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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나 역시였던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이번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스릴러에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정통 스릴러는 역시 범죄/액션물 아니겠는가. 작중 배경인 LA에서는 온갖 살인사건과 부패정치가 들끓고 있으나 독자 된 입장에서는 그저 즐겁기만 할 뿐이니 쪼까 거시기허다.
해리가 무려 13년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던 미제 사건을 다룬다. 다년간의 형사 짬밥과 육감이 말해주는 실종 여성의 살해 용의자가 있었는데, 마침 붙잡힌 연쇄살인범이 자기가 죽였다고 자백하는 것이다. 변호사를 대동한 범인의 거래 조건은, 사형 면죄부와 피해자들의 정보 교환이었다. 권한이 없는 해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협상을 하고 범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범인을 따라 해리 일행은 시신이 묻힌 장소로 향한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느슨해진 틈을 타 도망치는 범인. 이 과정에서 경찰 두 명이 죽고 해리의 파트너도 총 맞고 생사를 오간다. 활개치는 범인과 죽어가는 동료 사이에서 패닉이 와버린 해리. 무엇보다 이 사태의 뒷수습을 어떻게 해야만 할까.
유일한 목격자가 된 해리는 증언을 위해 윗선에 불려간다. 그것도 여러 번 불려가는데 매번 받는 질문들이 묘하게 뭔가 숨기고 있단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시궁창 출신의 해리가 이런 구린내는 또 기가 막히게 잘 맡거든. 이번 사건의 담당 검사를 캐봤더니 해리가 점찍었던 용의자의 회사 직원들 명의로 검사에게 거액이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역시 자신의 촉은 틀리지 않았지만 저 X-Y의 빼박 관계를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읽다 보면 사태의 전말이 대강 보이는데 이걸 공론화 시킬만한 팩트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이 애간장 타들어가는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받아본 것 같다.
매번 그랬지만 유독 이번 편에서는 해리의 감정이 뒤죽박죽의 연속이었다. 가장 거시기 했던 점은 총 맞은 파트너가 살아난대도 경찰국에서 잘릴지 모르는데, 해리는 다시 만난 옛 연인과 깨소금 볶는 중이라 정신이 없다. 잦은 애정씬들이 차기작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였겠다만 그래도 과하긴 했다. 강제 자택근무를 하는 동안 자료분석을 하면서 수사 곳곳에 심어진 조작의 기미를 발견하고, 이것이 경찰과 범인의 짜고 치는 고스톱임을 알아챈 해리 보슈. 근데 이상하게도 은퇴를 한 달 앞둔 자신의 팀장이 엮여있었는데, 아쉬울 게 하나 없는 제 상사가 어째서 이 난장판에 개입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연쇄살인범이 변호사를 배신하고 거래 조건을 파기한 것도 이해가 안 되고, 특히 그의 범죄 동기를 알 수 없어서 답답해했다. 아 진짜 재밌다 재밌어.
아직 못 읽은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여기까지만 적기로 하겠다. 이번 편은 정말 강약 조절,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고 느껴진다. 주인공이 무력해졌다가 타올랐다가를 내내 반복하는데다, 재회한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해리의 고질병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12편이나 읽었는데 아직도 시리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1992년부터 매년 시리즈를 출간하는 코넬리 옹의 넘사벽 열정에 그저 박수를. 56년생으로 올해 68세인데, 이제 슬슬 시리즈 완결 내셔야 하지 않을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