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의 거장들 - 인물로 읽는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호모사피엔스
제리 무어 지음, 김우영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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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학의 거장들 >
: 인물로 읽는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제리 무어 / 한길사 -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어렵게 읽었다.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일회성적인 책에 익숙해진 탓이다.
이 책은 인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해 쓰여지고 편집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연필을 들고 공부하듯 읽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책은 인류학의 역사를 주요 인물들을 따라가며 배우게 해준다.
인류학이란 무엇일까.
백과사전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생물로서의 인류와 그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에는 너무나 많은 개념들이 속해 있기 때문에 그 영역은 너무 넓고 내용 또한 매우 방대하다.
그래서 이 책 하나를 읽었다고 나의 지식이 사실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
그래도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또 다른 영역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세월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더 선명히 알 것 같다.
내용은 인류학의 시초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학의 발달 과정을 간결하게 정리해준다.
인류학의 창시자들인 에드워즈 타일러, 루이스 모건, 프란츠 보아스, 에밀 뒤르켐에서부터 시작하여 문화 인류학과 사회 인류학을 거쳐 유물론적 인류학과 포스트모더니즘적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21명의 인물들을 소개한다.
그들의 사상과 주장만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이론적 배경들, 전체적인 평가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내용을 객관적인 사실들과 시선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깊다.
저자의 생각과 주장보다는 인류학의 전 역사가 어떻게 발생되고 전개되며 발전과 소멸을 하게 되었는지 담담하게 전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부분은 읽어서 이해나 공감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기도 한다.
대학생이 된 것처럼 강의실에 앉아 책 속 인물들의 뜨거운 수업을 듣고 싶은 갈망이 불끈 솟아오르기도 했다.
맨 마지막 말이 마음에 가장 많이 남는다.
"인류학이 논쟁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연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에 대한 변화와 자성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인간이기에 인류학은 어느 한 곳에 머물 수도 없고, 계속 걸어가고 논쟁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문화들에 대한 이해와 궁금증이 아주 조금은 해소되어 즐거웠던 책.
공부는 지금부터다.

#인류학의거장들 #제리무어 #한길사 #인물로읽는인류학의역사와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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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연대기 - Knowing God’s Creation
김민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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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론 연대기 >

- 김민석 / 새물결플러스 -


깊이 있는 신학서적이 주류인 새물결플러스 출판사에서 작년부터 만화책이 나온다.
만화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짧은 지면에 핵심만 뽑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표현해준다.
거기에 스토리까지 펼쳐지니 후루룩 넘어간다.
이 책은 창조에 관한 내용이다.
진화론과 창조론과의 대결은 오랜 세월을 이어왔고, 근래엔 창조과학이 진화론과 맞붙는 양상도 있었다.
진화를 옹호하면 신앙을 버리는 듯한 분위기에서 자라며 우리의 청소년 시기는 늘 혼돈스러웠다.
책의 주인공들도 학교 과제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토론을 준비하는 청소년이다.
창조와 종말이라는 주제에 푹 빠지거나, 있어도 없는 것처럼 외면하고 현실에 충실한 신앙을 강조하거나, 그런 이분법적인 자세가 만연하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늘 마음 한 구석은 '타협과 독선'에 어중간하게 걸쳐 있는 것 같은 찜찜함이 있었다.
내용에선 창조론이 꼭 과학의 반대지점에 서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창조론들의 입장을 소개하고 있다.
참고서적들도 꽤 묵직하다.
무엇보다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한 억지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가능성들을 열어주어 더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는 점에선 반갑다.
고민조차 용납되지 않았던 지난 세월들을 내려놓고 다시 제대로 된 길을 찾아 떠나는 가벼운 발걸음 같다.

