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터 - 나희덕, 장석남 두 시인의 편지
나희덕.장석남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 더 레터 > - 두 시인의 편지 / 좋은생각

 

 

 

이 책은 나희덕과 장석남, 두 시인이 서로 오가던 편지를 묶은 것이랍니다.
편지라는 이름은 추억과 애정과 그 속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따뜻함을 모두 맛보게 하는 단어이지요.
요즘처럼 이메일이나 문자를 주고 받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이들은 우표를 붙이는 수고를 자진해서 심어가며 편지를 부칩니다.
손으로 쓴 편지를 언제 썼던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이제는 핸드폰이나 컴퓨터의 하얀 화면이 익숙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편지와 우체국, 우표와 손꼽아 기다리던 날들은 더욱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게 되는가 봅니다.
시인들의 편지답게, 책의 전반에 걸쳐 정갈하면서도 시적인 표현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기도 하고 현재의 정치를 걱정하기도 하며 이웃에 대한 배려와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눈물도 보입니다.
중간중간, 그들의 시가 더 깊은 침묵의 세계로 인도하며 그 강가를 거닐도록 메말랐던 나의 손을 이끕니다.

 

 

 

내게도 손편지를 장황하게 썼던 적이 있습니다.
가장 길게 썼던 첫 손편지는 아마 첫사랑이었던 그 소년이었지 싶습니다.
공책 하나에 매일매일 편지를 썼던 것을 모아 그의 생일에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에 감동 받았던 그 소년은, 악필이었던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그 당시엔 유행도 아니었던 펜글씨 교본으로 열심히 연습하여 편지를 전해주었던 일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편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아마도 서로의 마음을 조금 늦추어서 전해주고 또 받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가며 사랑은 더 깊어지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들이 쌓이는 그 순간들은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설렘과 나의 사랑을 잘 전해주었을까 싶은 자기 반성이 동시에 일어나게 됩니다.
비단 사랑의 편지에만 그 향기가 묻어나올까요.
편지를 쓰려고 하얀 여백을 펼치고 있는 그 순간, 이미 향기는 받는 이를 향해 여행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예전에 그런 편지를 나눈 적이 또 있답니다.
만난 지 40년이 넘었지만 만날수록 자꾸 알아가는 것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친구와의 추억이지요.
여섯 살에 만나 열세 살에 헤어졌던 그 친구를 스무살에 다시 만났답니다.
그 어간, 스무 살에서부터 스물 넷이나 다섯 쯤에 나누었던 편지를 모아 책으로 내주시마 약속해주셨던 지인에게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묻혀졌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그 분의 서랍 깊숙히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책이란 것이, 쉽게 내면 쉽게 나타나지만 고민을 하다 보면 끝도 없는 우물에서 빛을 보지 못하더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마 그 분은 우리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내어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잊어버리신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편지는 또 다른 그리움을 낳고 말았지만..^^

 

 

 

요즘 다시 손편지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차오릅니다.
제 방에도 <들꽃편지>라는 이름으로 하루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글이 있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날은 조금 길게 안부를 물어봅니다.
예전엔 자기 고백적인 성격이 강한 일기를 썼다면, 올해는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편지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혼자 생각하는 것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라면 '빛의 양'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편지 안에 스며 있는 이 '서로'라는 것에는 나의 모습도 바라보지만 상대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이야기가 중요하지만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도 들어 있습니다.
나만을 위한 방에 들어가면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고민하지만, 서로에게 열려 있는 방에 들어가면 나와 너에게서 나오는 빛이 몇 배가 되어 서로를 밝혀 줍니다.
그러니 누군가를 떠올리며 쓰는 편지 안에는 얼마나 많은 반딧불이들이 춤을 추고, 조절조잘 강물들은 흘러갈까요..

