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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백은별 장편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바른북스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한부>
작품 소개
- 제목 : 시한부
- 작가 : 백은별
- 출판 연도 : 2024년 1월
- 출판사 : 바른북스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312쪽

<작가 소개>
<개인적인 생각>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누군가는 조용히 자기 자신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나 이번 크리스마스에 죽을 거야." 첫 문장처럼 단호한 선언이지만, 책을 덮고 보니 이것은 끝의 예고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신호탄처럼 들렸다. <시한부>는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라기보다, 죽음의 언어로 가까스로 자기 마음을 설명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사춘기라는 터널은 늘 어둡게만 기억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어둠은 음울한 장식이 아니다. 15살 수아와 윤서는 '우울'과 '자살'이라는 단어로만 묶어버리기엔 너무 구체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들이다. 그들의 하루는 교실의 소음, 복도 끝의 형광등 깜빡임, 집에 들어섰을 때 공기 냄새 같은 디테일로 엮여 있다. 백은별 작가는 그 미세한 결을 잡아당겨 우리의 시야에 올려 놓는다. '철없는 투정'으로 치부되던 감정들이 얼마나 무겁고 물컹한 실체였는지, 페이지마다 손에 묻어나는 느낌이다.
이 소설의 미덕은 '단일한 서사'를 거부하는 데 있다. 주인공 둘의 그림자만 따라가도 이야기는 충분히 굴러가겠지만, 작가는 주변 인물들에게도 각자의 체온을 나눠준다. 같은 교실, 같은 복도, 같은 버스를 탄다고 해서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그래서 이 소설은 청소년 우울을 진단서처럼 들이대진 않는다. 대신 인물들의 서로 다른 초점 거리로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우리가 놓치고 살던 표정, 말끝, 눈동자의 흔들림을 오래 비춘다. 거기서 알게 된다. 말하지 못한 것들이 사실은 가장 큰 소음이었다는 걸.
이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연습을 하게 된다. 판단을 잠깐 미루는 연습. '왜?'라고 묻기 전에 '어디가?'라고 묻는 연습.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조용히 바꾸어본다. 선물과 불빛의 계절이 아니라, '여기까지 온 너를 안아주는 시간'으로. 자발적 시한부를 선언한 아이들이 사실은 자발적 생존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조금 늦게야 이해하게 된다. 그들이 바란 건 구원이 아니라, 증명 없이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었다는 걸.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어른을 위한 거울이다. 교실 밖에서, 집 안에서, 직장에서, 우리가 얼마나 손쉬운 낙인과 통계를 방패 삼아왔는지. 그러니 <시한부>는 누군가의 절망을 소재로 한 소설이 아니다.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껴안는 법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성장 기록인 것이다.
죽음을 선택한 아이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시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