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여자] 윤대녕 글, 이룸출판사.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지하철 의자에서 눈을 뜨며 기억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는 것을 알게되는 한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같은 자리를 며칠째 맴돌다가 우연히 기형적일 정도로 키가 작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야기 전개야 책을 읽어보면 아는 것이지만 윤대녕의 글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얼마전 읽은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나 배수아의[그 사람의 첫사랑]과 상당히 비교가 되었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여자작가가 썼다고 그리 떠들석했는지 모르겠지만 [마이너리그]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가는 나로선 내가 이상한건지 떠들어대는 그들이 이상한 건지 헷갈릴정도이다.
은희경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이야기전개 또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는 영화가 여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엿보기 식으로 어정쩡하게 만들었음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것과 다를바 없이 [마이너리그]또한 섬세함이란 찾아볼수도 없이 그저 수박 겉핡기 식으로 훙내만 내버린 재미없는 소설이었다.
배수아의 [그 사람의 첫 사랑]또한 재미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근간 [아랑은 왜]이후로 그나마 흥미롭게 읽어나간 책이 바로 윤대녕의 [사슴벌레여자]와 몇몇 단편들인것 같다.
[사슴벌레여자]의 주인공남자는 자신이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렸음을 알게되고 기억이식을 받게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라...
이는 과거 심인성 기억상실이라고 불리던 장애로서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중요한 정보를 갑자기 회생시키지 못하는 장애로서 어떤 특정 사건과 관련되어 심적 자극을 준 부분을 선택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라 한다. 때론 지속적인 과거 생활을 포함한 전 생애나 그 중 일정 기간에 대한 기억상실을 보이기도 하나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는 능력은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살아가며 문득 기억의 조각을 베어버리고 싶을때나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 "해리성 기억상실"이란 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2001년7월30일(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