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았다
케네스 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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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않았다 >

-케네스 배 / 두란노

그의 한국 이름은 배진호이다.
아버지는 프로 야구단의 감독이었고 그가 청소년일 때 미국으로 건너가 살게 되었다.
그는 평범하게 생활하였으며 또 평범하게 신앙 생활을 하였다.
하나님이 중국으로 자신을 인도하신다는 믿음으로 그곳에 발을 디뎠고, 북한으로 인도하신다는 확신 아래 북한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졌다.
그래도 북한의 체제를 전복시키고 혁명을 꿈꾸는 일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또 다른 동족인 그들을 애틋해하는 연민이 있어 세상과의 다리 역할을 하기를 소원하기는 했다.
그렇게 십여 년동안 북한을 오가며 사업을 하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을 향한 선교를 꿈꾸게 하였다.
그랬어도 자신이 억류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사건이 벌어지고 사형에서 그나마 감형된 15년을 선고받게 된다.
미국인으로는 가장 최장 기간인 735일을 억류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기간 동안 일어난 사건들과 믿음의 행적을 기록한 것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북한과 그 안에서 바라보는 북한의 세계는 다를 것이다.
우리 또한 그렇다.
큰 위기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일상을 살아내고 있어도 밖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위태로움 자체일 때가 많듯.
그를 통해 고난을 견뎌내고 통과하는 한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바라보게도 되지만, 한 나라를 향한 길고도 애틋한 그 분의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처음부터 그가 담대했던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도 단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두렵다가 힘을 내다가 지쳤다가 희망을 가졌다가를 반복하며 조금씩 조금씩 그 분의 뜻과 자신이 서 있는 자리의 의미를 알아간다.
자신의 소망을 버리고 그 분의 소망을 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배워간다.
그리고 실제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를 둘러싼 북한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전하게 된다.
마치 바울의 투옥 기간에 하나님의 말씀이 세계로 전해지는 통로가 되는 것처럼.

내 주위에도 북한 선교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기도하며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중국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도 있다.
무엇이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존재를 증거할 수 있게 하는가.
무엇이 그 존재를 위한 통로로 자신을 다 녹이고 닳아지기를 소망하는가.
결국 그 사랑을 개인적으로 뜨겁게 체험하는 수밖에 없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그 사랑.
나를 사랑하시듯 저들도 사랑하신다는 인정.
진정한 복음은 평등하다.
진정한 복음은 가장 낮은 자리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역설적인 강렬함이다.

고난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떠했는가, 어떠할 것 같은가, 어떠하고 싶은가,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그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기뻤고, 좌절과 절망 가운데에서도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다.
'미스터 실망'씨의 작전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며 잊지 않고 살아가는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잊지않았다 #케네스배 #북한 #선교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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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컬처 - 복음과 문화가 충돌할 때
데이비드 플랫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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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컬처 >

-데이비드 플랫 / 두란노

"복음을 품은 채 침묵하지 말라"

오늘날의 기독교는 사실 그 색깔이 많이 퇴색되었다.
존재 가치를 자신 스스로에게서 끌어 올리는 것보다는 세상의 잣대로 웃고 우는 시대이다.
하나님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사람들의 눈을 어떻게 만족시킬까를 더 고민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까봐 이모저모 나의 모습을 합리화시키며 살 때가 많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시 복음을 재조명하며, 복음을 품은 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해준다.
역시 복음은 원초적이며 강렬할 수밖에 없다.
그는 복음이 문화와 충돌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에는 복음과 문화의 개념이 더 명확할 필요가 있다.
복음은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가 계획한 인간 구원의 역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에 반해 문화는 하나님의 자리에 인간의 자유와 의지를 앉혀 놓는 일이다.
그러니 복음과 문화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결혼에 관한 개념도 다르다.
복음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결혼은 인간인 두 남녀의 결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나님의 인간 구원 계획을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을 창조하신 그 때부터 이미 설계하시고 보여주시기 위한 모델이다.
남자와 여자의 밀당을 통해 어느 쪽이 우위를 차지하며 자신을 만족시킬 것인가에 있지 않다.
남자는 그리스도가 인간을 위해 죽기까지 사랑하듯 여자를 사랑하라고 하신다.
여자는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남자에게 복종하라고 하신다.
결혼을 통한 만족과 성취가 목적이 아니라, 사방에서 지켜보는 세상의 눈앞에 그리스도를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하나님이 결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복음과 문화와의 충돌을 여러 부분에서 살펴본다.
우리의 곁에 있는 가난, 낙태, 고아와 과부, 성 착취 등의 고통에 눈을 뜨기를 원한다.
그 고통 속에 있는 이웃들의 눈물을 볼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복음과 충돌하는 여러 가치들, 예를 들어 결혼이나 성윤리, 인종 문제나 신앙의 자유 등의 충돌 속에서 복음을 사수하기를 요구한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압제 밑에서 살아가도록 창조된 이는 없다.
그러기에 복음이라는 빛을 통과하여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가 침묵하여야 할 마당이 아니다.
복음에 비추어 내가 쏟아내야 할 자리가 분명하다면 기도하고 참여하며 선포하기를 원하신다.

