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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의 역사 -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 나타난 인간의 나체 이해 방식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전혜정 옮김 / 에디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참 읽으면서 골치가 아픈 책이었다. 사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그렇게 읽는데 오래 걸릴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수치심에 관한 미시사에 대하여 이렇게 자세하고 복잡하게 기술하다니 놀랍다.
이 책은 일상생활과 예술 세계에 나타난 나체 상태에 대한 인간의 이해 방식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체계화한 책이다. 그래서 각각의 부분만을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상 생활에서의 수치심과 예술적 재현에서의 수치심으로 분류하여 이 속에서 또 세분화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치심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로베로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의하였다.
첫째, 성적 행위를 행하거나 생각하거나 목격하게 될 때 인간이 느끼는 부끄러움, 곤혹감, 그런 감정을 느끼는 지속적 성향이다.
둘째, 자신의 품위가 금기시한다고 여겨지는 것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곤혹감이다.
이것은 신체적 및 성적 수치감과 감정의 수치감으로 수치감을 분류하는 것이다. 신체적 및 성적 수치감의 경우 대부분의 인간에게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정의 수치감의 경우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것이 수치감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수치감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가족 간의 혼욕이 인정이 되는 사회에서는 그것이 수치감이 되지 않지만 그런 것이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 가족간의 혼욕의 경우 수치감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치감이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되고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수치심이 포괄하는 영역은 여러 미묘한 차이 그리고 온갖 모순들과 함께 모든 시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각 개인은 동일한 문화 속에서 그 문화의 체계 전체를 자신 속에 지니고 있지만, 성향에 따라서 이런 저런 양상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치심의 역사를 관찰해보면 이러한 수치심은 순환적이면서 직선적인 경향을 나타낸다. 그래서 어떤 역사의 시대에서는 수치심에 대해 이를 순화시키는 정숙의 시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역사의 시대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관용의 시기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수치심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 특징으로 수치심을 정의하고자 하였다.
첫 번째로,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다. 즉, 예상된 부끄러움, 우리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허약함 혹은 금기이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미덕, 감정, 신체 부위를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은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공개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약점이라는 부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그 약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공개 되었을때 느끼는 수치심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공개되어 그런 것이 일반화 되다면 그 수치심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 역동적인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수치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비수치심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그래서 수치심과 비수치심의 끊임없는 내적 움직임 속에서 수치심이 생겼다가 소멸되는 것이다. 즉, 이러한 역동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수치심으로 굳어지게 되면 이러한 비수치심이 차지할 자리가 없게 된다.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필연성이라는 것이다. 모든 시대와 모든 나라에서 수치심과 비수치심의 균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어느 한쪽의 수치심이 생기게 되면 다른 한쪽의 비수치심이 생기는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수치심은 과연 어떤 것에 기인하는 것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수치심에 대한 방대한 역사적인 사실 또한 배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수치심이 좀 더 먼 미래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