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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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막걸리 한잔에 파전이 생각난다. 술을 마시진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김려가 시를 읊으며 나와 막걸리 대작이라도 하듯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김려의 멋진 문장에 매료되어 취해간다.  

 

'그리워 하다 죽으리'에서 김려를 처음 만났다. 김려와 기생 연화의 사랑 이야기는 구구절절하면서도 애절하다. 김려가 연화에게 보낸 글은 멋졌다. '그리워 하다 죽으리'는 김려의 사랑이야기라면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설흔, 창비, 2011)는 그의 친구 이옥과의 우정과 삶을 그린 이야기이다. 김려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 같아 김려가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임금의 눈 밖에 나 유배까지 다녀왔지만 논산의 현감이 되어 유유자적 생을 보내던 김려에게 어느 날 불쑥 낯익은 청년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성균관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 이옥의 아들 우태였다. 한밤중에 아낙들을 모아놓고 글을 읊어주던 우태는 김려의 글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최참판에게 걸려들어 붙잡히게 된다. 그로 인해 지난 날을 떠올리며 이옥의 글과 자신의 글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 김려는 우태를 옥에서 풀어줄 묘안을 강구한다.

 

18세기에 살았던 김려의 이야기이다. 작가 설흔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김려를 새롭게 부활시키며 오늘의 이야기처럼 되살려 냈다. 책에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고집 센 두 문인의 개인사를 흥미롭게 접근하여 그들만의 문학세계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제 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대상을 수상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과 묘사는 김려가 지금 현재를 우리와 같이 살아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김려는 친구 이옥의 글을 엮어 문집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전했다. 김려가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옥의 글은 우리 문학사에 남지 못했을 것이다. 정조의 눈밖에 나 유배를 가게 되었을 때도 이옥과 김려는 뜻을 저버리지 않고 자신만의 글쓰기에 평생을 바쳤다. 김려는 유배를 가면서도 글을 놓지 않았고 매일 매일 일기를 쓰듯 글을 적어 나갔다. 이옥의 글에서는 궁상맞음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참으로 묘사가 뛰어난 글이었다. 시장을 묘사한 글이었는데 왜 그런 글을 임금이 싫어했을까 했는데 이것이 소설적인 문체여서라고 했다. 쓸데없는 묘사에 많은 시간과 종이와 먹과 붓이 아깝다는 김려. 그래서 임금이 싫어했단 말인가.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김려를 알게 되어 너무나 기뻤다. 그가 내 친구인냥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그만큼 친근한 느낌으로 김려를 만났다. 그의 글을 읽으며 멋진 문장에 탄복하고 우정과 사랑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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