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 / 푸른숲

이 책의 특이한 점이라는 것은「플레이 보이」지에 실렸던 수백 편의 작품들 중 문학성과 재미를 두루 갖춘 열 편을 뽑아서 엮었다는 점이다. 「플레이 보이」를 한번도 제대로 본적이 없는 나로선 아무래도 잡지의 성격이 있는데 문학적 가치가 있는 글이 실렸을까싶은 호기심에 작가를 보니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의 글들을 모아놓았다.

「플레이 보이」지에 실린 수많은 글 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로리 콜윈, 리처드 메더슨, 밥 샤코치스, 선 오페일런, 존 업다이크, 톰 보일, 폴 테로, 필립 로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것만 엮어서 만들었는데 서문을 보니 편집할때 나름대로의 기준에 맞는 글만을 선정하여 엮었다고 한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우선, 주류문학 형식에 속하는 작품만을 골라낼 것. 작가의 작품활동에 있어 대표성을 지니는 소설이어야 할 것. 그리고 그것이 연애감정이든, 자기애에서 파생된 것이든 `사랑`이란 테마에 부합되는 이야기일 것이란다. 하루키의 '빵가게 재습격'등 다수의 작품은 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서 함께 엮을 수 없음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엮어진 단편집은 제각기 독특한 문체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조그만 섬에 떠밀려온 익사체에 여인네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절대적인 남성으로 인식하게 되며 섬안의 작은 동요가 일게된다. 매우 독특하다.

#타인
눈 먼 노인이 된 남자가 반세기전의 자신과 벤취에서 만나게되며 느끼는 감정이다.
노인과 반세기전의 자신과 나누는 이야기 도중 노인이 혼자 속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반세기의 시간이 그저 헛되게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이런저런 책과 다양한 취미들에 관해 애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우리가 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너무 비슷하면서도 또한 너무 달랐다. 우리는 서로를 속일 수 없었기 때문에 대화가 어려웠다. 우리는 각기 서로의 복사판이었다. 이러한 순간이 오래 지속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비정상적이었다. 뭔가를 충고하거나, 토론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불가피하게도 그의 운명은 바로 지금의 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매춘부 전성시대', '하얀 거짓말', '이웃집 남자', '마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안전한 사랑', '섬', '혼란스런 여행'등 기발한 생각과 상황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본성과 감각이 그대로 나타나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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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사전 3]

간통姦通법률 : 자기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몸을 섞음으로 하여 자기 배우자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행위.

방랑放浪 : 보는 사람에게는 낭만적이지만 행하는 사람에게는 항시 서러운 다리운동.

그래프Graph : (1) 통계의 결과를 억지로 믿게 하기 위하여 조작해 놓은 도표. (2) 수학 : 주어진 함수에 의해 직선 또는 곡선으로 표현되어진 악보.

사랑 : (1) 마음으로 이성간에 기쁜 독약을 만드는 일. (2) 기독:외롭고 배고프고 착한 사람에게 하나님이 약속한 하나님의 눈물 또는 체온.

사상思想 : 헛된 판단과 추리를 통해 의식을 사상死像케 하는 의식.

사업事業 : (1) 합리적인 방법으로 여러 사람의 돈을 약취해 모으는 일. (2) 어떤 이상적인 목표를 빙자하여 계획적인 운영으로 자기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함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일. 사회사업, 자선사업.

연금술鍊金術화학 : 고대 이집트에서 일어나 수세기에 걸쳐 실험도다가 20세기 한국 땅에서 복부인들에 의해 비로소 성공한 기술. 원래는 비금속으로 귀금속을 만들거나, 영약으로 바꾸는 일이었으나 나중에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종이를 콘크리트 건물로 바꾸고 다시 그 콘크리트 건물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변천을 가짐.

사찰寺刹불교 : 부처님을 모신 속세의 극히 드문 일부분으로써 더러는 재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곳.

빚쟁이 : 대개 돈이 없을 때에만 돈을 받으러 오는 사람. (비) 식은땀

무인도無人島 : 무인도武人島가 변해서 된 말. 서로 싸우다 모두 죽고 사람이 살지 않게 되었다 함.

음치音癡 : 음계에 일부러 구속되어지려고 해도 저절로 자유로워 지는 사람. (비) 즉흥시인
 
손 : 사람이 사람의 따귀를 후려칠 때 사용하는 손목 끝부분의 부착품으로서 납작한 모양에 다섯 개의 기다란 가락이 붙어 있음.

생지옥生地獄 : 인간이 있는 모든 장소.

숨바꼭질 : 어른이 하면 술래가 몰래 눈을 뜨고 곁눈질을 하며 셈을 세는 놀이의 일종.

실업자失業者 : 직업은 잃었으나 자유는 되찾은 사람.

멱살 : 남에게 모욕을 당하기 위해 목 밑에 붙이고 다니는 살, 또는 그 부분의 옷섶.

장교 : 부하는 많지만 목숨은 하나뿐인 사람.

미친개 : 사람을 물었을 때 가장 개다운 개. 개 중에서는 어느모로 보나 가장 품위가 있다고 함.

돈 : 인간을 가장 빨리 더럽히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오물. (비) 똥

도덕道德 : 아담과 이브 이후 사람이 입어야 할 옷 중에서 가장 거북한 옷.