 

 

 

얇은 책 하나에 수많은 기억들이 나타났다가 스러집니다.
편지로 해결하려다가 낭패를 본 일도 떠오르지만, 그래도 내게는 편지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사는 따뜻한 담벼락 하나를 얻은 것만 같습니다.
두 시인의 투명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들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답니다.
내일은 담백한 편지지 하나를 사야겠습니다.
들꽃이 그려져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좋겠지요.
바람 따라 날아갈 그 편지엔 당신이 거기 그렇게 있어 감사하다고 쓰고도 싶습니다.
한 마디 더.
제 마음을 울린 문구는 나희덕 시인의 편지에서 인용된 것이었는데, 천양희 시인의 <뒤편>이라는 시에 대한 문태준 시인의 단상이라네요.
등을 많이 생각했던 몇 년 전이 떠오르며 그 등을 안아주던 시를 꽤 썼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그 등을 서로 안아주는 일이 당신과 나에게도, 편지를 주고 받는 많은 이들에게도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은 뒤편을 감싸 안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뒤편에 슬픈 것이 많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마치 비 오기 전 마당을 쓸듯 그의 뒤로 돌아가 뒷마당을 정갈하게 쓸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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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법정.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

        -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 여백



* 일단 출판사의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여백이란 나의 공간을 줄이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으니까요.
나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독자의 생각에 귀를 열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불교계의 거장이었던 법정 스님과 가톨릭의 깊은 영성을 추구했던 최인호 소설가의 만남을 회고하며 쓴 이 글은, 결국 두 분이 모두 죽음의 문을 열고 들어간 이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재미있는 것은, 최인호가 질문을 해도 그 대답을 그가 더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법정은 말이 아닌 여백으로 그가 거한 시간과 공간을 채웁니다.
짧은 시간,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던 자들이 만나 속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떠했을까요..
저도 실은 글이 말보다 훨씬 편한 사람이랍니다.
글에선 수다스러워도 실제 만나면 말주변이 없어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는가, 심심한 사람을 마주보며 의아해지는 것이지요.
젊은 날엔 그 여백을 보이는 것이 싫어 억지로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오는 길은 급조된 수다로 더 허탈해지기도 했지요.
어느 때엔 나보다 더 침묵에 익숙한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다려주지 못하고 그 빈 곳을 채우려고 안달이 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언어로 채워야 하는 벽이 있는가 하면 침묵으로 알아가야 하는 방이 있고, 대화자들의 세계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발견하는 광야에 뚝 떨어져서 서 있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그런 점에서 최인호와 법정의 대화는 내용 이전에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보게 합니다.
내용은 우물 속의 깊은 맛까지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읽다 보면, 아..법정의 책 한 권을 빌려와야겠구나, 최인호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구나, 그런 생각을 들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역시 여백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삶에서 죽음까지, 종교와 생각의 깊이, 글쓰기와 시대 정신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놓는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더 살갑게 사랑하고 싶어지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법 말들이 많은 공간에서 거했답니다.
나와 섞이는 말이 많지 않은 곳에 같이 있으면서도 그 말들이 떠돌아다니는 모양을 보노라면, 한 편으로는 따뜻한 봄볕같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서늘한 가을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도 같습니다.
'수직적인 관계가 연상되는 베풂보다는 수평적인 느낌이 나는 나눔이란 말이 더 좋다.'
'외로움은 옆구리로 스쳐 지나가는 마른 바람 같은 것이다. 그 바람을 쏘이면 사람이 맑아진다.'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은 나다운 내가 되고 싶다.'
'느리게란 시간의 낭비가 아니라, 분주하면서도 사고와 의식은 모든 것을 관찰하는 충분함을 의미한다.'
오늘 내 곁에 떠돌던 말들보다 지면을 통해 내 곁에 다가온 이 말들이 더 나를 들여다보게 합니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이 지지 않는 것을 느끼는 삶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꽃이 피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거나 알아주지도 못하고 빨리 걷던 걸음은 또 얼마나 많았던지요..
새해엔 조금 더 여백을 가지고 만나야겠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생명이든 사물이든 무엇이라 이름짓기조차 힘든 것들이든..
겨울해가 짧습니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서 새롭게 시작된 한 해의 둘째날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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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글쓰기 프로젝트
(사)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지음 / 삼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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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

                     -(사)성매매피해여성센터 살림 엮음 / 삼인

 

 

 

