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의 [허니문]과 최윤, 장정일 ,김영현,정찬,신경숙의 [나의 나]를 읽었지요.

                     

둘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네요.

아무래도 잼 있는 책을 읽어야겠어요.

가뜩이나 살맛안나는 세상 책이라도 잼 있게 읽어야겠으니까요.

잼있는 책 뭐 있을까?


2001년7월12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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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칼],[들개] 이외수글.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전에 읽었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칼]과 [들개]는 마치 옛날 영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구식인것도 같은... 그러면서도 요즘의 소설들이 다 그렇고 그런 비슷한 것들로 도배를 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신선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질펀하게 묻어나오는 감정의 언어들이 때론 질리게 만드는 부분도 없쟎아 있었지만 [들개]가운데 주인공여자인 '나'가 독백하는부분을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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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일까. 인간은 결국 완전한 혼자가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결국은 혼자가 될 뿐 그 어떤 것으로도 사람과 사람은 완벽하게 혼합되어질 수가 없다. 마치 물방울이 서로 합쳐져서 하나의 물방울이 되듯이 그렇게 아무런 구분도 없이 합쳐져서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쌍동이조차도 타인은 타인인 것이다. 비록 얼굴은 같을 수가 있을지 몰라도 마음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목사님도 도둑놈도, 스님도 깡패도, 교수도 학생도, 장관도 실직자도, 운동선수도 간질병 환자도, 할머니도 갓난애도, 살아있는 한은 그 완전한 혼자라는 것 쪽으로 조금씩 발을 내디디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완전한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되어지는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거의 전부가 사실은 혼자가 아니려고 애를 쓰는 것 하나로 부질없이 한평생을 다 보내어버리고 마는 것 같기도 했다.'


2001년7월10일(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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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 전경빈 옮김 / 창해.

책을 고를 때 극복에 관한 소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중에 속한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가 결국엔 극복하고야 마는 책은 선뜻 고르게 되질 않는다.

차라리 영화라면 소설책으로 읽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

[오체불만족]은 내가 첨에 가졌던 선입견과는 달리 밝은 내용들로 가득차있다.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오토는 오체중 두팔과 두다리가 없이 태어난 자신의 탄생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1976년 4월 6일. 활짝 피어난 벚꽃 위로 다가선 부드러운 햇살. 정말 따사로운 하루였다.

“응애! 응애!”

불에 데여 놀란 것처럼 울어대며 한 아이가 갓 태어났다.
건강한 사내아이였고 평범한 부부의 평범한 출산이었다. 단 한 가지, 그 사내아이에게 팔과 다리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 선천성 사지 절단. 쉽게 말해  ‘태어날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장애아’였다. (생략) 원인은 지금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는 초개성적인 모습으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다니, 그건 나말고는 복숭아에서 태어난 동화의 주인공 모모타로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출산뒤에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 황달이라고 속인뒤 그로부터 한달뒤 처음 아이를 보러간 엄마의 반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드디어 모자간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날이 찾아왔다. (생략) 차마 팔과 다리가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그냥 몸에 약간의 이상이 있다고만 했다. 일단은 직접 만나보게 한 후에 사태를 수습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어머니가 날 보는 순간 기절할 것에 대비해서 병실까지 준비해 두었다. 아버지와 병원. 그리고 어머니를 둘러싼 긴장감은 그렇게 높아만 갔다.

그러나 ‘모자 상봉의 그 순간’은 정말 상상 밖이었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대성통곡을 하다가 정신을 읽고 그 자리에 쓰러질 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예상을 뒤엎고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마디였다. 비록 팔과 다리는 없었지만 배 아파 낳은 아들, 한달이나 만날 수 없었던 아들을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어머니에게는 무엇보다 더 컸던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의심의 이유인 즉슨, 만약 내가 그 부모였다면 첨에 무지 충격을 받았더라도 아이한테는 그런 얘긴 하지 않고 너가 세상에 태어나서 무지 기뻤다고 말했을 것 같으니까. ) 이런 든든한 믿음과 사랑속에 자란 오토는 구김살없이 자라게 된다.

스무살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엮으며 자신은 스스로 장애임을 나이 스물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훌륭한 부모와 좋은 선생님을 통해 장애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성장한 오토의 이야기는 읽어가며 웃음짓게 만드는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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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습관]  전경린 글, 이룸출판사.

전경린의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를 사러갔다가 근간 출간된 [열정의 습관]을 보고 충동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은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사랑이란, 정말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생애에서 몇 번째의 것일까요?"

이 문장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이 책을 사기전에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면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싶어했을까?

아마도 읽고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마지막 문장에 왜 이리 김이 빠지는 것일지.

[열정의 습관]은 미홍이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녀의 친구 가현과 인교,

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자를 흡인력있게 끌어들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는 인간 내면심리의 섬세함을 느낄 수 없다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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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남자] 김영하

근간 읽은 책중 가장 맘에 드는 책이다.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군더더기없이 전개되어가는 구성력등 참 맘에 든다.
언제 한번 김영하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봐야되겠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전 작품에서보다
훨씬 자신감있게 작가가 쓰고싶은데로 써내려간 느낌이 있다.
전 작품인 [호출]은 이 책에 비해 경직되어있는 부분도 있고 어딘가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글을 써내려가느라 작가의 자기 색깔을 다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이제사 김영하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놓은것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그가운데 유독 신선했던 단편은 [피뢰침]이었다.
벼락맞고 살아난 사람들의 모임인 "아드라"를 우연히 알게되고
아득한 기억저편에 묻어두었던 경험을 다시금 끄집어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탐뢰모임에 동참하게 된다.
그들은 굉장히 엄숙한 의식을 치르듯 온몸엔 전류가 잘흐르는 신발이며 모자등을 쓰고 손에는 철제로 된 지팡이를 하나씩들고 경건하게 세례받기를 기다리는 신도처럼 하늘을 향해 바라보며 낙뢰를 기다리고있다. 이 부분은 영상적 한 장면이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결혼생활 한참후에 남편이 거세당한 흡혈귀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되고 이 사실을 한작가에게 편지로 고백하는 [흡혈귀]도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고압선]은 그에게 한 점쟁이가 진지하게 '여자를 사랑하면.....당신은 사라집니다. 그러니 사랑하지 마십시오.'라고 시작된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한 소시민의 진부한 일상에서의 사건. 그러나 어느것하나 변화시키지 못하고 다시 일상은 계속되어진다.

처음에 이곳에 가끔 들르는 무꾸리님도 또 다른 사람들도 이책을 잼있게 읽었다하였는데 난 첫편인 [사진관 살인 사건]을 읽고
이전에 단막드라마로 각색되어 이미 봐버린, 그러나 여자주인공이 김설아(?)던가 넘 맘에 안들어 보는 내내 짜증스럽게 본 기억이 되살아나 그냥 이 책을 덮고 말았었다.
단막극으로도 꽤 흥미있는 이야기였는데..

그러다 문득 다시 손에 잡게 된 이 책은 근간 드물게 나의 흥미를 끈 책이되었다.

[호출]에서의 '도마뱀'같은 이야기며 거울이야기. 쌍둥이에 대한 상상등등.
작가의 엉뚱한 상상은 사실 내가 살아가며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 상상해 온 것들이 소설속 주인공에게는 예사로운 일이니 나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엉뚱한 상상력을 들킬까봐 숨기고 살아오다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뭐 그런거랄까?

이책 친구에게 빌려주어야지~

 

2001년2월14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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