이 책은 상당히 강렬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복음 자체가 강렬하다.
세상을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는 것, 창세기 1장 1절부터 강렬한 것이 성경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성경 첫 머리와, 세상 끝 날에 다시 오겠다는 성경의 마지막 구절을 믿는다면 이미 그는 신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복음은,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친히 인간이 되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서까지 사랑하신다는 이 강렬함을 제거하면 복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교회와 믿는다고 따르는 우리 크리스천들은 이 원초적인 강렬함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고 찔리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모든 자리에 우리가 부름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한 자리에 우리는 분명한 부름을 받았으며, 그 자리를 위해 기도하고 참여하며 선포하는 일은 우리의 삶을 통해 꼭 이루어야 할 일일 것이다.
'지금도 이 책을 읽으며 거룩한 고민을 하는 이 시간에도 세상의 어딘가에서는 고통으로 쓰러지고 죽어가는 사람이 많다'는 저자의 말이 나를 다시 흔든다.
잠들어 있던 내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 분을 향한 내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여야 하며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 고민하게 한다.
올해 읽은 기독교 서적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찔리며 읽었던 책.
"강추".

"창조주는 인간을 설계하시면서 주님을 으뜸자리에, 이웃을 버금자리에, 그리고 자신을 그 마지막 자리에 두게 하셨다.
하지만 죄는 그 순서를 뒤바꿔 버린다."(p28)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죄의 실체를 어찌해 볼 도리가 없으며 그래서 반드시 예수가 필요하다. 복음이 한층 공격적으로 문화와 맞서는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p30)

"하나님께 이르는 길이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드러내는 자주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스스로에게 눈을 돌려 하나님의 방법을 첫손에 꼽아야 비로소 구원을 얻을 수 있다."(p36)

"예수님의 말씀을 무시하거나 가감하거나 믿지 않으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p40)

★"교회가 대단히 강력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크리스천들은 스스로 믿는 바를 위해 고난 당하는 걸 귀하게 여기고 기뻐했습니다.
그 무렵의 교회는 그저 여론의 각광을 받는 사상이나 원칙을 그대로 보여주는 온도계가 아니라 사회의 관습을 바꾸는 온도조절장치였습니다."(p254) -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 중에서

#카운터컬처 #래디컬 #두란노 #데이비드플랫 #동성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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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촉촉하고 짭쪼롬한 하느님
에드위나 게이틀리 지음 / 분도출판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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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고 촉촉하고 짭쪼롬한 하느님 >

- 에드위나 게이틀리 / 분도출판사 -

제목은 달달한 것 같은데 내용은 강렬하다.
그러나 되씹어보면 그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가톨릭의 평신도 여선교사로서 제도와 기존의 신앙틀을 뛰어넘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녀가 원했던 삶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현재는 매매춘 여성을 돕는 일을 한다.
그녀가 말하는 하나님은 가부장적인 개념으로 굳어 버려 경직된 하나님이 아니다.
창조적인 다산성을 의미하고 약한 자를 돌보며 어두움마저 빛을 발견하는 길로 사용할 수 있는 여성적인 하나님을 말한다.
잊혀지고 애써 지워버렸던 여성으로서의 하나님을 다시 기억하고 그것을 찾으러 떠나는 여정을 권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여성 하나님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마음껏 일하시고 만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사실 난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다.
나도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다.
그래서 내 이미지는 중성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이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여성에도 남성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이물질 같은 나를 발견하는 날은 어두워졌다.
따뜻함을 소유한 것 같으면서도 동굴에서 빠져 나올 것 같지 않은 나.
누군가 옆에 없으면 불안한 소녀 같으면서도 잔다르크처럼 분연히 일어나는 나.
이 책을 읽으며 난 어쩌면 인디언 세계에서 태어났으면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피식 웃었다.
읽을수록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안에 제한 받던 하나님이 자유롭게 춤추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도 그리 부르시고 계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내 안에는 몇 개의 꿈이 꿈틀거린다.
현실적으로는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꿈을 생각하면 그것이 나다운 내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 그 꿈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는데,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멈칫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은 나만의 인생을 위해 나를 지으시진 않으셨을 것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길 원하시지만 행복이 종착역은 아니다.
나의 자유와 마음껏 춤을 추는 이유는 또 다른 그 분의 자녀, 그 누군가와 함께 춤추길 원하실 것이다.
그녀가 생각도 못 했던 곳에서 또 다른 그녀들을 이해하고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는 이가 되었듯, 우리도 우리의 부르심엔 그 의미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꿈이 나의 자아실현에서 멈추지 않고 그 분과 같이 걸어가는 걸음이 될 때 그제야 난 진정으로 행복하고 즐겁고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잘 하는 것을 골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못 해도 그 분과 같이 가니 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면, 교회 내에서도 이런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시선이 많이 다르지만 이런 시선이 우리에게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인디언 소녀처럼 춤추고 싶어지는 책을 만났다.
원초적인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고 앞으로의 걸음이 더 가벼워지게 돕는 책을 만났다.