#창조론연대기 #새물결플러스 #김민석 #만화는역시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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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의 수수께끼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호모사피엔스
최창모 지음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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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의 수수께끼 >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 최창모 / 한길사 -

우선 제목부터 흥미롭다.
무언가를 금기한다는 것은 더 많은 비밀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성서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금기들, 음식이라던지 성, 의복 교환이나 왼손잡이, 문신 등의 개인적 금기들을 인류학적 시선으로 풀어준다.
사실 성서를 신의 목소리가 아닌 학문으로 설명하거나 해석한다는 것은 오래 전에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도 그러한 입장에 서 있는 신학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고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성서 속의 금기들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나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고, 성서 속에 숨겨진 인간 이해의 시선이 보다 더 선명해진다.
어느 부분은 시대적 상황을 뛰어넘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부분은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 사랑을 앞서서 걷는 부분이 있다.
신과 인간 '사이'와 '차이'를 실현하되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것이 성서 속의 세상이 아니었을까.
내용은 '터부'라는 개념부터 설명하는데, 신성한 것과 금지된 것의 융합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터부는 '위험한 곳'에서 발생하는데, 위험한 곳은 '애매모호한', 즉 '어중간한'한 중간지대에 속한다. 이곳은 동일성이나 체계와 질서를 교란시키는 곳이다. 동일성을 교란하는 곳, 여기서 금기가 발생한다."
터부를 설명하기 위해 '문턱'을 예로 드는데, 안도 바깥도 아닌 어중간한 그곳이 하늘과 땅, 삶과 죽음, 영과 육을 오가는 영매들에게 사로잡힌 곳으로 여겨져서 문턱에 앉지 못 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 커서도 그런 일들을 종종 겪었기에 이 문턱의 예는 터부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의 삶에서도 성스러움과 위험은 늘 공존하며 그것들이 결합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터부는 이미 그 존재만으로도 강력하면서도 새로운 힘이 된다.
어쩌면 터부에 대한 이해가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를 서로 연결해주고 다 품을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서 속의 여러 금기들을 살펴보며 시대적인 상황들 뿐만 아니라 평등이나 환경오염에 맞서는 자세 등 현대사회에서 선택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짚어주는 것도 좋았다.
성서를 해석하는 경로를 따라가는 내용의 곳곳에서 인류학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소개가 되고 있는데, 바로 전에 읽었던 <인류학의 거장들(한길사)>이 은근하게 녹아 있어서 한결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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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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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

- 목수정 / 생각정원 -

대학교에 들어와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것은 '대자보'였다.
중국어를 그대로 차용해와서 불어로는 '다지바오'로 불린단다.
그 새로운 세상을 흘낏 보고 지나친 사람과 매일 읽으며 세상을 확장시킨 사람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단단하면서도 너른 눈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삶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책을 읽으며 곳곳에 피어 있는 '혁명'의 꽃을 본다.
그것은 거칠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삶을 바르고 정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같다.
때로는 용감하게 깃발을 들고 뛰어가지만 때로는 앉은 자리에서 흙을 파내어 더 깊숙하게 자신을 심는다.
글은 두세 쪽 분량으로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 짧은 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개인에서 사회와 역사까지 아우르면서도 그것이 너무 멀어보이거나 막연한 느낌은 없다.
'지금 여기'가 너무 뚜렷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국을 택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사는 이유를 들으며, 우리는 아직도 혁명의 꽃이 화병에 꽂혀 있을 뿐 들판에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어나기엔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수동적이지 않다.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밤을 숱하게 밝히고 걸어가야 얻게 되는 기다림이다.
읽고 난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긴 여운으로 남는 책.


"울어라.우리 모두 함께 울자. 눈물은 아름다운 것이다. 진실함이고, 솔직함이다. 이토록 큰 슬픔 앞에서 우리 함께 목 놓아 울고, 그리고 진실을 역사 속에 남기기 위해 다시 싸우자."

