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 김영하글, 현대문학

작가의 신간 소설을 은근히 기다려왔던 나로서는 작은 설레임으로 책장을 펼쳤다.

책의 첫머리엔 작가가 지난 7년간 여기저기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에세이형태로 엮은 책이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소설로 나타나는 작가는 독특한 상상력등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으나, 이상하게도 '굴비낚시'등의 에세이형식의 글들은 소설과는 대조적으로 지루하기까지 했었다.

[포스트 잇]은 지루함은 없었으나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 저곳에 올려놓은 글들을 엮은 것도 좋으나 글마다 느낌이 살아있질않다.
일상의 파편을 모아놓은 것이 어쩌면 지금껏 전작품에서 보여준 소설가로서의 환상을 걷어버리는 것만 같다.

작은 소제목이 대여섯장을 넘기지않으니, 마치 드림위즈칼럼에 들어와 다른 이의 글을 술술 읽는 듯했다.

전철에서, 머리 복잡할때 그저 잡지를 읽는 가벼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구절은 딱히 없으나 읽을 책이라곤 성서밖에 허용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읽었다는 성서부분을 잠시 옮겨본다.

그렇담, 나의 중세는 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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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생략)

성서를 자발적으로 읽은 건 대학교 3학년대, ROTC전방입소훈련 때문이었다. 입소시에 허용된 책은 성서와 불경밖에 없었기에 나는 성서라도 집어들고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신병교육대에서 진행됐던 그 혹독한 훈련이 끝나고 취침시간이 되면 담요를 뒤집어 쓰고 플래시에 빨간 셀로판지를 끼워 줄이고 성서를 읽었다. 그러니 그 시절은 나의 중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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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의 눈물]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 김경원 옮김, 작가정신.

[창가의 토토]를 쓴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기아와 분쟁에 시달리는 나라를 방문하고 아이들을 보고 느낀것을 책으로 엮어냈다.

[창가의 토토]의 도모에학원은 여전히 내 가슴한편 작은 아름다움으로 간직되어 있는데 [토토의 눈물]에서도 아이를 바라보는 눈길이 남다르다.

로 바라보는 불쌍하고 힘없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보는 내내 가슴이 저려왔다.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힘없는 아이들이 같은 세상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니.... 지금의 내 걱정과 고민들은 그들에겐 엄청난 사치일 뿐이었다.


# 책머리에서

르완다에서는 100만 명이 죽었어요.
어린이들은 학살의 현장에서
비명과 절규, 신음을 등지고 달아났어요.
아빠 엄마를, 언니 오빠를 눈앞에서 잃은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어른들과 뒤섞여 도망쳤어요.
목숨을 건진 아이들은 모두
울음도 삭인 채 작디작은 가슴을 앓아야 했어요.
가족들이 자기 때문데 죽었다고 생각했기 떄문이지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 형.. 모두 나 때문에 그만...'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내가 해서 엄마가 죽은 거야.'

실제로는 후투족과 투치족이 싸움을 벌였을 뿐이예요.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모두 자기 잘못이라고만 생각해요.


# "구로야나기 씨, 이것만큼은 꼭 가슴에 새겨서 돌아가주셨으면 좋겠소.
어른은 죽을 때 괴롭다든지 아프다든지
이런저런 원망과 불평을 늘어놓지만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오.

아이들은 어른을 무조건 그냥 믿지.

그래서 바나나잎 그늘에서
조용히 죽어가는 거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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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밀란 쿤데라

밀란 쿤데라의 책 중 가장 술술 읽어내려간 책이 아닌가 싶다.

밀란 쿤데라 특유의 철학적 분위기와 이중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글이었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불멸"보단 훨씬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근간 읽은 책중 레이몬드 카버이후로 젤 잼있는 책이였다고 할 수 있다. (흐뭇^-^)

네살 연상의 여자와 한 남자와의 정체성찾기 숨바꼭질이라고나 할까?

이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책의 거의 대부분이 이들 대화내용과 심리적인 부분을 기술하고 있다.


여자가 문득 내뱉은 “남자들, 그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아요”라는 이 말로 인해 둘 사인 걷잡을 수 없는 미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

 


# 책 엿보기 -- 과연 어떤 사랑도 침묵에 배겨날 순 없을까?


이들이 말없이 식사만 하고 있는 옆테이블의 노부부를 보며 나누는

대화.

<그날 저녁 그녀는 장-마르크와 함께 레스토랑에 갔다. 옆자리에 앉은 부부는

끝없는 침묵 속에 침잠해 있었다.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 침묵을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은 시선을 어디에 놓아야만 할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의 눈만을 바라본다면 우스워 보일 것이다. 천장만 본다면?

그것은 침묵 시위처럼 보일 것이다. 옆 테이블을 구경한다?

그러면 그들의 침묵을 재미 삼아 구경하는 시선과 부딪힐 공산이 크고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경우이다.

쟝-마르크가 샹탈에게 말했다.

“두사람이 서로 미워하는 것은 아니야.

사랑이 무관심으로 바뀐 것도 아닐거야.  두 인간이 나눈 말의 양에 따라

그들의 애정을 저울질 할 수는 없어.

