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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
신형철 지음 / 난다 / 2022년 10월
평점 :
신형철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문학비평가로 유명한 그의 글을 읽어볼 맘이 들지 않았던 건 어떤 직감 때문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가 분명해졌다. 정서나 가치관의 문제는 아니고 그냥 좀 과하달까. 그래, 이 자리를 빌려서 그동안 할까 말까 망설였던 잡설이나 풀겠다. 좀 억지스럽지만 알기 쉽게 mbti로 설명하자면, 나는 책이든 서평이든 작성된 글이 s성향인지 n성향인지를 먼저 분간한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그저 내가 s성향의 글을 선호하지 않기에 뇌가 자동으로 판단을 해버린다. 그러면 s성향의 글이 무엇이냐. 어떤 포인트에 팍 꽂혀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쉽게 말해 논문 같은 글들을 말한다. 그런 건 공부가 목적인 독서에는 어울리지만 그 외 장르나 목적에는 갑갑하다는 인상을 준다. 재밌는 사실은 본인의 mbti가 n이어도 s처럼 쓴다거나 혹은 반대 경우도 있고, n성향의 글만 쓰던 사람이 s성향의 글을 쓰기도 한다는 거다(이것 때문에 난 되도록 중립의 글을 쓴다). 아무튼 나의 시답잖은 생각과 달리 대중들은 장르 구분 없이 s성향의 글을 더 좋아하긴 하더라. <인생의 역사>는 전형적인 s성향의 글이다. 국내외 작가들의 시 한 편을 읽어주고, 그 시에 대한 비하인드 내용과 배경 그리고 본인의 해석을 첨언한다. 제목 따라 매 챕터마다 인생에 관한 이모저모를 알려주나 했더니 딱히 그런 건 없었다. 그리고 모든 글들이 내가 생각하는 ‘사유의 범위‘를 초과한다. 글쎄, 이런 글 성격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테지만, 내게는 독자와 함께 호흡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이것도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싶다). 그러니까 이 분은 오직 나무 얘기만 하는구나, 숲을 얘기할 마음은 없구나, 하는 생각에 읽다 말고 책을 덮었다. 그래도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관심 있었는데 저자의 투머치함에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아무튼 호평이 그렇게나 많은데 비평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지 뭐. 다 쓰고 보니 책 얘기를 안 해서 비평이랄 것도 없네. 그만큼 인상 깊은 책은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