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페이스 오페라
캐서린 M. 발렌티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팀이 영화화를 맡은 작품이라 해서 냉큼 서평단에 신청했다. 책을 받아보고서야 안 건데 내가 즐겨 하지 않는 SF 장르였다. 몇몇 리뷰를 통해 여러 번 밝힌 바 나는 과학소설을 읽지 않는다. SF는 문학적인 감성을 볼 수 없는 데다, 온갖 어려운 용어와 문장들로 도배돼있어 소설보단 전공서적을 읽는 기분이라 집중이 안 되거든. 그래서 SF나 판타지 같은 장르는 활자보다 영상을 선호한다. 아무튼 이런 성향의 나님께서 이 책을 도전한 이유는 SF 장르라는 것을 확인 못해서... 가 아니라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라는 초 신선한 컨텐츠에 혹했기 때문이다. 일말의 기대감과 반신반의의 심정으로 책을 폈으나 역시는 역시나였다. 시작부터 쏟아지는 이름 모를 행성과 외계인들과 초 진지한 횡설수설 문장들에 급 당황하였고, 아무리 읽어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 집중이 가장 잘 된다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읽곤 했다. 나름 어려운 책도 침대 위에서 꾸역 꾸역 읽어온 나님을 화장실까지 데려다 놓은 최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못 버티고 무너졌을지도.
밴드 앱솔루트 제로스의 두 멤버는, 자신들을 찾아온 외계인을 따라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에 반강제로 참가한다. 이 가요제는 은하의 별마다 대표로 뽑힌 우주인들이 모여 경연을 펼치는데, 우승 팀은 꼴찌팀을 몰살하여 우주의 질서를 잡을 특권이 주어진다. 이제 지구의 운명은 나사 빠진 두 남자에게 달렸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위기의식이 전혀 없다는...
국민 MC가 생방송의 죽은 분위기를 살리려 아무 말이나 횡설수설 해대는 듯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이런 데에 면역력이 낮은 나 같은 독자들은 2부부터 읽으시길 권장한다. 만약 2부도 이해가 안 가거든 과감하게 3부로 넘어가라. 그래도 마찬가지라면 4부로... 이쯤이면 느낌 왔을거다. 모든 페이지가 난해하다는 것을. 리뷰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의 십중팔구가 장점만 적기 때문에 나는 이제껏 비평 위주로 글을 써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내가 아니어도 많은 비평의 글들이 예상되므로, 이번만큼은 나도 장점만 써볼까 했다가 이내 포기해버렸다. 이 책에서 유일무이한 칭찬거리는 번역가 이정아 님의 피 땀 눈물로 완성시킨 초월 번역 말고는 못 찾겠더라.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과, 과연 이것이 맞는 문법인가 싶은 문장들을 우리말로 옮긴 초월 번역가의 수고에 삼삼칠 기립박수와 별 한 개를 무료 나눔 해드렸다. 아 물론 작가의 미친듯한 상상력과 신들린듯한 문장력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익살스러운 문체와 포복절도 코믹함. 좋아, 다 좋은데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하겠고, 이 작품이 당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이 안되었다. 어떻게 가요제를 다루면서 음악 내용은 없는 걸까. 마법사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해리 포터, 농구할 생각이 전혀 없는 강백호, 조명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는 엄복동... 아 이건 아니고 아무튼 기본 설정부터 문제 있어 보이는데 SF는 다 이런 걸까.
어찌어찌하여 완독은 했지만 놀랍게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다. 우주인들의 생김새, 종족의 문화와 특징들, 행성들의 역사 같은 7차원 적인 내용들이 분량의 90%를 차지한다. 제발 좀 우주 얘기는 그만하고 가요제 내용이나 다뤄주길 바랐으나 애석하게도 내 바램은 먼지 알갱이만도 못하다는 걸 느꼈다. 이보다 더한 것은 문법 파괴자가 쓴 듯한 문장들을 욕하고 싶어도 그 글들의 주체가 외계인들이라 욕하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암튼 우주의 언어와 문장들이 뭘 말하려는 건지 대충은 알겠는데 그 이상은 정말이지 이해를 못하겠음. 차라리 어려운 법조문이나 이용약관 같은 글들이 더 이해가 쉬울 정도. 혹시 나만 이런가 싶어서 다른 리뷰들도 읽어봤더니 전부 나처럼 멘붕이 왔더라고. 아무리 봐도 일반 독자들은 버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니 국내의 SF 마니아들이여, 부디 그대들만이라도 이 작품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이 책도 누군가에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을 테니까. 여하튼 서평 이벤트답게 괜찮은 리뷰로 보답하고 싶었으나 양심상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음을 출판사에서 부디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