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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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3 박연선
재미나게 잘 쓴 소설이라 최대한 스포 없이 쓰려니 줄거리는 다 날아감. 뭐 줄거리는 내 머릿 속에ㅋㅋ

‘한국 소설이 좋아서’라는 소설 추천 기획물에서 눈에 띄었던 소설인데 결국 읽게 되었다. 작가가 드라마 쓰던 사람이라 그런가 영상물로 가도 손색 없게 썼고 (이것이 음 OSMU?노렸어요?)
처음엔 음 시트콤인가 좀 작위적이네 웃기려고 애쓰네(내 안의 검은 모자. 니가 날 안 웃게 하는 불행 상승 요소지. 죽어라!) 하다가 어느 순간 흡입력 있게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다.
할아버지 장례식 후 팔십대의 홍간난 할머니집에 남겨진 삼수생 강무순이 여섯 살 때 할머니댁 머물다 남긴 흔적을 발견하고 따라가다 우연히 마을의 비극을 알게 되고 그 전말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써 놓으면 되게 심각한데 화자나 할머니나 꽃돌이가 워낙 긍정적이고 심각하지 않은 캐릭터라 내내 유쾌한 어조를 유지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여섯 살 강무순이 남긴 다임개술은 무엇인가(솔직히 딱 보고 알겠지만 그 안 내용물의 정체 추적 과정이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사라진 선희, 미숙이, 부영이, 예은이는 어디로 갔는가(핵심 서사)
꽃돌이 차종손 창희의 비밀은?
본 소설과 의문의 죽어가는 자의 주마등 시점 짧은 곁가지 스토리 교차해서 내용을 전개한다. (마지막에 다가설-그러나 묻힐- 비밀을 위한 빌드업)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도 각자 특색과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두왕리 아홉모랑이 마을에 얽힌 전설과 구전과(아기 장수 이야기와 말우재고개 이야기가 제일 슬픔) 소문과 시골마을의 생리, 지명, 식물에 얽힌 이야기, 할머니가 툭 던지는 연륜과 농사 경험으로 얽힌 옛말들...뭐 하나 이야기 아닌게 없고 그걸 다 너무 잘 얽어 소설로 꾸렸다. 재미도 놓치지 않았고. 석연찮은 부분(민법과 사망신고 등등을 무시한 인물들의 생몰 들…)이야 아 저 세계는 그런게 안 빡센가봐 하고 그럭저럭 넘겨주기로…
삼수생 스물한살 아가씨와 팔순 할머니와 열다섯 중이병 남학생이라는 조합으로 이만큼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뽑아내는 것도 재주지, 재주. 드라마는 잘 안 보지만 새삼 작가들은 대단한 이야기꾼 재주꾼이구나 싶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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