"모든 개인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다. 모든 개인적 고통이 사회적 고통이듯. 나의 고통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 남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사회적 치유가 시작되고, 그 안에서 개인이 치유될 때 비로소 역사는 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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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인생을 결코 대신 살아주려고 애쓰지 말 것. 남의 고난을 대신 짊어지는 자, 결국 상대의 자존을 빼앗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p71)
- 시험 문제의 정답과 삶에서 만나는 정답이 다른 세상은 가치가 분열된 사회다. 우린 바로 그 전복되고 분열된 가치의 시대를 '지르밟으며' 가고 있다.(p132)
- (이희세)선생은 말씀하셨다. 정의로운 길을 택하는 것. 그 자체가 인생의 승리라고. 그 길에 서 있어야만 기쁘고 당당하게 인생을 누릴 수 있다고. 그리고 단 한 사람이라도 그 길을 함께할 수 있는 동지를 찾으라고.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p184)
- 세상의 모든 문명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어둠과 빛을 조율해내는 방식이 그 문명이 축적해온 문화적 역량일 터이다.(p198)
- 여성이 마침내 가부장제가 채워준 족쇄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류로서 세상을 함께 보듬어 나가는 주체가 되는 것이 '여성 해방'이라면, 이를 위해 남성은 '남성 기득권'으로서의 가부장제를, 여성은 '남성이 허락해준 피난처'로서의 가부장제를 허물어야 한다.(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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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 2030년 대학생 마리가 들려주는 AI 100년사 아우름 20
고다마 아키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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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

- 고다마 아키히코 / 샘터 -




2월 리뷰 책들을 받아들고 가장 늦게 펼친 이유는 개인적으로 과학에 관련된 것들은 아직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내게 너무 멀어보이고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 많아서였다.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막막함은 풀어지고 호기심이 일었다.
스마트폰도 이제는 그만 사용하고 싶은 내가 AI 100년사(정확하게는 인공지능 개발의 역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책은 마리라는 청년이 논문 주제를 그것으로 잡고 따라가는 여행의 형식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의 궁금증은 '우리는 마음을 만들 수 있을까'였다.
그곳만은 인간의 영역, 아니 인간을 만든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여행의 끝은 무엇일지 같이 궁금해졌다.
무엇보다도 딱딱할 수 있는 주제가 편안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는 것이 첫 느낌이었다.
컴퓨터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전쟁이 있었다는 것이 새로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역사를 통해 의도적인 전쟁이 많다는 게 어쩌면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깊숙하게 들여다보기 전에 늘 마리의 이야기로 연결을 시키는데, 그 속에는 기독교의 "천년 왕국"이 같이 소개되고 있다.
'인류의 종말과 그 이후'라는 주제와 맞물려서 과연 컴퓨터는(보다 정확하게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일까 낙원일까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굳이 과학에 관계된 영화들에서만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은 인간의 보다 더 바로 옆에서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책에서는 '특이점'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가속도가 붙어도 예측 가능한 발전을 하던 과학이 어느 순간(커즈와일은 그 때를 2045년 경으로 예측한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서 스스로 자신의 능력조차 뛰어넘는 기점이라고 한다.
그 특이점을 넘어섰을 때에 과연 인공지능은 인간과 함께 걸어가는 동지가 될 것인지 인간을 지배하는 새 세력이 될 것인지는 그 때에 가서만이 알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악의적인 동기와 선의의 동기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하고, 또 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회의적이다.
과연 인간은 눈이 밝아질 그 무엇을 바로 눈 앞에 두고 그것을 제어하거나 덮을 수 있을까..
그것이 인류를 정말 긍정적인 발전으로만 다가갈 수 있도록 사용되어질까..
그 세계가 발달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후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 역사가 펼쳐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멀어보이기만 하던 과학을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무척 즐겁게 읽었다.
아예 막막하던 세계가 반짝거리며 조금은 더 친밀하게 내 곁에 다가온 느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앨런 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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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링의 아이디어는 계산기로서의 컴퓨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대담하게 인간의 마음도 수많은 계산의 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p42)
- "우리가 지금 만드는 것은 괴물로, 그것은 역사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역사라 불리는 것이 훗날 남아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과학자로서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윤리에 반한다. 비록 그 결과로 아무리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리고 그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노이만. p50)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말 아래, 웹이라는 벽돌과 시멘트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클라우드 컴퓨터는 그야말로 구름까지 닿는 바벨탑이다. (p128)
- 우리 인간의 번영을 낳고 지탱해 온 과학기술이, 정말로 스스로의 가속하는 지수 함수적인 발달을 한다면,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자신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정말로 만들어진다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세계의 종말은 곧 찾아올지도 모른다.(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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