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 전경빈 옮김 / 창해.

책을 고를 때 극복에 관한 소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중에 속한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서 불굴의 의지로 헤쳐나가 결국엔 극복하고야 마는 책은 선뜻 고르게 되질 않는다.
차라리 영화라면 소설책으로 읽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
[오체불만족]은 내가 첨에 가졌던 선입견과는 달리 밝은 내용들로 가득차있다.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오토는 오체중 두팔과 두다리가 없이 태어난 자신의 탄생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1976년 4월 6일. 활짝 피어난 벚꽃 위로 다가선 부드러운 햇살. 정말 따사로운 하루였다.
“응애! 응애!”
불에 데여 놀란 것처럼 울어대며 한 아이가 갓 태어났다.
건강한 사내아이였고 평범한 부부의 평범한 출산이었다. 단 한 가지, 그 사내아이에게 팔과 다리가 없다는 것만 빼고는.>>>>>
<<<< 선천성 사지 절단. 쉽게 말해 ‘태어날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장애아’였다. (생략) 원인은 지금도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는 초개성적인 모습으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다니, 그건 나말고는 복숭아에서 태어난 동화의 주인공 모모타로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출산뒤에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 황달이라고 속인뒤 그로부터 한달뒤 처음 아이를 보러간 엄마의 반응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드디어 모자간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날이 찾아왔다. (생략) 차마 팔과 다리가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그냥 몸에 약간의 이상이 있다고만 했다. 일단은 직접 만나보게 한 후에 사태를 수습하자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어머니가 날 보는 순간 기절할 것에 대비해서 병실까지 준비해 두었다. 아버지와 병원. 그리고 어머니를 둘러싼 긴장감은 그렇게 높아만 갔다.
그러나 ‘모자 상봉의 그 순간’은 정말 상상 밖이었다.
“어머, 귀여운 우리 아기…..”
대성통곡을 하다가 정신을 읽고 그 자리에 쓰러질 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예상을 뒤엎고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마디였다. 비록 팔과 다리는 없었지만 배 아파 낳은 아들, 한달이나 만날 수 없었던 아들을 비로소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어머니에게는 무엇보다 더 컸던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의심의 이유인 즉슨, 만약 내가 그 부모였다면 첨에 무지 충격을 받았더라도 아이한테는 그런 얘긴 하지 않고 너가 세상에 태어나서 무지 기뻤다고 말했을 것 같으니까. ) 이런 든든한 믿음과 사랑속에 자란 오토는 구김살없이 자라게 된다.
스무살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엮으며 자신은 스스로 장애임을 나이 스물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훌륭한 부모와 좋은 선생님을 통해 장애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성장한 오토의 이야기는 읽어가며 웃음짓게 만드는 즐거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