"우리가 여정에 열려 있다면, 하느님은 언제나 진행 중에 계시다."

"여성의 에너지는 단련되지 않은 남성성에 균형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면, 남성도 그 비현실적이고 파괴적인 힘과 통제의 고지에서 내려와 중간지대에서 여성을 만나야 한다.
여성과 남성은 새로운 존재방식을 만들어내고,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탄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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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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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여자의 공간 >

    - 타니아 슐리 / 남기철 옮김 / 이봄 -


이 책은 나올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입니다.
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의 제목부터 궁금증을 슬쩍 슬쩍 건드리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은 35명의 여류작가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는지 공통되는 주제로 묶어 한 사람씩 짤막하게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유명한 이들도 있고 생소한 이들도 있습니다.
200여 년전에 살았던 이도 있고 생존하고 있는 이도 있습니다.
글은 간결하고 글 중간중간 그녀들의 사진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여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누구나 꿈꿨을지도 모를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시선을 더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내게는 작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엔 교회 언니들과 작은 다락방에 배를 깔고 누워 미스 유니버스 아가씨들을 수도 없이 배출해내었지요.
책 크기의 누런 종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녀들은 새로운 의상과 머리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들의 미래이기도 하고 도달할 수 없는 현실 너머의 머나먼 신기루이기도 했습니다.
교회와 집들이 철거된 후 이사온 곳에선 몇 년 후에 가지게 된 내 방이 있었습니다.
물론 여자 형제가 없다는 이유로 할머니와 함께 사용했지만 할머니는 대부분 나에게 맞춰 주셨고, 그 방은 곧 내 방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창문이 없어 불을 끄면 다락방의 그 때와 같은 분위기를 내던 방에서 그 때보다는 조금 더 용감한 여자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남장을 한 여탐정도 있고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용감한 딸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내게 영향을 주던 남자들은 대부분 탐정이나 대도 혹은 말을 타고 달리며 의에 분연히 일어서던 개척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커서 내게 주어진 공간은 독서실이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공부를 하라고 보내주셨지만 난 그 작은 책상의 구석에서 속삭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그 빛보다도 더 희미한 현실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남매이지만 여자는 혼자라는 이유로 내 방은 늘 배려해주셨고, 어쩌면 난 나만의 공간이라는 선물을 오래도록 받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 후엔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쌓게 되었고, 지금도 역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만 구성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 구석 어딘가에 내 공간 하나를 심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어려웠습니다.
나만의 공간에 익숙해서 살았던 20년과 나만의 공간을 잃은 20년은 묘한 대비를 주며 내게 새삼스레 다가옵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은 또 다른 꿈을 꾸게 만듭니다.
공간이라는 것이 어떤 곳에 거하는 것으로서의 공간도 있지만, 나를 불러들이고 불사르게 하는 어떤 존재 역시 공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이에겐 당연한 일이었고 또 어떤 이에겐 목숨을 내놓고 걸어야 하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쓴 이도 있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 쓴 이도 있습니다.
잠깐 쓰다가 사라진 이도 있고 오래도록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 머물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이도 있습니다.
결국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고 그렇게 쓰는 공간은 그의 체취나 피였을 것입니다.
솔직히 이름만으로는 모르는 이가 더 많았지만, 책을 이야기하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들어있던 사진을 통해 그녀들의 글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눈빛에서, 펜을 잡고 있는 손가락에서, 단정하거나 혹은 삐딱하게 앉아 있는 자세에서, 그녀들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본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녀들처럼 거창한 길은 아니어도, 나 또한 나만의 공간을 꿈꿉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노라면,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통해 자신에게 부여된 삶을 녹여내고 저항하기도 한 인생들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 또한, 보이는 공간 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 맘 속 공간에서 나도 만나고 너도 바라보며 담담하고 연한 글들을 풀어내고 싶습니다.
아마도 내가 머무는 공간 그곳에선 풀냄새가 언뜻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마음 따뜻해지는 연한 잎차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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