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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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릴러 소설은 언제나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오늘 하루 종일 천천히 책을 읽었다. 쉬다가 읽다가 반복하면서. 나에겐 이것 또한 쉼이다. 스릴러라 그런지 머리는 쉬지를 못했다. 추리를 따라 가야 하니.

조엘 디케르의 책은 처음 접해 본다.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를 잇는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연작 소설의 마지막 완결편이라 봐도 될 듯 하다. 그 전에 미리 두 권을 읽어 뒀다면 이해가 더 빠를 듯 하다. 그래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내용에 잠깐씩 내용들이 등장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 더 재밌다.


사건의 시작은 1999년 4월 3일. 뉴햄프셔주 마운트플레전트의 스코탐 호수 주변 모래밭에서 곰에게 뜯기고 있는 젊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참가에 대비해 아침에 조깅하던 로렌이 여성의 시신을 물어 뜯고 있는 곰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를 한다. 곤봉에 강타당하고 목이 졸려 살해된 여성은 알래스카 샌더스이다. 미스 뉴잉글랜드로 선발된 이후 배우가 꿈이었던 알래스카는 마운트플레전트의 제이콥 주유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루이스 제이콥 씨는 늘 상냥하고 친절한 태도로 손님을 대하는 알래스카를 좋아했다.

알래스카의 죽음은 강력범죄 발생이 전혀 없었던 마운트플레젠트 주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뉴햄프셔주의 조용한 소도시 마운트플레젠트는 밤에도 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차 문도 열어 놓은 상태로 지내도 될 만큼 평화로운 도시였다. 이 곳 주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와 지문은 알래카스와 동거해 온 남자 월터 캐리와 그의 친구 에릭 도노반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수사를 맡은 뉴햄프셔주 경찰청은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매트 반스 경사를 현장에 투입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월터 캐리와 에릭 도노반을 조사하는 한편 범행 입증할 증거를 찾아 내기 위해 수사에 매진한다.

이 소설을 끌고 가는 주인공은 소설가 마커스 골드먼이다. 그는 작가로 성공을 거두고 이름을 알렸지만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과거 범죄 사건으로부터 11년이나 지난 시점에 재수사에 들어가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궁금하게 만든다. 현재 시점인 2010년과 과거 1999년 시점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를 서술한다. 1권에서 재수사를 하게 되는 시점이 430페이지부터니 그동안엔 여러 가지 일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다 읽을 때까지 누가 범인인지 나오지 않는다. 2부 410페이지를 가야 알 수 있다. 1부와 2부 합쳐 98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다. 1부에서 1999년과 2010년 사이를 오가며 정신을 쏙 빼놓으며 마치 다른 사람이 범인인냥 몰고가는 이야기를 400페이지 가까이 한다. 읽다가 지친다. 거기다 중간 중간 나오는 주인공 소설가의 책소개도 곁들여 하는데, 알고 보면 실제 작가의 출간된 소설을 섞어 놨다. 읽다보면 그 내용들은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2부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온다. 1부와는 다른 좀 충격적인 사실이 많이 밝혀진다. 오늘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출간일이다. 여기까지 읽고 싶으신 분들은 2부에 주목해 읽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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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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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책을 덮는 순간 소름이 쫘악~

'가위바위보'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넷플릭스 TV 시리즈로 영상화 예정이다.

드라마로 나오면 정말 보고 싶을 것 같다.

여기서 알고 가야 할 '안면실인증'

안면실인증이란,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나 장애를 말한다.

주인공 애덤은 안면실인증을 갖고 있다.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는 애덤과 그의 아내 어밀리아.

근데 들어 관계가 소원해진 애덤과 어밀리아 부부는

눈보라와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스코틀랜드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산간벽지 예배당에서 꼼짝없이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곳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밤새 계속된다.

시나리오 작가 애덤과 유기견 보호소 직원 어밀리아

결혼기념일마다 부치지 않는 편지를 쓰는 애덤의 아내

예배당 밖에서 이들을 은밀하게 지켜보는 로빈

중간 정도 읽을 때까지는

서로 소원해진 사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행을 통해 부부관계를 회복시키려는 것들이 보였다.

하지만 반전은 로빈이 등장하면서 바뀐다.

제목도 왜 '가위바위보'인지 나중에야 알게 된다.

비 오는 날 밤새 읽은 책.

꿈에서 붉은색 로브의 여인을 본 듯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다.

