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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ㅣ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오르부아르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읽었다. 사실 말이 3부작이지, 이어지는 내용도 아니라서 다 챙겨 본들 대단한 재미는 기대하기 어렵겠다. 공쿠르 상을 받은 <오르부아르>는 확실히 좋았다. 명확한 스토리라인과 탄탄한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 등등. 그런데 차기작인 <화재의 색>은 분위기가 확 어두워진 데다 이렇다 할 스토리도 없어서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우리 슬픔의 거울>도 영 실망스러웠는데, 서사는 많으나 알맹이는 부실하고, 간간이 있는 블랙 유머가 되려 흐름에 방해만 되는 꼴이었다. 3부작이라길래 <오르부아르>의 진지한 듯 병맛스러운 코드로 쭉 밀고 나갈 줄 알았더니, 이거야 원 저자의 명성을 느낄래야 느낄 수가 없네 그래.
크게 세 명의 시점이 교차하는데 요약하려니 짜증 나서 그냥 생략하련다. 궁금한 분들은 다른 리뷰도 많으니까 그거 읽으시길. 각각의 이야기가 전혀 매력도 없고, 연관성도 없이 따로 놀고, 뭔가를 시사하려는 게 보이긴 하는데 계속 간만 보는 기분이라,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나 되뇌면서 꾸역꾸역 읽었다. 그래도 한때 좋아했던 작가로서 의리로 버텼지만 르메트르도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된 듯하다. 보아하니 옛날 같은 스릴러소설은 손을 떼셨고 이런 작품들만 쓰실 듯한데 글쎄요, 갈수록 약빨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단 말입죠. 아직 프랑스서는 먹어주는지 몰라도 코리아 갬성과는 점점 멀어지고만 있습죠. 내 혹시 몰라서 별점 높은 리뷰들을 싹 훑어봤걸랑? 어쩜 신뢰 가는 글이 단 하나도 없더라고. 별점의 정당성을 위해 억지로 늘어놓은 칭찬들, 싫다 증말. 날도 더운데 이런 영양가 없는 글에 에너지 쏟을 이유도 없지만, 적어도 르메트르에게 인사 정도는 해야겠기에. au rev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