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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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

- 목수정 / 생각정원 -

대학교에 들어와서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것은 '대자보'였다.
중국어를 그대로 차용해와서 불어로는 '다지바오'로 불린단다.
그 새로운 세상을 흘낏 보고 지나친 사람과 매일 읽으며 세상을 확장시킨 사람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단단하면서도 너른 눈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삶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책을 읽으며 곳곳에 피어 있는 '혁명'의 꽃을 본다.
그것은 거칠고 폭력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삶을 바르고 정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같다.
때로는 용감하게 깃발을 들고 뛰어가지만 때로는 앉은 자리에서 흙을 파내어 더 깊숙하게 자신을 심는다.
글은 두세 쪽 분량으로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 짧은 글마다 밑줄을 긋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하다.
개인에서 사회와 역사까지 아우르면서도 그것이 너무 멀어보이거나 막연한 느낌은 없다.
'지금 여기'가 너무 뚜렷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국을 택하지 않고 프랑스에서 사는 이유를 들으며, 우리는 아직도 혁명의 꽃이 화병에 꽂혀 있을 뿐 들판에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어나기엔 조금 더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수동적이지 않다.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밤을 숱하게 밝히고 걸어가야 얻게 되는 기다림이다.
읽고 난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긴 여운으로 남는 책.


"울어라.우리 모두 함께 울자. 눈물은 아름다운 것이다. 진실함이고, 솔직함이다. 이토록 큰 슬픔 앞에서 우리 함께 목 놓아 울고, 그리고 진실을 역사 속에 남기기 위해 다시 싸우자."

"모든 개인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다. 모든 개인적 고통이 사회적 고통이듯. 나의 고통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 남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사회적 치유가 시작되고, 그 안에서 개인이 치유될 때 비로소 역사는 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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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인생을 결코 대신 살아주려고 애쓰지 말 것. 남의 고난을 대신 짊어지는 자, 결국 상대의 자존을 빼앗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p71)
- 시험 문제의 정답과 삶에서 만나는 정답이 다른 세상은 가치가 분열된 사회다. 우린 바로 그 전복되고 분열된 가치의 시대를 '지르밟으며' 가고 있다.(p132)
- (이희세)선생은 말씀하셨다. 정의로운 길을 택하는 것. 그 자체가 인생의 승리라고. 그 길에 서 있어야만 기쁘고 당당하게 인생을 누릴 수 있다고. 그리고 단 한 사람이라도 그 길을 함께할 수 있는 동지를 찾으라고. 한 사람이면 족하다고.(p184)
- 세상의 모든 문명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그리고 그 어둠과 빛을 조율해내는 방식이 그 문명이 축적해온 문화적 역량일 터이다.(p198)
- 여성이 마침내 가부장제가 채워준 족쇄에서 벗어나 평등한 인류로서 세상을 함께 보듬어 나가는 주체가 되는 것이 '여성 해방'이라면, 이를 위해 남성은 '남성 기득권'으로서의 가부장제를, 여성은 '남성이 허락해준 피난처'로서의 가부장제를 허물어야 한다.(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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