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카버]단편집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라는 긴 제목의 레이몬드 카버(Raymond Carver)의 단편집.집사재 도서출판 / 안종설옮김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몬드 카버 작품을 8권이나 일본어로 번역하였고 자신은 글쓰는 법 이상을 레이몬드 카버에게서 느꼈다고 말할정도로 하루키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있다.
감독 로버트 알트만에 의해 그의 8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시를 조합하여 영화 [숏컷]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글에선 적절한 감정의 조절로 인하여 암울하지만 죽겠다고 소리치는 부분도 없고 웃음이 나올지라도 까르륵거리기도 무안한 묘한 구석이 있는 글이다.
대부분이 커다란 사건도 없고 (사실 따지고 보면 일생에 남들은 한번도 겪지 않을만한 사건들도 간간이 있지만서도) 조용한 일상가운데 우연치않게 마주친 작은 일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사건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며 그 안에서의 미묘한 긴장감등이 존재한다.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는 다음의 11개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코끼리 /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고요 / 비타민 /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장소 / 체프의 집 / 열병 / 깃털 / 대성당 /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 /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침대에 누웠을까
[코끼리]는 읽는 중간 중간 "쿡!"하는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내용자체는 그리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평범한 월급쟁이인 그에겐 거절할 수 없는 핑계로 가족들이 돈을 보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그는 마음먹었던 것과는 상관없이 결국은 돈을 보내주게 되는데...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그의 글 가운데에는 술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자주나오는데 (작가도 한때는 알콜중독이었다던데) 이 글 또한 두 부부가 저녁식사와 술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술이 점점 오르며 이야기도 한창 무르익는 부분에선 성질급한 사람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정도로 잠깐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열병]은 아내가 집을 나감으로 남자는 두 아이들을 건사하느라 직장일 하랴 모든 것이 안정되지 않아 쩔쩔매고 있으나 그에 반해 아내는 가끔 전화를 하지만 무척이나 당당하다. 아직도 아내에 대한 애정을 끊어버리지 못한 그에게 일어나는 이야기.
[대성당]은 아내의 장님 친구가 집을 방문함으로 시작되는데 아내는 무척이나 반갑게 그를 반기나 남편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계속되다가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은 영화 숏컷에서도 다룬 이야기로 아들의 생일날 갑자기 일어난 뺑소니 사고로 부부가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이다.
분명한건 이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하고 나선 일단 시간만 나믄 이 책 들여다 볼 궁리만 했으니 이만하면 연애하는 기분과 거의 흡사한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지만 그렇다고 쏠쏠한 재미에 깨가 쏟아져 못살겠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적정한 간격을 두고 읽어내려가게 하는 그만의 글쓰기 방식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일단 책표지가 너무도 촌스럽다는 것과 왠지 막연하게 원어로 읽었음 훨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막연하게 번역가를 이렇게 못 미더워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조만간 그의 첫단편집인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 줘(Will you be quite, please?)]를 읽어봐야 할 것같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