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수수께끼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호모사피엔스
최창모 지음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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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의 수수께끼 > : 성서 속의 금기와 인간의 지혜

- 최창모 / 한길사 -

우선 제목부터 흥미롭다.
무언가를 금기한다는 것은 더 많은 비밀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성서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금기들, 음식이라던지 성, 의복 교환이나 왼손잡이, 문신 등의 개인적 금기들을 인류학적 시선으로 풀어준다.
사실 성서를 신의 목소리가 아닌 학문으로 설명하거나 해석한다는 것은 오래 전에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도 그러한 입장에 서 있는 신학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고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성서 속의 금기들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나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고, 성서 속에 숨겨진 인간 이해의 시선이 보다 더 선명해진다.
어느 부분은 시대적 상황을 뛰어넘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느 부분은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 사랑을 앞서서 걷는 부분이 있다.
신과 인간 '사이'와 '차이'를 실현하되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꿨던 것이 성서 속의 세상이 아니었을까.
내용은 '터부'라는 개념부터 설명하는데, 신성한 것과 금지된 것의 융합이라는 점이 와 닿았다.
"터부는 '위험한 곳'에서 발생하는데, 위험한 곳은 '애매모호한', 즉 '어중간한'한 중간지대에 속한다. 이곳은 동일성이나 체계와 질서를 교란시키는 곳이다. 동일성을 교란하는 곳, 여기서 금기가 발생한다."
터부를 설명하기 위해 '문턱'을 예로 드는데, 안도 바깥도 아닌 어중간한 그곳이 하늘과 땅, 삶과 죽음, 영과 육을 오가는 영매들에게 사로잡힌 곳으로 여겨져서 문턱에 앉지 못 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 커서도 그런 일들을 종종 겪었기에 이 문턱의 예는 터부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의 삶에서도 성스러움과 위험은 늘 공존하며 그것들이 결합되면서 생겨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터부는 이미 그 존재만으로도 강력하면서도 새로운 힘이 된다.
어쩌면 터부에 대한 이해가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를 서로 연결해주고 다 품을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서 속의 여러 금기들을 살펴보며 시대적인 상황들 뿐만 아니라 평등이나 환경오염에 맞서는 자세 등 현대사회에서 선택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짚어주는 것도 좋았다.
성서를 해석하는 경로를 따라가는 내용의 곳곳에서 인류학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소개가 되고 있는데, 바로 전에 읽었던 <인류학의 거장들(한길사)>이 은근하게 녹아 있어서 한결 더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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