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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몰자의 날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6 ㅣ 미치 랩 시리즈 5
빈스 플린 지음, 이영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슬럼프 걸렸을 때 읽으려고 계속 미루다가 어느덧 5년이나 지나버린 미치 랩 시리즈. 오랜만에 읽는데도 어색하지 않고 여전히 폭발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스릴러소설 마니아로써 여러 가지 시리즈물을 봐왔지만 그중에 가장 원탑은 빈스 플린의 미치 랩 시리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4편의 리뷰에 잔뜩 써뒀으니 참고해 주시고, 이번에도 촌각을 다투는 CIA 요원 미치 랩의 슈퍼 액션과 인내심 폭발을 다루고 있다. 너무 재밌어서 감탄사가 욕으로 나올 정도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빈스 플린은 천재다.
전편에 이어서 미국은 여전히 이슬람 테러집단과 대치중이다. 파키스탄의 한 산골에 위치한 알카에다의 지휘본부를 급습하는 미치 랩과 CIA 비밀부대. 그곳에서 워싱턴을 표적 삼은 핵무기 폭파계획 지도를 발견하고 초 비상사태가 된다. 핵폭탄을 실은 배가 이틀 뒤에 미국에 도착 예정인데, 무려 4대의 배가 각기 다른 주의 항구로 향하고 있었다. 이 내용이 혹여 언론에 퍼졌다간 미국 전역이 난리가 날 것이고, 이에 동요한 적들은 폭파 일정을 앞당길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들로 속전속결 판단과 승인이 필요한데, 대통령 곁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인간들로 애꿎은 시간만 날리고 있었다. 핵폭탄이 굴러다니는데도 밥그릇 챙기기 바쁜 정치인들에게 열뻗친 미치 랩은 수차례 팩트와 쌍욕을 박아버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그는 일전에 백악관을 공격한 테러범들에게서 대통령을 구해낸 영웅이었고, 이제는 전 국민이 떠받드는 화제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요 시리즈는 아주 그냥 안팎으로 사이다 액션을 보여준달까.
미치 랩은 강경하게 밀어붙여서 윗선의 승인들을 싹 다 생략하고, 어찌어찌해서 발견된 핵폭탄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 성공한다. 부디 그거 하나였기를 바랐는데 이슬람 아지트에서는 워싱턴 지도만 있던 게 아니었고, 그것은 또 다른 폭탄이 있음을 의미했다. CIA는 이슬람 최고 지도자가 직접 미국에 행차한 것과 그의 끄나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위치를 알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다. 도대체 이슬람이 어떻게 핵무기를 손에 넣었나 조사했더니, 러시아의 핵폐기물 장소에 가서 실험 실패한 잔해들을 긁어모아 만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정도로 미국에 대한 증오의 뿌리가 깊었던 이슬람이었다.
미국은 이슬람을 근절하려 했고,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을 빼앗는 일에도 지지했다. 이슬람은 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미국에 분개하여 워싱턴을 파괴하기로 했던 것. 그리하여 경제공황을 불러와 미국을 몰락시킨다는 혁명을 계획하였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모조리 멸절시키기 위해, 그들이 전부 모이는 메모리얼 데이 헌정식 행사를 노리는 이슬람 전사들. 그 행사에 참여한 우방국 고위들도 함께 죽이려는 이슬람의 집념이 정말 대단했다. 무조건 한 쪽 편만 들 수가 없는 게 정치라지만, 알라의 이름으로 살생을 외쳐대는 이슬람은 아무리 봐도 납득이 안되는 법이다. 죽음을 요구하는 신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이번 편은 솔직히 스토리 자체는 평범하다. 그럼에도 내공 빵빵한 핵꿀잼을 보여주었는데, 미치 랩은 눈엣가시인 부패 정치인들과의 전쟁을 완전히 끝내버릴 생각이었다. 바로 CIA 대테러센터를 관두는 식으로 말이다. 절반은 진심이었지만 이 액션으로 자신을 붙잡는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와 전시상황에서 개인 명령 권한을 따내면서 다시 요원 활동을 이어나간다. 누군가의 말대로 미치 랩이 질서를 어지럽히는 짐승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추진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미국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여튼 이번에도 대만족인데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내가 지금껏 읽어본 책 중에서 가장 오탈자가 많은 책이었다. 진짜 이건 편집자를 잘라버려야 할 판이다. 한두 개라야 그러려니 할 텐데 이건 그 수준이 아니다. 아주 오래간만에 나를 예민 보스로 만든 RHK에게 핵폭탄을 선물해주고 싶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