오래도록 읽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들은 주로 내용이 내게 벅차거나 몰입하기 어려워 쉽게 읽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내용도 쉬운데 오래 붙들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그것은 걸어온 삶이 힘겨운 이들의 이야기일 때 그렇습니다.
이 책도 그랬지요.
내용은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성매매 피해자들이 그 자리를 뛰쳐 나와 새로운 삶을 꿈꾸도록 돕는 단체인 "살림"에서 그들을 위한 글쓰기 치유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 과정이 담겨 있고, 그들의 힘겨웠던 싸움이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기록이라 할 때엔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나의 상상이나 생각을 펼쳐 놓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일어났던 실제의 일들을 기억하고 다시 떠올려 적는 작업은 그 때에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다시 겪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통을 마주 보고 그 고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만 극복이 되는 과정, 그것이 치유라는 이름의 진정한 모습이라면, 우리 곁에 쉽게 다가오는 치유란 얼마나 말랑한 부분만 내어놓는 일인가,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이 책은 '성매매'라는 말부터 우리의 눈을 불편하게 합니다.
성이라는 매개체를 단지 사고 파는 일로 전락하는 일이며 그곳에는 사랑이란 이름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이에선 성을 기쁨으로 누리지 매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사는 자나 파는 자나 성이라는 것을 단지 유흥으로만 생각할 뿐 진지하고 고결한 것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거기에 '피해자'라는 단어가 다시 붙습니다.
피해자라면 가해자가 있다는 말이고, 그것은 어느 한 면, 그러니까 성을 돈으로 사서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던 이들만을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대부분 불우했으며, 그들의 선택은 살기 위한 본능으로 어쩔 수 없이 걸어야만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들을 다 합리화시킬 수도 없다는 것을 그들 자신도 압니다.
그들은 그것을 거부하고 자신을 더 사랑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자신에게 그런 엄청난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본인들도 몰랐던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누구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는가 묻는 자리에서 그들은, 자신들처럼 쉽사리 선택하기를 바라지 않는 청소년들이나, 왜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고 때렸는지 원망도 많이 했던 부모들이거나,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업주들이거나, 그 자리에선 도저히 빠져나올 수도 없고 그리 나와도 이 세상에 적응해서 살 수 없을 것이라 미리 포기한 또 다른 동료들을 기억해 냅니다.
피해의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오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
경찰도 한 패라고 생각한 그들에게 가서 지금껏 있었던 일을 다시 말해야 하고, 여태 동료라고 토닥이며 같이 살았던 이들과 대치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결국 그 일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는 일임과 동시에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버려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에게도 오해의 날이 길었던 때가 있었지요.
그들은 잠깐의 편함을 위해 그들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니겠는가, 돈을 따라 갔든 욕망을 따라 갔든 그들이 자처한 길이 아니겠는가, 했던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표현한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들에 대한 폄하의식이 당연하다고까지 여기기도 했지요.
그러나 온순하게 자라 온실 같은 보호를 받으며 살아온 내게 그들을 내 잣대로 평가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가 그들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나는 집을 뛰쳐 나가지 않았을까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없을 때 나이 어린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얼마나 많을까요.
산부인과 의사임에도 일부러 가장 약한 그곳을 헤집어놓는, 내 돈을 냈으니 너는 지금부터 사람이 아니라 내 스트레스 해소용일 뿐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 틈에서 과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을까요.
분명히 하루 종일 빚을 끄기 위해 일했는데 계산을 하면 본인도 모르는 빚들이 쟁여져 있을 때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너무 쉽게 너의 인생은 네가 선택했으니 네가 책임지라고 우리는 말해왔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런 생각을 은밀하게 숨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픈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아픔을 원해서 소유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아픔을 당한 이에게 당신이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 말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일들을 자신을 방어하는 방향으로 합리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들을 자신이 다 떠 안고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은 아닐 것입니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 그러나 그 평범함을 누리는 이들은 의외로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해 쉽사리 지나친다는 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아픈 이들을 품을 수는 없어도, 그들의 아픔을 비난하는 일을 쉽사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그런 고백을 합니다.
 "그냥,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랬구나, 그랬겠구나' 하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다시 자신을 위해 새로운 꿈을 꾸고 일어나는 그 길은 쉬울까요.
더 많은 상처와 위축감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딛을 때, 첫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그런 마음의 응원이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연은 다 다르겠지만 자유를 찾아, 아니 이미 자신 안에 있던 자유를 발견하는 그 걸음이 혹독한 세상의 시선에 지레 사그러들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 제목이 너무 시립니다.
봄을 산다며 좋아하는 이도 있지만 그들은 단지 겨울을 파는 것이라 한다네요.
그들의 꽃이라 여긴 것들은 실은 그들의 눈물인 것입니다.
그들도 자신만의 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 있는, 따뜻한 봄날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 "한 번의 손 뻗음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한 번의 손 뻗음으로 사람의 인생이 바뀌니까 그걸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p125)

