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4 구병모네 이웃-너의 이웃 또는 4 집 이웃 중의적 표현같다. 강요된 공동체의 상징같은 묵직한 뒤뜰의 식탁. 세 자녀 출산을 조건으로 국가가 임대해주는 공동임대주택에서 네 가구가 부대끼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이다. 별 다른 큰 사건은 없이(이게 큰 사건들이 아니냐고 뭐라뭐라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상 잔혹사라 할 미묘하고 사소하면서도 개인을 위축시키고 파괴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고립된 시골의 공동 생활과 지켜야 될(결코 지키기 어려운)룰이 있는 점은 전작 피그말리온 아이들과 비슷하다. 인물들 이름이 특이해서 너무 안 외워진다. 하하 방금 읽고도 다 까먹음어린 애기 키우는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 효내는 예전 단편 (어떤 자장가였나) 속 논문 쓰기 위해 애기 재우려 전전긍긍하던 엄마를 다시 붙여다 놓은 느낌이었다. 그저 사회 생활이려니 참고 견디던 이웃 남자 카풀의 지분거림에 거센 항의도 못 한 채 아이와 함께 달아나는 여인공동체 의식을 강요하는 오지라퍼의 상징 같은 단희, 공동육아 실험을 제안한 장본인단희에게 동조하면서 좋은 엄마 알뜰한 주부 노릇하려 애쓰는, 가장 체제 순응적인 그녀(결국 혼자만 애 셋 성공하고 혼자만 공동주택에 버텨서 에필로그를 전하는 역할도)쓸데 없는 지분댐으로 자기 가족과 남의 가족까지 박살낸 제강무능한 집 지키는 남편알뜰하다 못 해 거지맘 취급받는 부인 뒤통수 치며 자기 누이 도와 준 남편부인의 프리랜서 일을 은근 그만했으면 하는 남편전작 장 단편에 비해 서사도 약하고 남자들 인물 그리는 것도 단순 소홀하고 썩 수작은 아니다. 네 여자 캐릭터들로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는데 그냥 수렁에 빠진 듯 답도 없고 소통도 잘 못 하고 좀 내버려둬 이러는 답답함만 느껴진다. 소설과 별도로 최악은 조남주가 추천사 쓴 것. 그것도 뭐 정식 페이지도 아니고 맨 뒷 표지 안쪽과 바깥쪽에 짤막하게 써 뒀다. 문장 구린 건 차치하더라도 작가가 말하려는 복잡 미묘한 것들을 딱 조남주 특유의 프레임으로 제한해 버린다. 차라리 평론가 해설을 덧붙이든가. 이건 정말 정말 별로다.작년 말부터 다시 구병모에 꽂혀서 이것저것 소설집들 모으다 신간이 나와서 신나서 질렀는데 기대 이하였다. 좋아하는 작가지만...다음 작품을 기대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