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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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180721
한강의 소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를 읽어봤다. 문장은 항상 창백하고 날이 서 있고 서늘하다.
낳지마자 죽은 언니가 살아서 내가 와 있는 낯선 추운 도시에 와 있다면 , 보고 느꼈을 것들을 적었다.
흰 것들을 표제어로 토막토막 짧은 글들을 이어 놓아 이게 소설인가 싶다가도, 만약 에 대한 상상과 서사가 있으니 뭐 소설이다. 시는 아닌데 시 같은 단어와 문장들이 가득했다.
표지는 천의 질감같은 온전히 흰색 아닌 흰회색같고 천을 벗기면 짙은 회색 속표지가 있다. 종이 질감이 두껍고 매끈하고 차미혜라는 사진작가의 흑백사진이 삽화처럼 본문 중간마다 실려있다. (내가 가진 책은 구판이고 개정판 표지는 진회색이 겉으로 드러났다.)
언니가 살았으면 내가 없을것이고 내가 태어난 건 언니가 죽어서이다, 삶과 죽음, 빛과 어둠, 백과 흑, 종이의 앞 뒷면 그렇게 대조한다. 사실 언니 낳고 내가 그 동생이 될 수도 있는건데, 화자는 자신의 삶에서 이유 없이 부채 의식 마냥 그냥 그렇게 인식한다. 나의 삶은 너의 죽음 덕분이다, 하면서 펼치는 애도. 거기에는 유럽에서 죽어간 나치에 저항했던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죽었지만 온전한 애도를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도도 포함된다. 언니와 엄마에 대한 것도.
한강의 소설들은 왜 죄다 슬픔으로 꽉 차 있는지 모르겠다. 재미를 좋아하는 나는 썩 좋아하지 않는 형식과 감정이지만(소설 읽기가 현실을 잊고 위안 삼기 위한 건데 글을 읽으면서 까지 내가 괴롭고 슬퍼야 해? 싶어서)이런 식의 애도도 있어, 이런 꾹꾹 눌러 쓴 문장과 단어와 감정과 묘사들도 있어, 하고 읽어볼 만은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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