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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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8 최은영
두 번째 읽는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다들 왜 이걸 좋아하지 했는데 이 소설집을 절반쯤 읽으니 마음이 녹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여러 감정과 회한 같은 것이 떠올랐다.
언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소설이라면, 글이라면. 앞으로도 찾아 보고 싶은 동갑내기 작가 최은영. 나는 못 쓸 착한 글들. 그래도 좋다. 나 대신 많이 써 줘요.

그 여름-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처음 읽은 최은영 소설. 두 여자 아이 이야기이고 첫 인상은 그냥 그랬다.
601,602-이웃이었던 효진과 그녀를 존중하지 않던 기준을 비롯한 그 가족들, 그리고 그것에 부당함을 느끼던 나와 남동생이 생기게 될 나. 어린 시절 남아선호 남성중심 가부장제 가정폭력에 대해 막연하게 느낀 부당함 불만 등을 미묘하게 그렸다.

지나가는 밤-윤희 주희 자매의 서로 보듬지 못한 과거에 대한 아픔. 홀로 버스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리던 동생을 부르지 못하고 그걸 나중에 후회할 것도 몰랐던 과거를 돌아보는 마음. 언니에게 애정을 갈구하던 동생.

모래로 지은 집-제목만 들으면, 그래 쉽게 허물어질텐데. 공무와 모래 그리고 나비(나), 나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작가는 피씨통신과 거기서 만난 아이들과의 우정과 사랑 등을 섬세하게 그렸다. 천리안에서 엠에스엔, 미니홈피, 네이트온, 인터넷 음악 방송으로 이어지던 우리 시대의 인간 관계. 같은 학교를 나온 것 외에는 너무도 다른 환경 속에 살아 서로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같이 있으면 마냥 웃고 좋았던 시간. 그러다가도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 주고 멀어지고 다시 그리워하는. 쇼코의 미소마냥 중편에 가까운 분량의 소설이다. 다음 소설도 그렇지만 세명은 완벽의 숫자 같으면서도 늘 한명이 외로워지고 어정쩡하고 미묘한 구도가 나온다.

고백-수사가 된 옛 애인 종은에게 고해성사 하듯, 자살한 사람, 살인한 사람에 대해 물으며 과거의 세 친구 주나, 진희, 미주의 모습을 돌아보는 미주. 커밍아웃 한 친구를 대했던 자신들의 잔인함을 애써 상대에게 잘못을 떠밀며 부정하려 하던. 그러나 내내 박힌 가시마냥 걸어가던. 그 고백을 듣는.
책의 제목은 이 소설에서 비롯되었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그러나 그런 진희에게 미주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만드는 상처를 준다. 그것을 애써 주나 탓으로 돌린다.

손길-어린 시절 나를 오래 돌봐주다 말 없이 사라졌다 다시 마주친 숙모. 언 손을 녹여주던 손길만으로도 풀렸던 나. 숙모를 다시 찾아가 몰래 지켜보다 어둠속에서 마주한 나. 시간과 서술이 생각을 짚듯 왔다갔다 해서 조금 읽기에 혼란한 감은 있었다.

아치디에서-이전 소설집의 한지와 영주랑 비슷한 느낌의, 다른 언어와 다른 나라 출신 사람의 만남에 대한 글인데, 꽤 좋았다. 늘 강하게만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다 상처 입은 하민과, 늘 약하다고 다그침 받다 자신을 놓을 뻔하다 어쩌다 갇혔던 아일랜드에서 살아 돌아간 랄도의 만남과 헤어짐.
밑줄 치고 싶은 구절들이 많이 있었다.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내가 춤을 추면 사람들이 웃어. 그러면 마음이 아프거든.
어둠 속에서, 하민의 얼굴 위로 고속도로 가로등 빛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마음이 아프면 편해지는 게 있었어. 그래서 그랬어.” 펍에서 맥주를 거푸 마시고 이상한 춤을 추던 하민의 마음. 간호사를 하며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고 오빠에게 돈을 털어 줘야 되었던, 그래서 한국을 떠나고 싶어 떠나온 하민의 마음.

이번 소설집도 주로 가족 안에서의 잔혹사, 상처 받는 사람들, 상처 주는 사람들, 만나고 상처주고 멀어지고 재회하고 돌아보며 그 떄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고 몰랐던 마음을 다시 헤아려보고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파도 싫고 평범하면서 구질구질한것도 싫고 소심한 것도 싫고 그랬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눈 녹듯 무너진 마음이 아 이런 것도 좋다 내가 살지 않았어도 이런 감정을 가졌던 누군가가 이런 감정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줘서 내가 그걸 읽게 되서 좋다 싶은 마음이 드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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