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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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일랜드 쪽 문학이랑은 안 맞는가 보다. 아일랜드 작가들은 왜 그렇게 구간 생략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아니 그럴 거면 차라리 희곡을 쓰시지 그래. 그렇게 매번 장면마다 스킵 해버리면 상황 파악이 힘들어지잖아. 스토리보다 인물의 감정선을 더 중요시하는 것도 그래. 좀 적당히 해야지, 혼자 중얼거리는 독백도 지긋지긋한데 그 안에다 장면 설명을 넣으면 어쩌나. 식사하면서 볼일 보는 것도 아니고, 거참 집중 안 되게시리.


폭력적인 아빠와 자살한 엄마 사이에서 고통받는 소년. 흔한 동네 개구쟁이였던 꼬마는 그날 후로 정신줄이 하나하나씩 끊어지기 시작한다. 자기와 절친 사이에 끼어든 녀석과 가정을 괴롭히다 붙잡혀 수도원에 갇혔고, 어찌어찌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을 사람들은 소년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생계가 급한 소년은 푸줏간에 일하러 다니고 얼마 뒤에 아빠마저 세상을 떠난다. 갈수록 소년을 밀어낸 절친은 다른 친구와 어울렸고,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진 주인공은 정신질환을 일으킨다. 나까지 그럴 뻔했고.


이 소년이 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태생이 제멋대로이고 까불거리는 캐릭터 때문이다. 한창 클 시기에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은 분명하지만, 어딘가 납득이 안 가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게 걸렸다. 부모의 죽음, 친구의 배신, 주민들의 홀대 등 이 같은 큰일들을 겪었으면 어떤 광기에 빠지거나 몸과 영혼이 고장 나는 쪽이 더 그럴싸하다. 근데 주인공은 적당한 증오와 적당한 사리분별을 계속 오가면서 절친과의 우정을 나누던 옛 시절만을 꿈꾼다. 모두가 현재를 살아가는데 혼자만 찬란했던 과거에 발목이 잡혀있었다. 망상에 사로잡힌 소년이 끝내 사고 친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그토록 절친과의 우정에 집착했던 건 아직도 모르겠다. 혼자였을 때 곁에 있어준 게 절친뿐이었으면 모를까, 소년은 마을 사람들과도 잘만 어울렸기에 유대관계에 막 목말라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인물보다는 스토리에 더 비중을 뒀으면 좋았겠다 싶었던.


후반부터 많아진 생략 구간에 짜증 나서 스킵 하면서 읽었다.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을 읽는 기분이었다. 설명이 없으니 이게 무슨 내용인지, 내가 잘 읽고는 있는 건지 몰라 얼떨떨했다니깐.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 다른 리뷰들을 읽어보니 다들 어리둥절해하더라. 별점 사기에 또 낚였구나. 뭐 됐다. 커피나 빨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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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0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사두긴 했는데
결국 읽지 못했네요...

물감 2023-05-03 18:38   좋아요 0 | URL
매냐 님은 무난하게 읽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근데 제 리뷰 보시고 더욱 미루시지 않으려나...

coolcat329 2023-05-04 0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작가의 책인데 문제적 인물이 나오는 군요. 제목을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아 찾아보니 영화도 있네요. 뭔가 찝찝한 내용이 있을 거 같은데 재밌는 책으로 정화하시길요~

물감 2023-05-04 14:57   좋아요 1 | URL
저는 영화가 원작을 넘지 못한다고 보는 1인인데요, 이 책은 영화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못봤지만요 ㅋㅋㅋ 요새 쉬는 동안 구매한 책보다 빌린 책 위주로 읽는 중인데, 확실히 복불복이 많네요 하하하

coolcat329 2023-05-04 15:05   좋아요 1 | URL
오 저도 동감이에요. 예외 작품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랑 <케빈을 위하여>입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 다 독보적인 문제 인물들이 주인공이네요. 물감님,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물감 2023-05-04 15: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쿨캣님도 연휴 잘 보내세요 ㅎㅎㅎ

새파랑 2023-05-04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가 좀 생략이 많군요. 윌리엄 트레버도 약간 그런 느낌이 있는데 ㅋ

저는 아일랜드 하면 윌리엄 트레버~!!

물감 2023-05-04 14: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게다가 감성도 비슷비슷해요
트레버 작품도 사둔 게 두 권이나 있는데 큰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