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한권 샀다.

이책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라는 제목만 보고.

적어도 무라카미니까 일단 황당무개하게 손해보진 않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집어든 책이었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마치 내 삶을 당장에라도 재미있게 해줄 비법이라도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망상으로 집어들었으니 이만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것같다.

이 책 가운데 더도 덜도 말고 나의 고충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 있어 옮겨보았다.

나처럼 전화선이나 오디오코드, 그외의 잡다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대 0 % 이겠지만.

이 세상에 좋은 것들은 다 나오고 있는데 그노무 전기코드같은 것들은 아직도 더 나아지고 있는 게 없는 거냐며 투덜대던 것을 무라카미의 글로 대신 해본다.


[오디오 스파게티]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 가장 곤란한 건 이사를 할 때다. 기계를 늘어놓고 배선을 다시하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다. "어어, 그러니까 이 출력 선이 이쪽 입력 선으로 가고......"라며 낑낑거리다 보면, 점점  '어째서 내가 이런 짓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하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고교 시절에 처음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었을 무렵에는 세계가 훨씬 단순했다.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통합 앰프 (그런 게 있었다)에 연결하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나고, 그 다음은 느긋하게 음악을 듣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스파게티 5인분을 바닥에 퍼질러 놓은 것 같은 코드 더미에 쭈그리고 앉아 악전 고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을 민주주의의 죽음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체 뭐라 할 수 있단 말인가?


2001년9월3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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