 

* "이제 깨달았다. 절박함이 사람마다 틀리고 헤쳐나가는 방법이 틀리다는 것을. 난 그 절박함을 기회로 여긴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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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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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
               - 고코로야 진노스케 / 예유진 옮김 / 샘터

 

 

제목부터 달달한 책을 선물로 받았답니다.
너무 노력하지 말라니...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요?^^
지은이는 자신을 '성격 리폼 심리 카운슬러'라고 소개합니다.
자신의 이름 앞에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고 싶어하는 우리의 욕망을 향해 싱긋 웃듯, '성격 리폼'이라는 말이 제게 먼저 웃음을 건네주었습니다.
내용은 정말 쉽고도 단순합니다.
그다지 몰입력이 좋지 않은 저도 지하철을 타고 다녀온 네 시간 만에 뚜껑을 덮었습니다.
주제를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다이아몬드는 애써서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반짝거린다"라고나 할까요.
무조건적인 게으름이나 포기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가치 있고 대단하다는 것을 먼저 깨닫고 인정하자는 주장이 깔려 있지요.

 

 

제겐 두 딸이 있답니다.
한 아이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언제나 더 자신을 평가합니다.
"엄마, 내 발은 내가 봐도 이쁜 거 같애. 그치?ㅋㅋ"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봤어? 오늘 따라 더 이쁘네~ㅎㅎ"
공부도 중간 정도에 키도 날 닮아 자그마한 이 아이는 그다지 큰 꿈도 없지만 또 그렇게 자신을 내리누르는 고민도 없습니다.
오늘도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불러모아 '떡볶이 맛이 안 나는 떡볶이'를 대접하며 즐거워합니다.
또 한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더 많이 상냥하고 공부도 잘 합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도 많고 또 재능도 제법 여럿 보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언제나 자신이 없습니다.
스스로 이쁘다고 말하곤 이내 쑥스러워하고, 자신은 잘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똑같은 선에 서 있어도 행복을 느끼는 차이가 벌어집니다.

 

 

저도 청소년기에는 자신감이 심하게 적었답니다.
위 아래의 형제들은 나에 비해 공부를 너무 잘했고, 외모는 누군가에게 인상을 남길 만하지도 않았습니다.
재미 있어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도 못하고, 똑똑해서 자신의 앞길을 당당하게 걸어가지도 못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답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다이아몬드이다"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고 대단해보이는 사람만이 다이아몬드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신은 이미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렇게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지으셨다는 것이지요.
누군가에게 그런 평가를 받기 이전에 나는 이미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빛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빛이 난다는 것을 알리려고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그 빛을 내뿜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빛을 발견하는 것이, 자신 안에 이미 존재하는 단단한 자신을 발견한다면 우리를 상처 입게 하는 것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진다는 것이지요.

 

 

달팽이처럼 느리고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 잘 나오지 않던 저는 꽤 어른이 되어서야 제 빛을 발견하였답니다.
그래서 느릿느릿 기어가도 아주 가끔은 불안해지지만, 대부분은 그러한 나를 이해하고 나 스스로 위로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힘들었지?
천천히..그렇게 가도 돼..
누군가에게 너를 꼭 새겨야 하는 건 아니잖아?
너는 너의 길을 가렴..즐겁게..감사하게..
그렇게 말하다 보면 주저앉았던 무릎이 다시 펴지기도 하고
나를 흠뻑 적셨던 눈물이 마르기도 합니다.
그대도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지금 그대로도 이미 대단하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반짝반짝 빛이 난답니다.

