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20180930 
조남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알라딘 신간 알리미에 구병모와 김성중이 동시에 떠서 였고, 82년생 김지영의 돌풍에 가까운 인기에 편승하려는 급작스러운 기획물로 빤히 보이는 페미니즘 소설집이라 조금 실망했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들 작품이나 보자, 하고 전자 도서관 신세졌다. 

조남주-현남 오빠에게
 자신의 역량과 몫보다 지나치게 과도하게 명성과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운 좋게도 혹은 영리하게도 여성의 한과 삶의 고단함을 팔아 뭐 페미니즘의 물꼬를 폭발시킨게 긍정적인 역할이었다면 그렇다고 치자,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후진 소설이 후진 문장과 너절하고 빈약한 프레임으로 징징대는 형태인 건 자존심도 상하고 짜증도 난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워터프루프 북에 리커버 판까지 나온 장편보다 이 책의 단편은 더 심하다. 설 익은 밥을 후루룩 대충 떠서 던져 놓은 듯, 독자에 대한 모독이다 싶은. 아니 조남주 소설 속에는 남자고 여자고 정상인 새끼가 없다. 현남이는 남자라 문제가 아니라 진짜 개샹말종 정신병자 수준의 편집증 의처증 강박증 환자이고 현남이 전여친은 이거 뭐 자아도 없고 질질 끌려다니다 사실 나 니 모르게 니말 안 듣고 다른 생각 하고 여러번 말 안 했는데 니 새끼가 안 듣고 어쩌구 저쩌구 십년 세월이 아깝다 잠수탈거야 개자식아 니기미뿡 이러는 역시 제 정신 아닌 듯한 여자다. 이걸로 어떻게 구조적 모순을 파고 들고 심금을 울리고 설득을 하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지. 나름 어리고 약하던 여성이 대오각성하고 뛰쳐나가서 델마와 루이스라도 만들고 싶었나 본데 절레절레다. 
이 소설이 타이틀이 되고 첫 머리에 실리고 여러 편과 묶인 게 이 소설집의 다른 모든 작가에게 안 된일이고 재앙이다. 조남주는 이제 믿고 거른다. 주제의 시의성과 올바름 때문에 후진 걸 후지다고 말하지 못 하는 현실.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하하 시발

최은영-당신의 평화
최은영 단편은 작가상 수상집이랑 이 소설 두 개 봤지만 그렇게나 잘 팔리고 히트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 취향이 아니라...준호와 유진의 엄마 정순, 며느리 될 선영을 보고 자신의 세월을 한탄하고 자기가 시어머니한테 당한대로 풀어놓을지도 모를 정순, 그런 엄마에게 넌덜머리 나면서도 기대게 두고 또 벗어나고 싶은 유진, 아빠는 왜 익명의 아빠냐 무슨 의도일까. 그냥 캐릭터들이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하게 그려져있고 그들의 심리와 상처 그런 걸 그럭저럭 그려 놓아 조남주 때문에 던질 뻔한 책을 계속 보게 해 줬다. 

김이설-경년
여성의 나이듦에 대한, 그리고 아들 새끼 어찌 키우나 대한. 날 것 같고 안 예쁘고 구질구질 지겨운데 나한테는 차라리 이런게 재미있다. 이창동 영화의 시 쓰는 할머니도 생각났는데 소설 속 화자는 어미라 그런가 그만큼 고귀한데 까지는 못 가고 여자애들 이름이나 부르며 안타까워하다 끝난다. 여동생 초경으로 엉엉 어리둥절 이거는 좀 진부하고 성교육 동화 결말같아 아쉬웠다. 

최정화-모든 것을 제자리에
작가상 수상집과 이 소설 두 개째 보는 작가2. 뭔가 디스토피아 같은 비현실적이면서도 황량한 도시와 건물 폐허에 대한 묘사, 환타지 같은 상황들의 표현이 좋았다. 치우다 보니 이거 치우고 저거치우고. 그게 현실 개선의 의지인지 자기 맘대로 맞추려는 억압의 상징인지 좀 분명치가 않다. 마지막에 습진 상처 투성이 그녀의 손이 남자 손으로 바뀌는 것 때문에 더 헤깔리는 듯. 사실 뭐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여성에게 일상적으로 막 던지는 말들이 손이 아픈 사람한테 너 언제 낫냐 라고 쓰잘데 없이 던지며 성가시게 하는 말과 대유가 될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라면 먹고 폐허 사진 찍는 여자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사진 잘못 찍어 다시 찍으러 갔는데 사실 엉망인 곳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그랬다. 는 이야기로군. 
모든 것을 제자리에. 라는 제목은 마음에 든다. 그래 모 작가의 과분한 성공은 제자리로. 그보다 나은 잘 쓴 더 고민하고 더 고치고 더 아프게 그린 사람들에게 그 몫을. 

손보미-이방인
제대로 느와르. 사실 시체들 증강현실 자살 자살자 두 명 모두 뭔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사고로 칩거하는 여경찰과 덮고자 하는 어떤 사건들과 여경찰을 다시 끄집어 내려는 남경찰과 그의 죽음과 여경찰의 복귀와 손가락질. 페미니즘과의 연결고리는 잘 모르겠는데 작가가 남자의 도움을 애써 뿌리치게 하려니 글이 잘 안 풀렸다 그걸 벗어나니 썼다 그 말에서 뭔가가 느껴지긴 한다. 

구병모-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괴수 대백과 같은데 자주 나오는 여자 머리의 새 같은 괴물 하피, 여장 축제에 나갔다가 몰살된 성범죄자들, 대역으로 갔지만 여자라서 죽이고 2차 가해자에 가까운 언행을 하고 성범죄자랑 여전히 어울리다 이 놈은 반만 나쁜놈 그래도 죽일 놈 하고 뜯어진 표. 수학자 하피티아의 죽음은 구병모식 언어유희. 여자라서 죽었다의 역발상 처럼 남자라서 죽었다 하면 어떠냐 하고 표를 죽여버린 건지. 여장?이라 하지만 여성에겐 일상적인 메이크업 헤어 불편한 복장 킬힐을 남자에게. 너들도 당해 봐라 이건가. 뭐 표현은 판타지식 전개는 구병모의 주특기니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지만 얘기하고 싶은 것들은 대충 알겠는데 갸우뚱이다. 

김성중-화성의 아이
환상소설 하면 또 김성중. 소설집 소설 중 제일 예쁘고 안 차가운 결말이라 좋고. 라이카와 데이모스와 정체불명 포유류와 그녀가 품은 아이. 인류가 없는 그곳의 암컷들의 생존?연대? 에일리언도 프로메테우스도 생각나는데 그 따뜻한 버전이랄까. 소설 다워서 좋았다. 당장 몇 달 전까지 아이를 품어본 나라 더 그랬다. 모성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끔찍한 일이 아니야. 수백년 간 우주에서 냉동인간인 채로 또 깨어나서 화성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메마름과 고통의 환경이라도 그럴 가치가 있는거야. 그래서 생명이 이어지는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을까. 조각난 태아 사진 올리고 끼끼대는 아이들아 반성하자. 니들 삶도 소중한데 니들 결정권도 존중하는데 끼끼댈일은 아니다. 미안한 마음은 가져야 되지 않을까. 니들 밖에는 기억해 줄 사람이 없단다. 우주선 속에서 화성에 죽어 묻히러 온 애들 말이야. 라이카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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