양기부족陽氣不足 : 남성으로 하여금 뱀, 지렁이, 송충이 따위의 징그러운 동물도 마구 잡아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동물적 열등의식 중의 하나.

허영虛榮 : (1) 진도개에게 메리, 베스 따위의 이름을 붙이고도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식의 겉치레. (2) 자기 정도에 넘치는 외관상의 치장 끝에 집구석을 망쳐도 좋다고 생각하는 일 따위.
 
총銃 : 새가 그 끝에 앉아 있을 때 비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무기.

도둑 : 이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특별한 임자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는 그렇게 만드는 일.

---------------------- 이외수의 [들개]가운데서.


2001년7월1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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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최인호, 여백출판사.

상업의 “도”라.......

도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든지 도의 경지가 있다는 것은 과거의 한 경험에서 알게되었다.

평생 음악만 몰두해있던 한 교수를 오래 대하면서 느낀 것이었다.

음악하나에 인생이 있고 그 안에 중용이 있고 고통이 있으며 평온도 있음으로 수많은 과정을 거치며 새로 거듭나는 것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렇기에 상업에도 “도”가 있다는 것은 전혀 억지스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과거 한 상인의 삶을 현재의 대기업총수로부터 이끌어내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책 가운데 현재의 이야기는 하나도 재미가 없고 그야말로 이야기를 끌어내기위한 억지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임상옥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되고 그 안에 나오는 많은 인용구들은 잠시 쉬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권수가 많다보니 (작가들은 왜 권수줄이기를 못할까? 1/4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앞부분은 잘 기억이 안나고 뒷부분인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현자는 첫째로 길을 걷다가 세명에게서 배움을 얻고, 둘째는 기억이 안나고, 셋째는 자족하는 것이니라~~~~~~” (맞는지 몰것당)

이런 사람은 실제 몇 안되는 것같지만 스스로에게 바라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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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하는 남편 일기] 김전한글, 알앤디북(R&D BOOK)

바쁘다고 아우성대더니만 그나마 좀 적응도 되고 여유도 생겼나보다.

소설을 다시 손에 들게되니 말이다.

이 책은 영화'봉자'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가 자신의 主夫일기를 에세이형식으로 써서 엮어 낸 책이다.

일명 주도권잡기의 신혼생활이 시작되면서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 바로 글쓰기와 살림이란 것을 알아차리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재미있다.

신혼을 시작하면서 처음의 부푼 꿈이 아내의 어설픈 살림살이로 서서히 깨어지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맥없이 살림을 맡게 되고 그 후론 재능을 맘껏 살려 살림을 하게된다.

갈아놓은 한근의 소고기를 냉동고에 덥석 집어넣어 버린 아내 (그 시간 자신은 다른 집안일에 장본 음식을 마구잡이로 냉장고와 냉동고에 넣어버린 아내의 행태를 미쳐 알아차리지 못했음)로 인해 결국 음식을 해야할 순간에 꽁꽁 얼어버린 한근의 갈은 쇠고기 한뭉치를 땀을 뻘뻘흘리며 칼질을 하면서 굳은 결심을 하게된다.

여러모로 소질이 풍부한 내가 '살림'하자!

이 책은 글이 맛깔스러워 읽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말도 요렇게 재미나게 쓸 수가 있다니 영락없는 글꾼같았다.

단지 살림살이의 요령등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관계로 글재주에 비해선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사랑타령'이었음 끝까지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나믄 장편소설 "은행나무 길에서 상아를 만났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남자작가가 여성의 섬세함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작가김전한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부분이 유독 돋보이니 잘만 맞아떨어지면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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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여자] 윤대녕 글, 이룸출판사.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지하철 의자에서 눈을 뜨며 기억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는 것을 알게되는 한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같은 자리를 며칠째 맴돌다가 우연히 기형적일 정도로 키가 작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 전개야 책을 읽어보면 아는 것이지만 윤대녕의 글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얼마전 읽은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나 배수아의[그 사람의 첫사랑]과 상당히 비교가 되었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여자작가가 썼다고 그리 떠들석했는지 모르겠지만 [마이너리그]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가는 나로선 내가 이상한건지 떠들어대는 그들이 이상한 건지 헷갈릴정도이다.

은희경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이야기전개 또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가 여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엿보기 식으로 어정쩡하게 만들었음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것과 다를바 없이 [마이너리그]또한 섬세함이란 찾아볼수도 없이 그저 수박 겉핡기 식으로 훙내만 내버린 재미없는 소설이었다.

배수아의 [그 사람의 첫 사랑]또한 재미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근간 [아랑은 왜]이후로 그나마 흥미롭게 읽어나간 책이 바로 윤대녕의 [사슴벌레여자]와 몇몇 단편들인것 같다.

[사슴벌레여자]의 주인공남자는 자신이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렸음을 알게되고 기억이식을 받게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라...

이는 과거 심인성 기억상실이라고 불리던 장애로서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중요한 정보를 갑자기 회생시키지 못하는 장애로서 어떤 특정 사건과 관련되어 심적 자극을 준 부분을 선택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라 한다. 때론 지속적인 과거 생활을 포함한 전 생애나 그 중 일정 기간에 대한 기억상실을 보이기도 하나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은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살아가며 문득 기억의 조각을 베어버리고 싶을때나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 "해리성 기억상실"이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2001년7월30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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