 

 

♥ 열심히 하지 않아도 당신은 대단해요.
쉬고 있어도 시간은 소중하듯이.
보이지 않아도 음악이 위로하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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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베어 카르페디엠 7
벤 마이켈슨 지음, 정미영 옮김 / 양철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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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릿베어 >


       - 벤 마이클슨 / 정미영 옮김/ 양철북 

 

 

 


 
"이거 이번 방학 때 필독서인데, 읽다가 몇 번이나 던져버릴 뻔 했어."
"왜?"
"아니..주인공이 너무 못돼서 나도 모르게 막 화가 나는 거야."
딸과 이야기하면서 도대체 얼마나 못된 모습으로 나오면 같은 또래인 아이가 보아도 불끈 주먹이 쥐어지는 것일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벌을 받기 위해 감옥이 아닌 섬에 갇히게 되는데, 그건 인디언들의 방식을 가지고 온 거래."
이쯤에선 호기심이 증폭되었지요.
인디언들의 방식들 중 우리에게 전수되지 않아 아쉬운 것들이 많다고 여기는 저로선 더 구미가 당겼답니다.
"도서관에 몇 번이나 갔는데 책이 없더라구. 애들이 계속 빌려가서 잘못하면 방학 동안 못 읽을 것 같.."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가 먼저 제안을 했지요.
"그럼 엄마가 중고로 사줄까? 나도 읽고 싶어지는걸~."
"ㅋㅋㅋ 그럼 좋구~~."
그렇게 구입했던 이 책을 딸이 먼저 읽었습니다.
"나중엔 읽다가 울었어. 이 책 너무 재밌던데~^^. " 


 
자신도 인생의 피해자라고 여기는 콜 매슈스는 깊이 스며들어 어찌할 수 없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같은 반 친구인 피터 드리스갈을 죽지 않을 만큼 때립니다.
그 전에도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던 전력이 있는데다가 이번엔 생명까지 위협하였으니 그 죄는 아주 무거워졌지요.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때, 콜을 돕던 인디언 보호관찰관 가비와 인디언 영감님인 에드윈의 노력으로 '원형평결심사'라는 것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자연을 통한 치유를 목적으로 하며,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통로임을 배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감옥만은 가고 싶지 않은 콜은 남들을 속여서 그 섬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탈출을 계획하였지만 뜻밖의 스피릿베어를 만나는 일이 벌어지고 자신의 생명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그 과정이 청소년이 깨닫기엔 조금 진행이 빠른 감도 없진 않지만, 한 인격으로서의 깨달음에 나이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그리 어색한 일도 아니겠지요.
일 년 반의 섬 생활을 통해 서서히 변화해가는 콜을 통해, 그리고 몇 달간 섬에서 같이 지내게 되는 피터와의 생활을 통해, 진정한 치유란 무엇이며 화해의 길을 위해 모색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사람을 염두에 두며 읽었답니다.
물론 제 딸이지요.
같은 나이를 지내는 딸을 생각하며, 어느 부분에서 용서가 되지 않았을지 또 어느 부분에서 가슴 뭉클하게 콜의 인생을 받아들였을지 마음을 기울이며 같이 따라가는 여행이 되었답니다.
내가 나를 용서하였다고 용서가 된 것인가, 신이 나를 용서하였으면 된 것인가, 우리가 어떤 크고 작은 상처들을 만날 때마다 되짚는 질문들이기도 합니다.
가해자도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그 둘의 관계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한 채 멀어지는 경우도 많은 수많은 상처들을 만납니다.
화해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일시적인 치유가 아닌 온전한 치유는 맛볼 수 있는 것일까요..
살아가면서 아주 조금 깨닫는 것은, 콜의 고백을 들으며 저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투명인간처럼 몸뚱이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존재 그 자체를 의식하고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인식할 수 있는 사고의 범주를 초월하는 본능과 감각의 세계에 동물들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어떻게 그 소란스럽고 숨쉴 틈 없이 분주하게 돌아가는 광포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지우고 차분하게 가다듬지 못해 그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는 기회를 놓치는 걸까? * 


 
바람이 차갑습니다.
오늘은 곳곳에서 눈이 내렸지요.
사람들이 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것을 하얀색으로 덮어준다는 것일 겝니다.
그리고 또 떠올리는 것은 그렇게 덮어주면서도 본래의 있는 것들을 없애지는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내가 누군가를 품는 것이 그를 지우고 나로 채우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화해와 치유의 자리에도 나의 입김을 남기려고 할 때엔 더 멀어지는 것도 경험합니다.
미국에서 원형평결심사라는 것을 도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또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화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어른들을 위한 배려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원형평결심사 #화해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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