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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20180901 구병모
한스푼이란 세제 광고. 한쪽에는 가루세제를 봉지째 부으며 안절부절 다른 한쪽은 여유있게 세제에 동봉된 스푼(보단 국자 크기지만 어쨌든)으로 톡 하고 털어넣는 모습. 제목이 함축하듯 배경은 세탁소 시간은 세제 알갱이가 녹는 순간마냥 인간사의 유한하고 짧음에 대한 은유.
헬렌 올로이란 1930년대 SF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에 빠진 안드로이드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두 남자가 나온다. 거의 90년전에도 로봇의 인간성에 관해 씌였을만큼 작가가 후기에서 말하듯 닳고 닳도록 로봇의 감정이라는 소재가 다루어졌고 자기도 거기 하나 더 보태는 거에 대해 나름 고심했음을 밝혔지만, 사실 이 소설은 인공지능 로봇이 소재가 된 인간에 관한 소설이다. 의류 직물과 세탁 과정에 비유해 사람의 감정과 관계와 각종 인간사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것은 구병모가 가장 잘하는 일, 날선 문장으로 시니컬한 비극만 그리는게 아니라 나 훈훈한것도 잘 해, 하고 보여주기 위해 쓴 게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표현력 넘치고 사실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뭐. 그럭저럭 재미있고 훈훈하다. 인간이 아닌 인간을 닮은 존재에서 인간을 본다.는 건 역설적이지만 뭐 또 계속 되어온 것이라 새롭지 않대도 이런 스토리에 이런 문장으로 보니 나쁘지 않았다.
구병모 소설에는 유독 노인과 아이가 많이 나온다. 이미 닳고 닳아 초연한 존재와 아직 때묻지 않았지만 무수히 때묻어가고 닳아갈 존재가 이야기 전개에 유용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정작 소재 혹은 진주인공뻘인 은결이는 외형이 1318사이의 17세 소년 쯤의 외모. 유한한 인간사에 비해 은결의 시간은 빨리가지 싶었고 결국 많은 주변인들이 사라질 동안 그 후손에게 남은 은결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역시 유한하고 노후하지만 조금은 긴 삶으로. 로봇한테 삶이란 말이 어울릴까 싶지만.
미래에 대한 인간에 대한 노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고 그러나 우리는 회피 중이고 대신해주는 작가들이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맨 뒷장 서지번호 표시 잘못되어 있다. 지은이는 루스 웨어 옮긴이 유혜인 분류는 영국소설. 초판1쇄도 아닌데 바로 잡지 않았다니. 설마 아직 아무도 모르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