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이건 스탠드 얼론이건 제프리 디버는 대결구도 플롯을 고집한다. 보통 형사나 탐정같은 캐릭터를 가져다 쓰는데, 디버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흔한 설정은 하지 않는게 매력이다. 이번에는 문서 감정가와 무차별 학살범의 대결이다. 디거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공범이 죽어버려, 이제 폭주하는 디거를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오로지 죽은 공범이 남긴 협박장 하나만으로 디거의 정체와 범행 동선을 파악해야만 한다. 진짜 흥미롭지 않은가? 단서는 불투명하기만 하고 계속해서 다가오는 학살시간의 급박한 상황을 아주 아주 하드보일드하게 일궈냈다. 그리고 초반에 링컨 라임이 까메오로 잠깐 출연한다. 비록 전화통화일 뿐이지만 존재감은 대단하다.제프리 디버의 소설은 재미도 보장하지만 항상 배울 점이 많은데, 단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정도가 아니라 또다른 우주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다작을 하면서도 항상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과, 전문성을 고루 갖추어 독자의 마음을 훔친다. 또한 그의 글들은 매우 입체적이어서 마치 잘 만들어진 보디빌더의 몸을 감상하는 기분이 든다.그러고보면 세계적 거장들은 거의 50~60년생이던데, 그 시기에 인재란 인재는 전부 쏟아져 나와버린걸까. 요즘 젊은 작가들 속에선 이런 대형 작가의 기질이 많이 보이질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범죄소설을 많이 읽다보면 FBI나 CIA가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현실에도 그런가?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소설, 영화들이 미국기관의 수준을 실제보다 높여놓은 것은 아닐까?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지?
이 책 역시 많이 흔들리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아프니까 청춘이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같은 진짜 뭣 같은 말들과는 달리많이 힘들고 고달픈 우리 세대에는 같잖은 위로보다이런 공감해주고 편 들어주는 글들이 더 와닿는다.어릴 때는 꾸중이나 회초리정도가 무서움의 전부였는데어느새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무서워하고 있다.그렇게 쉽사리 도전도 안하고상처받지 않으려 자신에게 벽을 세웠다.잘하든 못하든 남들에게잘 보이기 위해서만 살다가 문득 돌이켜보면이리 저리 치여서 상처투성이된 자신을 발견할 때,모두가 똑같은 입장인데 누가 나를 위로해주겠는가.일부러 힘 낼 필요는 없다.힘들 땐 쉬었다 가면 되는 것이다.
이 시리즈도 어느새 6권째로 접어들었다.허나 아직 전권 중 절반도 못 읽었다는 사실.이 작품은 큼직한 액션보다는 법정과 언론에 대한싸움과 미국의 인종주의적 편견을 크게 다루고 있다.그래서 확 다이나믹한 건 없지만너무 재미있게 흘러간다.마치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다는프링글스 광고 문구처럼 말이다.출근 따위 잊어버리고 새벽까지 읽은건이 책이 처음이었다.이번 편은 소재가 초압권이라 볼 수 있는데,경찰국만을 상대로 소송하는 인기 많은흑인 변호사가 살해되었다.이것은 모든 경찰들이 용의자가 되었음을 뜻하며,시민들은 경찰국에게 적대심을 보이고,보슈는 모든 동료를 의심해야만 하는골치 아픈 사건의 담당을 맡게 된다.역시나 온갖 권력들의 간섭으로 인해똥으로 된장을 만들어버리는 수사가 되고언론들은 그 똥된장을 원하고 있다.보슈는 늘 뭔가에 결핍되있는 캐릭터이다.그래서 사랑도 사건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으로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는다.왜 작가는 주인공을 이처럼 혹독하게 몰아가는지 참.이전까지보다 디테일이 늘어서혹자는 지루해할지도 모르겠다.나도 성격상 지루함을 못 견디는데 이번엔장면마다 곱씹으며 읽을 정도로 흠뻑 매료되었다.그나저나 부패해져만 가는 경찰국을보슈가 과연 언제까지 참을런지.Fire in the Hole !
정신과 의사인 김병수씨와,그의 환자 김동영씨의 치료내역서 같은 내용이다.정신병 환자는 비단 진단을 받은 사람만이 아니다.이 시대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환자인데단지 가면을 쓰고 살아갈 뿐.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것이 비참하게 보일까,멀쩡한 척 해야만 하는 모순에서어떻게 헤어나올 수 있는 걸까.내 멘탈은 금강석으로 이루어진 줄 알았는데,바람 불면 무너지는 모래성이었던 모양이다.이런 심정을 뒷받침 하듯이 본문에서도 인간은모두가 불량품이라서 고쳐질 일은 없다고 하였다.그러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사실은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결코 아니니까 안심하도록 하자.제멋대로 살아온 개인에게규칙이나 시스템은 누구나 어려운 일이다.나 자신의 문제점을 알지만이것을 바꿀 의지력도 약하고,게으름과 많은 변명들로 실천은 하기가 싫을 것이다.언젠가는 바뀌겠지 하는 생각은 하면서 말이지.그러나 모든 계획과 실천에는이성과 판단이 중요한게 아니라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는 문제일 뿐이었다.늘 그랬듯이.우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병이나 부정적인 습관과,퇴폐적인 생각들이 남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궁금해 한다.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들은재즈 음악처럼 정답이 없는 것이라서그만큼 환자 입장에서는기대고 의지할 데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끝까지 읽어봐도 김동영씨의 병이나아졌다는 내용은 없었다.책을 덮고 난 후에도 내 주변에 정신적 환자를동정할 것인가, 기피할 것인가.개똥벌레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쓰라린 가슴 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산문집 중에서도 아주 간만에 별 다섯개 작품을 읽었다.주철환 프로듀서가 쓴 책인데 방송계에서는꽤 유명한가보다. 암튼.이 분 문체가 일기와 칼럼의 리믹스 형식이라힘도 있고, 가독성도 좋고, 전달력도 아주 나이스하다.솔직히 요즘 에세이나 산문집들은어거지로 공감대 형성하려는게 심해서 맘에 안드는데이 피디님은 공감 수준이 아니라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뿌리깊은 삶의 근본이 느껴졌다.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실력이 늘 기회가 온 것이란 말.굉장히 세게 다가오는 내용이었다.드라마를 보면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경우를많이 볼 수 있는데 요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오히려 스스로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탓하며셀프 비교질들로 자괴감에 젖어 산다.행복은 늘 가까이에 있다고 하지만전혀 실감조차 못 할 인생 가운데‘이런 긍정 에너지를 어떻게 가지란 말이냐‘에 대한 대답들이 이 책 안에 다 들어가 있다.딱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치관과 성향을 가진피디의 글로써 이대로만 산다면 나이를 먹어도즐거울 것 같긴 하다.나는 늘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편이라고 생각해왔다.무엇이 창조적인지는 저마다 생각이 다르겠으나분명한 건, 묵묵히 시간을 견디는 자여야예술가 또는 장인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한다.그리고 그 고난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깨달음을 가져다 준다고도 말한다.힘들 때마다 유튜브에서 마인드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다시 한 번 지푸라기를 잡곤 하는데,사회생활 하면서 자존감 지키기란 참 어려운 것만 같다.그래도 오늘은 내 남은 생에서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니 기분은 좋아진다.참 좋고 유익한 글이 너무 많아 다 적질 못하니기왕이면 눈으로 직접 보기를 추추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