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꾼 꿈]유미리

1992년부터 2000년까지 8년에 걸쳐 쓴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물고기가 꾼 꿈]은 마치 일기를 써내려 가듯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삶을 드러내 놓고 있다.

유미리의 몇몇 작품을 통해 가족의 정체성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막연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손이 가게 된다.

마치 새우깡처럼.... (손이가요~ 손이가~)


<엿보기>

"가족이란 서로 어떤 종류의 허구를 연출하며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의 아버지는 아버지 역을 연출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더구나 사생아인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상이라는 표본이 없다. 아버지란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가 지리멸렬하게 떠오르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엄마나 우리 형제들 앞에는 덜 된 러쉬 같은 아버지의 단편이 제시될 뿐이다.

만약 우리 가족이 영화를 촬영하는 허구 속에서 가족을 연출한다면 어떨까 하는 발상이 "가족 시네마"의 방법론이었다.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면서 가족의 실체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물론 작품 속의 상황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완전한 픽션이다. 그러나 만약 소설 속의 상황과 똑같은 의뢰가 들어온다면 모두들 얼씨구나 하고 출연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우리 가족은 광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설날에 아버지를 인터뷰한 필름을 (결국은 잘려서 방영되지 않았다) 몇번이나 돌려가며 보았다. 새로 맞춰 입은 듯한 양복 차림의 아버지는 당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아버지의 상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다. 나는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드는 한편, 끓어오르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내가 희곡을 줄기차게 쓴 것은 내 안에 책꽂이에 꽂을 수 없는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세상의 '현실'과 타자에 대한 '증오', 그런 감정을 낳게 한 나의 과거 - 사실대로 말하면 '가족'과 '학교'였다.

언젠가부터 막연하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소설이냐고 묻는다면, 내 안에 '드라마'가 아닌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저 내 각인이 찍힌 문장을 쓰고 싶은 것이다. 나는 '증오'를 넘어 언어를 창조해내고 싶었다."


2001년8월30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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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한권 샀다.

이책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라는 제목만 보고.

적어도 무라카미니까 일단 황당무개하게 손해보진 않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집어든 책이었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마치 내 삶을 당장에라도 재미있게 해줄 비법이라도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으로 집어들었으니 이만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것같다.

이 책 가운데 더도 덜도 말고 나의 고충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 있어 옮겨보았다.

나처럼 전화선이나 오디오코드, 그외의 잡다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대 0 % 이겠지만.

이 세상에 좋은 것들은 다 나오고 있는데 그노무 전기코드같은 것들은 아직도 더 나아지고 있는 게 없는 거냐며 투덜대던 것을 무라카미의 글로 대신 해본다.


[오디오 스파게티]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 가장 곤란한 건 이사를 할 때다. 기계를 늘어놓고 배선을 다시하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다. "어어, 그러니까 이 출력 선이 이쪽 입력 선으로 가고......"라며 낑낑거리다 보면, 점점  '어째서 내가 이런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하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고교 시절에 처음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었을 무렵에는 세계가 훨씬 단순했다.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통합 앰프 (그런 게 있었다)에 연결하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나고, 그 다음은 느긋하게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스파게티 5인분을 바닥에 퍼질러 놓은 것 같은 코드 더미에 쭈그리고 앉아 악전 고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민주주의의 죽음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체 뭐라 할 수 있단 말인가?


2001년9월3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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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글, 박순규 옮김.

 

 

 

 

 

기억에 책방을 가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도련님]을 사려고 들었다 놓은게 몇번은 되는 듯하다. 계산을 할때면 꼭 담으로 미루게되었다. 아마도 망설여지는 이유가 전체적으로 속도감은 없을 듯한 느낌에 심각하게 골똘해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난 지금 제목'마음'이 참으로 원초적이며 적절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글 중 주인공이 만난 선생님은 과거에 친구와의 사이에서 도덕, 자신의 욕망, 열등의식, 비겁함사이에 갈등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결국 마음속에 꽁꽁 묶어놓았던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줄줄이 풀어놓고 스스로 자유로움으로 떠나간다.

자신의 과거에서 비롯된 사람에 대한 불신, 지적인 욕망과 원초적인 욕망사이에서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때문에 선생님은 자신의 욕망에 좀 더 일찍 솔직하지 못 했던 듯 싶다. 그로인해 선생님은 자신의 생을 죄값을 치루는 기분으로 살게된다.

책을 읽고 갑자기 썡뚱맞은 결론을 내려버렸다.

나라는 사람이야말로 너무 복잡하고 무거운 것은 질색하는 터라 '너무 폼잡지말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보고 들리는 대로만 이해하고 사는게 젤 속편하겠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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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이야기] 이명숙. 한글출판사.

이 소설은 요즘 하나의 쟝르로 자리잡을 듯이 생겨나는 인터넷소설중의 하나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그렇듯이.

제목은 기억이 안나지만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는 또 다른 인터넷 소설을 보았던 적이 있는데 거기엔 수도없는 인터넷용어들로 가득차서 읽어내려가다 흥미를 잃고 만적이 있다.