읽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트위스트 스릴러

'가위바위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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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 - 인간만이 갖는 욕망의 기원
브루스 후드 지음, 최호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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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심리학, 발달인지신경과학 분야에서 권위있는 상을 여럿 수상한 작가 브루스 후드 교수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단 하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 욕망은 정서 중추에서 발화되는 뇌과학적 현상이자, 진화학에서 동물과의 극명한 차이점으로 꼽는 특징이다. 법학과 법률 제도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기기도 한 소유욕이다. '우리는 모든 것의 주인이기를 원한다'는 오랜 시간 인간의 동기에 영향을 미쳐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소유'의 심리 매커니즘을 탐구한 최초의 보고서다.


이 세상 떠나는 순간 가져 갈 수 있는 물건이 있나요? 이런 질문에 난 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없다. 죽어서 가져 갈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욕망에 사로잡혀 무언가를 끊임없이 원하고 있다. 평생동안 원하는 것을 다 갖고 살기에는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인간은 모든 것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걸까?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친구, 동료 등에게 경쟁심을 느끼곤 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 동료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남과 비교해서 재산이 조금이라도 더 있어야 하고, 처형의 남편보다 연봉이 최소 100달러라도 더 많으면 부자라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소유는 남보다는 더 내가 많아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를 부추긴다. 소유는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다.


점유는 통제력을 제공하고, 이는 다시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관건은 통제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물리적 경쟁은 큰 대가를 치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대결을 피해 위험을 줄이기 위한 특정 행동 전략이 발달했다. 그 전략중 하나는 자원에 대해 다툴 때 우위를 인정하는 '선점 규칙'으로, '우선권 규칙'이라 부른다. 가장 단순한 동물도 학습할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선점 규칙에 따라 행동하므로 이는 동물의 타고난 습관이다.


선점 규칙을 따르는 모습은 동물계 전반에 나타난다. 꽤 공격적인 수컷 나비는 짝을 유혹하기 위해 알맞은 곳, 즉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점유하려 기꺼이 다른 수컷과 싸운다. 수컷 나비는 먼저 발견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만 늦게 도착했다면 공손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않는 동물이 있다면 약탈자에게 쉽게 빼앗길 것이며, 경쟁자가 공격적이라면 사납게 방어하는 상대와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선점의 우선권은 전 세계의 법률제도에서도 관찰되는 기본 원칙중 하나다. 이것은 법적 소유권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점유가 법의 9/10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점유자를 정당한 소유자로 가정하고, 반대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은 도전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과시할 목적으로 재산을 낭비한다. 굳이 과시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일정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이 가지려는 열망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주위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부유한지를 과시하기 위해 사치품에 돈을 쓴다.


과시 소비를 잠재적 배우자에게 감동을 주는 방법으로 보는 생물학적 설명은 최근 연구로도 뒷받침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남성에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 후 다양한 신분 가치를 지닌 시계에 대해 평점을 매기도록 했다. 동물계에서 테스토스테론은 수컷의 다양한 번식 행동 및 경쟁, 지위 등과 관련된 사회적 행동과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는 소유의 힘을 통해 우리의 개인적 자아를 세계로 확장하고, 소유물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과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 소유물의 상실이 우리에게 타격을 주는 까닭은 이것의 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상당한 정도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는 개인과 문화에 따라 다양하지만 우리는 모두 소유를 통해 어느 정도 자아감을 구성한다. 이것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우리의 동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좀처럼 놓지 못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만약 우리가 현재의 소유에 만족한다면 더 많이 가지려고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구의 설렘, 지위에 대한 욕구, 손실 예상의 파괴적 효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소유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충동 중 하나이며 좀처럼 이성에 호응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다수가 자신은 욕망에서 자유롭다고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한다.


집에 책이 많다. 모두 내 소유욕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버릴 수는 없다. 이 책을 읽고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인지. 위에서 말한 적어도 너보다는 더 받아야 하고, 과시를 위한 사치를 하지 않더라도 소유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책은 사치품도 아니고 과시를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내 머릿속 허영심을 채울 존재라고나 할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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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황시운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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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그는 우리들의 우상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때 우리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의 스타일과 빠른 템포의 랩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랫말이 좋아 흥얼거렸고 그를 모르면 간첩으로 취급받던 세대였다. 바로 서태지 키드. 그랬던 그가 얼마전 우리를 큰 충격에 빠뜨린 사건을 몰고 왔다. 그가 유부남이었고 그것도 톱스타인 이지아의 남편이었다니. 그의 입으로 모든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인지.


