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남편 일기] 김전한글, 알앤디북(R&D BOOK)

바쁘다고 아우성대더니만 그나마 좀 적응도 되고 여유도 생겼나보다.
소설을 다시 손에 들게되니 말이다.
이 책은 영화'봉자'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가 자신의 主夫일기를 에세이형식으로 써서 엮어 낸 책이다.
일명 주도권잡기의 신혼생활이 시작되면서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 일이 바로 글쓰기와 살림이란 것을 알아차리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재미있다.
신혼을 시작하면서 처음의 부푼 꿈이 아내의 어설픈 살림살이로 서서히 깨어지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맥없이 살림을 맡게 되고 그 후론 재능을 맘껏 살려 살림을 하게된다.
갈아놓은 한근의 소고기를 냉동고에 덥석 집어넣어 버린 아내 (그 시간 자신은 다른 집안일에 장본 음식을 마구잡이로 냉장고와 냉동고에 넣어버린 아내의 행태를 미쳐 알아차리지 못했음)로 인해 결국 음식을 해야할 순간에 꽁꽁 얼어버린 한근의 갈은 쇠고기 한뭉치를 땀을 뻘뻘흘리며 칼질을 하면서 굳은 결심을 하게된다.
여러모로 소질이 풍부한 내가 '살림'하자!
이 책은 글이 맛깔스러워 읽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말도 요렇게 재미나게 쓸 수가 있다니 영락없는 글꾼같았다.
단지 살림살이의 요령등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관계로 글재주에 비해선 크게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사랑타령'이었음 끝까지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시간나믄 장편소설 "은행나무 길에서 상아를 만났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남자작가가 여성의 섬세함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작가김전한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부분이 유독 돋보이니 잘만 맞아떨어지면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200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