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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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랄프 로렌>
-20181009 손보미
‘랄프 로렌’과 ‘조셉 프랭클’을, ‘섀넌 헤이스’와 ‘잭슨 여사’를, 그리고 ‘종수’와 ‘수영’을.
십년 째 미국 유학 중인 종수는 어느 날 지도교수 기쿠에게 휴학(을 빙자한 퇴학)권유를 받는다. 폐인처럼 칩거하고 쏘다니고 방에 있던 서랍을 때려 부수다 우연히 고등학교 때 잠시 친했던 수영의 청첩장과 메모를 발견한다.
수영은 당시 유행이던 랄프 로렌을 자기가 더 먼저 좋아했었다며 자신의 콜렉션을 보여주고 영어 잘 하게 생긴 종수에게 랄프로렌에게 보낼 편지 영작을 부탁한다. 수영의 편지 핵심은 랄프로렌에게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종수는 수영에게 호감을 느낀 건지 최대한 그녀와 보낼 시간을 끌며 여름 날을 보낸다.
종수가 수영과의 시간을 청첩장 받았던 것을 도무지 기억 안 난다는 식으로 처리한 건 솔직히 납득 안 된다. 뭐 수 십 년 전을 회상하는 노인도 아니고.
어쨌든 종수는 갑자기 랄프로렌에 대해 도서관 자료들을 모으고 전화하고 검색해서 빠져 든다. 랄프 로렌 연구?행위를 종수는 별 의미 없이 대학원 쫓겨난 뒤에 도피행위로 규정한다.
우연히 절대 찢지 말라는 식당 내 여성 잡지에서 랄프로렌이 시계를 만들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내용을 접하고 이를 찢어들고 조금 더 집요하게 그 이유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랄프 로렌이 아직 티모시 였던 시절 어린 그를 거둬준 조셉프랭크라는 시계수리공 겸 복서인 유대인에 대해 묻기 위해 작가인 양 접근해서 만나게 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특히 오랜기간 녹취하게 된 잭슨여사, 그녀가 잠든 사이 하는 혼잣말, 사진,편지,잡지기사,테이프와 녹취록 등등 다양한 매체로 추적기를 풀어가고 거기에 간간히 종수의 과거 회상이 겹쳐지는 것까지 이야기 전개 방식이 꽤나 흥미로웠다.
글 초입에 1954년의 매를린 먼로,헤밍웨이 등등을 언급하는 것도 나름 그 시기를 거쳐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하면서 다시 반추된다.
잭슨 여사의 모습이나 대사 표현이 나도 모르게 104살 호호 할머니를 눈 앞에 둔 듯 했다.
셰넌과의 짧은 사랑과 이별 테이프레코더와 제임스 설터 소설과의 교차 디어 누구누구 하는 편지 표현 운운하는 결말은 조금 모자란 듯했다. 중반부까지 그럭저럭 잘 끌어가던 게 뒷심이 부족해 아쉬웠달까.
오랜만에 잘 쓰고 실험적인 시도하려 애쓰는 작가 소설 읽어서 좋았다. 제목만 봤을 땐 뭔가 허세 감성 소설인가 했는데 편견이었다. 현재의 좌절한 젊은이와 지나간 시대에 대한 향수와 그 행적을 찾는 누군가. 무슨 의미냐 되묻는 사람들도 나오지만 그냥 어딘가 기록된 채 그냥 거기 있는. 소설을 쓰는 이유 소설의 존재 이유에 대한 나름의 답이 아닐지. 그러고보니 영화 벨벳골드마인에서 크리스찬베일이 맥스웰 데몬 추적하는거랑 이 소설 형식이 엄청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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