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신경숙, 문학동네.

신경숙의 소설은 이상하게 손이 안 가게 되질 않았다.
어떤 작품을 마지막으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바이올렛]을 읽고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엔 느림이 있다.
평소에야 성격이 워낙 급하긴 하지만 책을 읽을 땐 느림도 즐기는 편인지라 괜찮을 만도 한데 이 작가의 나열식의 오랜 묘사가 나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신경숙의 이런 점에 오히려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것같다.
작가는 이 책의 "오산이"라는 여자에 대해 마치 엄마같은 심정을 느낀다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작가 후기에서 밝힌 "오산이"의 마음은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 (앞부분 생략) 광화문의 시네큐브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란 영화를 보고 나올 때의 기분을 뭐라 표현할까. 마음이 너무나 얼얼해서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책을 읽는다거나 다른 영화를 본다거나 노래를 듣는다거나 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얼얼한 마음 위에 다른 것들을 겹쳐놓고 싶지 않아서였다. 대신 이 여자로 하여금 그 음악을 듣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 정도이 권리는 있을 것 같았다. (뒷부분 생략)"
이렇게 작가는 오산이가 같은 꽃집에서 일하는 수애로 하여금 생일선물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음반을 선물로 받게되는 배려(?)를 해준다.
오산이는 어느 누구한테도 맘놓고 기대보질 못하고 살아왔다.
어릴적 남애와의 기억으로 인해 마음을 열고났을때의 배신감을
두려워하며 살아왔다.
암울한 과거는 그저 묻어둔채 오퍼레이터가 되고 글을 쓰고 싶다는 소박한 꿈만 꾸며 살아가던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열게 되고 회복될 수 없는 절망에 이르게 된다.
책을 읽고나선 가슴에 무언가 걸려 체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되었다.
아무래도 넘 암울한 이야기는 한동안 삼가해야 될 것같다.
정신건강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