단지 저들 머리가 텅 비어 있을 뿐이야. 아무 할 말도 없어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상 말하기를 거부하는 걸 거야.’

(생략 : 수다가 많은 친척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담은 권태에 관해 
한참을 이야기한다)

“당신을 알고부터 모든 게 달라졌어. 내 하찮은 일이 예전보다 흥미로워진 것은 아니야.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우리 대화이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쟎아요?”

“세상에서 외따로 떨어져 사랑하는 두 존재, 그건 아주 아름답지. 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이 아무리 경멸할 만한 것일지라도 그들에겐 이 세계가 필요해.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침묵할 수도 있을 텐데요”

“옆자리에 앉은 저 두 사람처럼?”하고 장-마르크가 웃었다.  

“아니야, 어떤 사랑도 침묵에 배겨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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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글 / 존 테니얼 그림 / 손용미 옮김 / 시공주니어

옥스퍼드 수학자였던 도지슨이 루이스 캐롤이란 필명으로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본을 읽어보니 동화책으로 보아왔던 내용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섬찟하다고 표현해야할까?

요즘말로 하자면 그다지 웃기지 않은 엽기라고 해야할까?

SF적인 요소도 다분히 있으며 앨리스의 키가 커졌다 줄어들었다하는 장면은 웃기고 재미있다기 보다는 공포감마져 불러 일으킨다.

또한 말장난이 보통 수준은 아니다.

한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니 해석이 딸려있을지라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단어의 유사한 발음으로 말을 받아치니 도무지 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예로,

1.
"바닷속에선 구두를 흰색 구두약으로 닦아. 이제 알겠니?"
("흰색 구두약"과 "대구"는 영어로 "whiting"이라는 한 단어를 쓴다:옮긴이)

2.
"물론이지. 그러니까, 만약 어떤 물고기가 나한테 와서 여행을 떠날 거라고 하면, 나는 '어떤 돌고래랑?'하고 물을 거야."

앨리스가 말했다.

"'목적'이라고 묻는 게 아니라?" ( '돌고래(porpoise)'와 '목적(purpose)'은 영어로 하면 발음이 비슷하다 : 옮긴이)

코드가 달라서인가? 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처럼 이상한 나라에서의 대화니 그러려니 하고 결론을 내렸다.

동화로 각색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 할 내용임은 분명한 것 같다.

작가 도지슨은 어린 시절부터 말장난, 체스게임, 인형극 같은 거셍 관심을 두었으며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부 교수로 일했고 논리학에도 재능을 보였으며 무엇보다도 어린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부 교수로 일하면서 대학 학장의 어린 딸들인 앨리스와 앨리스의 자매 로리나, 이디스에게 들려 주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데 주인공인 앨리스는 바로 실제 앨리스를 모델로 탄생 시켰다고 한다.

아래는 진짜 앨리스 사진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델이 되었던 앨리스 리델의 사진.

<img src="http://libserv3.princeton.edu/rbsc2/portfolio/lc1/fi/00000022.jpg">

> <p>
> <img src="http://libserv3.princeton.edu/rbsc2/portfolio/lc2/fi/0000000f.jpg">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두번째 사진은 아무리 봐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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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글,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우연의 음악]은 뜻하지 않게 재산을 상속받은 한 남자가 일상을 탈출하여

여행을 하던 중 카드 도박사를 만나 벌이게 되는 우연의 사건들을

서스펜스와 결합시켜 흥미 진진하게 펼쳐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의 구성과 주인공내면의 변화를 흥미있고 섬세하게 그린 것은 폴 오스터만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해도 과찬이 아닐 듯 싶다.


[우연의 음악]은 이렇게 시작된다.

(혹 이글을 읽으며 담에 책을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되는 분은 읽지말것.

허나 개인적인 생각으론 앞부분을 조금 맛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왜냐? 내가 책을 직접 고를경우엔 맨 앞의 작가의 글과 책의 첫머리를 보고 판단하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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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음악 The Music Of Chance]Paul Auster작, 황보석옮김, 열린책들.

1년 내내, 미국 전역을 가로질러 돌아다니면서 돈이 다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차만 몰았다.

처음에는 그 일이 그렇게까지 오래 갈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가지 일에 뒤이어 다른 일이 계속 꼬리를 물었고, 그래서 나쉬가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을 때는 그 일이 끝났으면 하고 바라는 시점을 넘긴 뒤였다.

열두 달 하고도 사흘째로 접어들던 날, 그는 길에서 우연히 자칭 도박의 명수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것처럼 보이는, 바람에 부러진 잔가지가 별안간 발치에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마구잡이 식의 우발적인 만남이었다.

만일 나쉬가 그 젊은이를 다른 때에 만났더라면 과연 입을 열려고나 했을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그는 이미 포기를 한 상태였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낯선 젊은이를 일종의 패자 부활전, 말하자면 너무 늦기 전에 자신을 위해서 뭔가 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았던 것이다.

바로 그렇게 해서 나쉬는 망설이고 말 것도 없이 일을 저질러 버렸다.

단 한 점의 두려운 기색도 없이 눈을 질끈 감고 무작정 뛰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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