<컴백홈>(황시운, 창비, 2011)은 서태지를 우상으로 여기는 왕따 여고생의 유쾌하지만 잔혹한 가출기를 그린 소설이다. 비만, 따돌림, 미혼모 등 자극적인 소재를 디테일한 문체로 써 내려간 이 책은 제4회 창비소설상을 수상했다.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학생들을 지켜봤던 경험을 토대로 십대들의 생활방식이나 언어습관 등이 세세하게 나타나 있어 요즘 십대들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열일곱살 유미는 130키로가 넘는 거구의 여고생이다.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라는 별명이 붙은 유미는 학교 공식 왕따이다. IMF로 실직한 아빠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여 히스테릭한 엄마에게 매일 잔소리와 구박과 욕을 듣는다. 지은은 유미의 하나뿐인 친구지만 유미에게 상납을 요구하고 그것도 모자라 걸핏하면 자근자근 밟아대는 일진 패거리의 짱이다. 지은은 유치원 시절부터 말을 더듬는 탓에 왕따가 되어 유미와 단짝이 되었다. 지금은 화려한 외모와 깡으로 학교 짱이 되어 있지만 유미의 유일한 말상대이자 친구이다. 유미의 아픔을 알아주는 지은을 여전히 각별하게 느낀다.


유미는 절망에 빠진 사회적 약자인 자신에게 서태지가 유일한 희망이다. 자신에게 가혹한 고통만을 강요하는 현실에서 서태지는 달에서 왔을 거라 확신한다. 서태지와 같이 달로 가기 위해 유미는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거식증에 걸려 죽은 이들의 이야기가 간간히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거식증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죽음에까지 이를까? 생각했는데 아주 무서운 병이었다. 거식증에 걸린 유미가 미친듯이 먹고 다시 토하고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그러다 유미가 죽는 건 아닐까 안쓰러운 마음마져 들었다. 왕따에 폭력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생활하는 유미가 가출하여 새로운 ‘둥지’에 들어간 것은 아마도 잘한 일인 것 같다. 그래도 컴백홈할 날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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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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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막걸리 한잔에 파전이 생각난다. 술을 마시진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김려가 시를 읊으며 나와 막걸리 대작이라도 하듯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김려의 멋진 문장에 매료되어 취해간다.  

 

'그리워 하다 죽으리'에서 김려를 처음 만났다. 김려와 기생 연화의 사랑 이야기는 구구절절하면서도 애절하다. 김려가 연화에게 보낸 글은 멋졌다. '그리워 하다 죽으리'는 김려의 사랑이야기라면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설흔, 창비, 2011)는 그의 친구 이옥과의 우정과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김려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 같아 김려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임금의 눈 밖에 나 유배까지 다녀왔지만 논산의 현감이 되어 유유자적 생을 보내던 김려에게 어느 날 불쑥 낯익은 청년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성균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 이옥의 아들 우태였다. 한밤중에 아낙들을 모아놓고 글을 읊어주던 우태는 김려의 글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최참판에게 걸려들어 붙잡히게 된다. 그로 인해 지난 날을 떠올리며 이옥의 글과 자신의 글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 김려는 우태를 옥에서 풀어줄 묘안을 강구한다.

 

18세기에 살았던 김려의 이야기이다. 작가 설흔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김려를 새롭게 부활시키며 오늘의 이야기처럼 되살려 냈다. 책에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고집 센 두 문인의 개인사를 흥미롭게 접근하여 그들만의 문학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제 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과 묘사는 김려가 지금 현재를 우리와 같이 살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김려는 친구 이옥의 글을 엮어 문집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전했다. 김려가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옥의 글은 우리 문학사에 남지 못했을 것이다. 정조의 눈밖에 나 유배를 가게 되었을 때도 이옥과 김려는 뜻을 저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글쓰기에 평생을 바쳤다. 김려는 유배를 가면서도 글을 놓지 않았고 매일 매일 일기를 쓰듯 글을 적어 나갔다. 이옥의 글에서는 궁상맞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참으로 묘사가 뛰어난 글이었다. 시장을 묘사한 글이었는데 왜 그런 글을 임금이 싫어했을까 했는데 이것이 소설적인 문체여서라고 했다. 쓸데없는 묘사에 많은 시간과 종이와 먹과 붓이 아깝다는 김려. 그래서 임금이 싫어했단 말인가.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김려를 알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그가 내 친구인냥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그만큼 친근한 느낌으로 김려를 만났다. 그의 글을 읽으며 멋진 문장에 탄복하고 우정과 사랑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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