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순수 재미만으로 만점을 준 작품이다. 전쟁 소설이라서 재밌다고 하면 어쩐지 실례 같다만 하여간에 미친듯한 재미를 보장한다. 어째서 미국 작가가 이탈리아 배경을 다루었나 했더니 실화의 주인공이 밀라노 사람이었고, 그의 내막은 웬만한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최상급 역사스페셜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이 작품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으면 문학사에 길이 남을 손해와 손실이었겠다. 여튼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뛰어난 흡인력을 보여주었는데, 서사도 좋았지만 글을 참 맛깔나게 쓰셨더군. 읽어보니 과연 작가가 군침 흘렸을 만도 했겠다 싶더라니까?


평화롭던 밀라노 지역은 연합군의 비행기 폭격을 받는다. 나치를 향한 대항전으로 날마다 도시는 뒤집혔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피노 렐라는 부모의 권유로 알프스산맥 부근의 신학교로 피신했다가 돌아와서 나치에 입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 징병을 당해서 총알받이가 될 운명이었다. 입대 후 얼마 되지 않아 서열 중에 넘버 투라는 나치 장군의 운전병으로 뽑힌 주인공. 기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첩자 노릇을 하여 저만의 방식대로 국가에 헌신하고자 한다. 비록 게릴라처럼 멋진 활동은 못하지만 말이다.


피노 앞에 본격적인 시험이 찾아든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피노의 나치 복장에 전부 등을 돌린다. 또한 온종일 장군을 따라다니면서 곳곳에 시신과 유대인 노예들과 상인들의 울부짖음을 매일같이 봐야 했다. 종종 들려오는 지인의 비보에도 애도조차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장군의 거지 같은 성미와 살인적인 스케줄까지 소화하려니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럼에도 장군을 따라 무솔리니도 만나고, 비밀 기지도 가보고, 게슈타포들과 엮이는 등 일급 정보와 기밀들을 빼낼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 겨우 18살의 소년이 어떻게 이 많은 중압감을 견뎌냈을까 싶다.


사랑에 빠진 피노와 장군의 가정부는 영원을 기약한다. 마침내 독일군이 전선에서 물러나면서 국내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시민과 나치, 게슈타포, 게릴라, 연합군이 뒤엉켜 싸운다. 피노가 늘 모시던 장군은 피노에 손에 구속되어 게릴라에게 넘겨진다. 이제 한시름 놓는가 했더니, 피노의 그녀가 나치의 측근이라며 끌려가 총살을 당한다. 그녀의 죽음이 여러 번 암시되었기에 이건 스포라고 할 순 없다. 아무튼 피노 또한 나치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이려 들기 시작한다. 이걸 팔자가 사납다고 해야 할지, 뭣 같은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진짜 전쟁소설 중에서 이만한 스릴감을 느껴본 작품이 없다. 후반에 큰 한방이 있을 테니 참고하시길. 리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리고 가독성 미쳤으니까 분량에 쫄지 않아도 된다.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화 중인가 본데 개봉하면 무조건 봐야겠다. 이만 쉬어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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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12-1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글 남기지만 그동안 물감님의 헤세책 리뷰들을 참 재미있게 읽었고 황야의 이리는 저도 읽어보고 싶어 중고알림 등록해놨는데 그새 누군가가 바로 데려갔어요. 헤세와 물감님이라니 ㅋ 좀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 mbti가 분명같을 거라고 장담을 하시니 ㅋㅋㅋㅋㅋ

이 책이 그렇게 재밌나요?
제가 좋아하는 소재인데 도서관에 신청하려고 보니 도서관에 있네요!ㅎㅎ
그럼 즐거운 주말되세요!

물감 2023-12-15 23:11   좋아요 1 | URL
쿨캣님 오랜만이에요. 잘 계셨나요ㅎㅎ 이제 물감 하면 헤세가 연상되는 걸 보니 성공했다 싶습니다!😁 인프제가 워낙 페르소나가 많은 유형이다보니 매칭이 안된다는 말도 이해가 가요. 다 본인만 그렇게 느끼는 공감대 같은게 있잖습니까ㅎㅎㅎ

이거 진짜 잼써요. 무거운 내용이지만 대중성 있게 잘 짰더라고요. 쿨캣님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12-17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너무 좋아서 읽으려고 검색 들어가니 656쪽. 꽥~~ 너무 분량이 많군요.ㅋㅋ
제가 본 영화 중에도 나치로 오해 받아 총 맞는 장면이 있었어요. 살았으면 못 만나고 그리워했던 연인을 만날 수 있는 건데... 나치 복장을 빨리 갈아 입었으면 살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여운이 길게 남았던 영화였죠. 중학교 때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한 영화였어요. 어린 나이에도 영화를 다 이해할 만큼 영화가 어렵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나치를 다룰 땐 써 먹을 만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마음은 나치 쪽이 아닌데 오해 받아 죽는 설정이 말이죠. 장바구니에 담겠사와요.^^

물감 2023-12-17 18:4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래서 분량에 겁먹지 말라고 썼습니다...
말씀하신 영화의 주인공도 나치 복장 때문에 억울한 상황이 생겼군요. 그나마 이 책의 주인공은 그렇게 될 것을 각오하긴 했는데, 자신이 나치로 찍히는 게 두려워서 애인의 죽음을 바라만 보았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됩니다. 정말 영화가 따로 없더라고요. 이런 ‘죄와 벌‘ 서사의 변형 스토리는 참 매력적인 듯 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