겹치는 것도 있지만 뭐 전에 본 책들 이미 기억에 희미해졌으니 괜찮다. ㅋㅋ

소설가들 외에는 한 저자 책 집중해서 챙겨 보는 게 드문데 최낙언 선생님의 책은 어쩌다 보니 두고두고 챙겨 봤다.
처음 보게 된 건 박선생님이 사부님 첫 책 나왔다고 챙겨 주셔서 우와 공짜 책이다! 이러고 본 게 의외로 재미있고 유익해서 두 번째 책 주실 때도 우와아 또 공짜 책이다! 이러고 신나서 봤었다. 
1)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디자인 보면 대 놓고 스폰지 저격이다..좀 별론데? 했는데 의외로 내용이 재미있어서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과오를 반성...
2)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두 번째 책은 출판사가 바뀌었는데 오호 책 네이밍도 나름 전략  잘 짰고 디자인이나 장정도 좀 더 세련되어 진일보한 느낌이었고 역시나 재미있었다.
3) 세 번째 나온 책이 바로 플레이버, 맛이란 무엇인가 인데 왠일인지 건너뛰고 안 보다 이제사 보게 되었다. 
이후 책들은 출간 순서 안 가리고 생각날 때마다 사 봤다. 맛 책 말고 이번에 새로 나왔다던 물성 책 볼까도 싶었는데 책 값이 꽤나 비싼 거 보니 (…) 그만 사보라는 계시인가 싶어 일단 안 사고 아껴(?)두고 있다.
4) 맛의 원리
5) 감각 착각 환각
6) 맛이야기
7)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8) 모든 생명은 GMO다

많이도 봤다...밥도 잘 안 챙겨 먹는 주제에 식품 책을 왜 그리도…(아이스크림이랑 향료랑 첨가물은 관심이 많으니까…식품 책 빙자한 감각, 뇌, 화학, 물리 등등 과학책이라고...)

“물질은 그저 물질이지 고귀하지도 고약하지도 않으며, 무한히 변형 가능하고, 어디에서 얻었는지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프리모 레비)

책은 여러 권이지만 공통으로 관통하는 핵심은 이 책에 인용된 이 말에 있는 것 같다. 그저 거기에 있는 물질들을 우리 몸이 G수용체라는 감각 기관으로 어떻게 지각(착각?환각?)하느냐에 따라 맛, 감각, 쾌락, 기능이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과학책인데도 몇몇 표현은 밑줄 긋고 싶게 재미있는 표현들이 있었다. 
“익는 과정은 사실 죽음 즉, 자기 분해의 과정이다. … 과일은 익어가면서 우리의 눈과 미각의 향연을 위해 스스로를 채비하며 적극적으로 종말을 준비한다.” 에틸렌=과일의 죽음(익기)을 촉발하는 방아쇠 운운…
과일이 익는 것을 이리도 비장미 넘치면서 과학과 예술을 결합해서 표현하다니. 무릎 탁. 

내가 싫어하던 ㅇㅇㄷ(요즘은 ㅎㄱㅇ아저씨가 자기가 그렇게 까던 ㅇㅇㄷ 아저씨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아저씨 등등이 착하네 마네 하면서 음식 근본주의 예능 프로로 자영업자들 박살내고 있을 때 아마 냉면 가지고도 뭐라뭐라 했는데…
“나라면 육수에 비싼 가격을 지불할 바에야 그 돈을 모아서 집 사람에게 아직도 한 번 선물해보지 못한 명품가방을 선물하겠다.”
진짜 고기 육수로 낸 비싼 냉면vs스톡으로 맛이나 영양 별 차이 없는 냉면 이부분에 대해 갑자기 튀어나온 이 표현 ㅋㅋ아 뭔가 명료하면서 냉면 국물 마냥 상큼 시원 했다. 그래서 나도 최근에는 봉피양이니 우래옥이니 안 찾아가고 ㅍㅁㅇ파우치 냉면을 더 자주 사 먹는 선택을 하고 있다. 돈 아껴서 명품 가방 사야지.

“행복하지 못하면 음식에 집착하기 쉬워진다. 우리는 비만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 먹방과 탐식의 사회 속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뭔가 슬프고 안타깝다. 맛이 행복을 높여주는 좋은 기술이 되기를. 적게 먹고도 행복하게 해 주기를. 탐식하면서 환경 해치고 몸도 해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좋겠다.

인용된 구절들이지만 왠지 음식 뿐 아니라 삶과 세계 인식에 모두 도움이 될 말들도 적어 두고 싶다. 
“어떤 사물을 눈앞에 두었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것이 단순하고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눈길을 끌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깊이 탐구해야 하는 것이 그냥 스쳐 지나간다.”(비트겐슈타인)

“자연에는 진보도, 합목적성도, 아름다움도 없다. 자연에 그런 것이 있다고 믿는 것은 단지 인간의 희망이 자연에 투사된 것일 뿐이다.”(프란츠 부케티츠)

“인생 최고의 맛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검증되고 안전한 것들이 대부분이니 그저 가볍게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반복하는 말이래도 마무리가 좋다. 불안 장사가 아닌, 무조건적인 낙관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판단과 적당한 안심. 불안도가 높은 나는 제대로 알아야 덜 불안하니 계속 찾아 보는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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