노자를 웃긴 ...같은 경우도 온라인상으로 이미 수많은 독자군을 형성한뒤 책으로 낸 경우에 속한다.

몇가지 읽어온 인터넷소설과 비교해보면 중간정도라고나 할까?

중간이라는 것은 문학적 가치의 기준이 아니라 순전히 글을 써내려 가는 형식을 말한다.

인터넷용어로 가득찼던 어떤 소설(제목까지 생각이 안나네)에 비하면 비교적 인쇄물로 만들정도이 최소한의 글쓰기 형식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아, "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한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가까운 것 같다.

휴~~~~

한 남자가 퇴근길에 모르는 여고생으로부터 문자 메세지를 받게 된다.
첨엔 무시하고 말지만 왠지 호기심이 자꾸 발동되어 '눈꽃여왕'이라는 여고생에게 문자를 날린다. '눈꽃여왕'은 그저 자신의 문자에 가끔 응해주기만 하면된다는 문자를 날린다.

그 담날 그 남자가 출근하여 멜을 확인해보니 '눈꽃여왕'이라는 지난밤의 문자의 주인공 여고생이 이멜을 보낸것이다.

이렇게 문자를 주고 받게 되며 여고생이 아니라는 것과 자신의 기억속에 있던 한 여자임을 알게되고 예전의 송아지와 얽힌 한 소녀를 떠올리며 어릴적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녀임을 확신하게 된다.

'눈꽃여왕'은 실은 남자가 떠올린 첫사랑의 주인공소녀의 여동생이다. 언니에 비해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아 항상 있는 듯 없는 듯했던 그녀는 언니만을 좋아했던 소년을 남몰래 흠모하다 세월이 지난 이제사 연락을 취하게 된다.

남자의 확신에 자신감이 떨어진 그녀는 마치 자신의 언니인 것처럼 답글을 보내게 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결된다.

인터넷소설은 문학적 가치를 논할 순 없어도 많은 이들 사이에 쉽게 다가가는 무언가가 있긴 한가본데 그런 것을 보면 이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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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카버]단편집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라는 긴 제목의 레이몬드 카버(Raymond Carver)의 단편집.집사재 도서출판 / 안종설옮김

무라카미 하루키는 레이몬드 카버 작품을 8권이나 일본어로 번역하였고 자신은 글쓰는 법 이상을 레이몬드 카버에게서 느꼈다고 말할정도로 하루키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있다.

감독 로버트 알트만에 의해  그의 8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시를 조합하여 영화 [숏컷]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글에선 적절한 감정의 조절로 인하여 암울하지만 죽겠다고 소리치는 부분도 없고 웃음이 나올지라도 까르륵거리기도 무안한 묘한 구석이 있는 글이다.

대부분이 커다란 사건도 없고 (사실 따지고 보면 일생에 남들은 한번도 겪지 않을만한 사건들도 간간이 있지만서도) 조용한 일상가운데 우연치않게 마주친 작은 일이 하나의 사건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사건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며 그 안에서의 미묘한 긴장감등이 존재한다.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는 다음의 11개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코끼리 /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고요 / 비타민 / 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장소 / 체프의 집 / 열병 / 깃털 / 대성당 /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 /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침대에 누웠을까

[코끼리]는 읽는 중간 중간 "쿡!"하는 웃음이 절로 나오지만 내용자체는 그리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평범한 월급쟁이인 그에겐 거절할 수 없는 핑계로 가족들이 돈을 보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그는 마음먹었던 것과는 상관없이 결국은 돈을 보내주게 되는데...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그의 글 가운데에는 술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자주나오는데  (작가도 한때는 알콜중독이었다던데) 이 글 또한 두 부부가 저녁식사와 술을 곁들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술이 점점 오르며 이야기도 한창 무르익는 부분에선 성질급한 사람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정도로 잠깐 삼천포로 빠졌다 다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열병]은 아내가 집을 나감으로 남자는 두 아이들을 건사하느라 직장일 하랴 모든 것이 안정되지 않아 쩔쩔매고 있으나 그에 반해 아내는 가끔 전화를 하지만 무척이나 당당하다. 아직도 아내에 대한 애정을 끊어버리지 못한 그에게 일어나는 이야기.

[대성당]은 아내의 장님 친구가 집을 방문함으로 시작되는데 아내는 무척이나 반갑게 그를 반기나 남편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계속되다가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은 영화 숏컷에서도 다룬 이야기로 아들의 생일날 갑자기 일어난 뺑소니 사고로 부부가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이다.

분명한건 이 책을 손에 잡기 시작하고 나선 일단 시간만 나믄 이 책 들여다 볼 궁리만 했으니 이만하면 연애하는 기분과 거의 흡사한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지만 그렇다고 쏠쏠한 재미에 깨가 쏟아져 못살겠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적정한 간격을 두고 읽어내려가게 하는 그만의 글쓰기 방식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일단 책표지가 너무도 촌스럽다는 것과 왠지 막연하게 원어로 읽었음 훨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막연하게 번역가를 이렇게 못 미더워하는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

조만간 그의 첫단편집인 [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 줘(Will you be quite, please?)]를 읽어봐야 할 것같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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