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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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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심리학, 발달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 권위있는 상을 여럿 수상한 작가 브루스 후드 교수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단 하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 욕망은 정서 중추에서 발화되는 뇌과학적 현상이자, 진화학에서 동물과의 극명한 차이점으로 꼽는 특징이다. 법학과 법률 제도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기기도 한 소유욕이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오랜 시간 인간의 동기에 영향을 미쳐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소유'의 심리 매커니즘을 탐구한 최초의 보고서다.
이 세상 떠나는 순간 가져 갈 수 있는 물건이 있나요? 이런 질문에 난 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없다. 죽어서 가져 갈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욕망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끊임없이 원하고 있다. 평생동안 원하는 것을 다 갖고 살기에는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인간은 모든 것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걸까?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친구, 동료 등에게 경쟁심을 느끼곤 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 동료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남과 비교해서 재산이 조금이라도 더 있어야 하고, 처형의 남편보다 연봉이 최소 100달러라도 더 많으면 부자라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소유는 남보다는 더 내가 많아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를 부추긴다. 소유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다.
점유는 통제력을 제공하고, 이는 다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관건은 통제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물리적 경쟁은 큰 대가를 치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대결을 피해 위험을 줄이기 위한 특정 행동 전략이 발달했다. 그 전략중 하나는 자원에 대해 다툴 때 우위를 인정하는 '선점 규칙'으로, '우선권 규칙'이라 부른다. 가장 단순한 동물도 학습할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선점 규칙에 따라 행동하므로 이는 동물의 타고난 습관이다.
선점 규칙을 따르는 모습은 동물계 전반에 나타난다. 꽤 공격적인 수컷 나비는 짝을 유혹하기 위해 알맞은 곳, 즉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점유하려 기꺼이 다른 수컷과 싸운다. 수컷 나비는 먼저 발견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만 늦게 도착했다면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않는 동물이 있다면 약탈자에게 쉽게 빼앗길 것이며, 경쟁자가 공격적이라면 사납게 방어하는 상대와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선점의 우선권은 전 세계의 법률제도에서도 관찰되는 기본 원칙중 하나다. 이것은 법적 소유권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점유가 법의 9/10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점유자를 정당한 소유자로 가정하고, 반대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은 도전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과시할 목적으로 재산을 낭비한다. 굳이 과시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일정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이 가지려는 열망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주위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부유한지를 과시하기 위해 사치품에 돈을 쓴다.
과시 소비를 잠재적 배우자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으로 보는 생물학적 설명은 최근 연구로도 뒷받침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남성에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 후 다양한 신분 가치를 지닌 시계에 대해 평점을 매기도록 했다. 동물계에서 테스토스테론은 수컷의 다양한 번식 행동 및 경쟁, 지위 등과 관련된 사회적 행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는 소유의 힘을 통해 우리의 개인적 자아를 세계로 확장하고, 소유물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소유물의 상실이 우리에게 타격을 주는 까닭은 이것의 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상당한 정도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는 개인과 문화에 따라 다양하지만 우리는 모두 소유를 통해 어느 정도 자아감을 구성한다. 이것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우리의 동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좀처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만약 우리가 현재의 소유에 만족한다면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구의 설렘, 지위에 대한 욕구, 손실 예상의 파괴적 효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소유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충동 중 하나이며 좀처럼 이성에 호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다수가 자신은 욕망에서 자유롭다고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한다.
집에 책이 많다. 모두 내 소유욕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버릴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인지. 위에서 말한 적어도 너보다는 더 받아야 하고, 과시를 위한 사치를 하지 않더라도 소유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책은 사치품도 아니고 과시를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내 머릿속 허영심을 채울 존재라고나 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