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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도 반품이 됩니다 - 날 함부로 대하는 못된 사람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법
박민근 지음 / 글담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저자는 문학과 철학, 심리상담을 융합한 인문치료로 사람들의 심리 회복을 돕는 코칭심리전문가다. 그래서 이 책은 직장생활에서 일어나는 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주로 한 심리상담 사례도 담겨있지만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메시지도 함께 제시해준다. 아마도 저자분이 여러 고전 문학작품을 읽은 분인 것 같다.
자기계발서인가, 처세술인가, 심리학 서적인가? 이 책은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으로 모든 측면을 포함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상대방을 이용(?)함을 불사하고 내가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처세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한테 상처 받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내가 편해질 수 있는 방법, 불편함을 느끼는 내 내면을 돌보는 방법을 알려주며, 따뜻하고 인간적인 상담자인 저자의 시선과 마음이 담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 "네가 참아"라는 말에 속지 마라
저자는 상처입는 관계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착한아이 컴플렉스'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주로 어릴 때 마음에 새겨지는 심리 특성인데,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것이다. 이것이 치유되지 않으면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사람으로 불리기 위해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이 된다.
매번 머뭇거리는 우유부담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뿐더러 수치심이나 죄의식에 쉽게 빠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심리가 지속되면 매사에 남이 하는 말을 따르게 되는 수동형인간이 되니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20쪽 참고)
착하게 살아야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에게 착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무 데나 착한 마음을 남발하지 말고 마음의 과녁을 잘 조준해야 한다. 사업이 실패해야만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나쁜 사람이 내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내 인생, 내 감정이 상처 입는 걸 감내해서는 안 된다. 상처주는 인간을 삶의 반경에서 내칠 도리가 없다면 과감하게 반품하거나 내가 떠나는 것이 옳다.
누구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구석이 있고, 누군가가 그 취약한 구석을 파고들 때 정신적 인질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런 이는 우리 주변에는 적어도 열에 한둘은 항상 있다. 사람 보는 눈을 끊임없이 길러야 하는 이유다.
또는 불편한 관계에서 잘 못 벗어나는 이유로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현재 자신이 점하는 위치를 얻기 위해 그동안 들인 비용) 이것이 아까워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지경에 이르러서도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상)를 든다. 이 매몰비용에 연연하다보면 나쁜 일자리, 불행한 결혼, 해봤자 소용없는 일들을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 유지하게 된다.
어떤 관계가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머리 위에 성능 좋은 드론을 띄워야 한다. 최소한 3~5명의 조언을 얻어야 한다. (21쪽 참고)
"착한 사람, 거절이 힘든 사람은 자기주장 훈련이 꼭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태도는 경청, 예의, 공감, 합리적 설명, 정직, 솔직함이다.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전달하되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예의를 갖추고 상대의 의견에 온전히 공감하며, 합당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주장때문에 손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결국 자기주장을 해서 다행이었다고 여겨질 것이다." (23쪽)
@ 꼭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다
안정적인 애착은 평생에 걸쳐 건강한 정신의 바탕이 된다. 불안정한 애착은 유년기에 새겨진 깊은 상처로, 살아가는 내내 다독이고 치유해야 할 대상이다. 3세, 혹은 7세까지 부모와 끈끈한 유대를 맺지 못하면 평생에 걸쳐 대인관계가 힘들 수 있다. '결정적 시기'라고 부를 만큼 이 시기의 애착 형성은 중요하다. 애착에 문제가 있을 경우, 아래의 문제들이 나타난다.
-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다
- 누군가와 친해지는 것이 불편하다
- 너무 집착해서 상대가 질려한다
-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면 크게 실망한다
-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 (41쪽 참고)
만일 내가 애착문제로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먼저 자신의 내면을 토닥여주어야 한다. 곁에 누가 없어 외롭고 두려웠던 지난날을 인정하고, 힘들었던 나의 등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때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 글쓰기로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믿을 만한 주변 사람의 힘을 빌려 위로의 말을 직접 듣는 것도 효과적이다. 주변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에게 "정말 힘들었겠구나.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 또는 "너의 존재를 사랑해.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려주자. (41~43쪽)
@ 갑질은 계속된다, 거절하지 못함녀
'거절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기질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과거 경험때문에 거절 민감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특히 부모로부터 부당한 거부와 제재를 자주 당한 사람이 거절민감성이 높을 수 있다. 비합리적인 이유로 자주 거절당했기 때문에 거절을 좀 더 두려워한다.
사람들이 유용한 충고를 할 때도 그것을 자신에 대한 거절이라 여겨, 친구가 무심결에 하는 지적조차 참지 못하는 것도, 잘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떠맡아서 전전긍긍하는 것도, 도움을 청하지 못해 우물쭈물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거절민감성이 높아서이다. (69-70쪽 참고)
한 번의 거절을 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누군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면 단지 그 사안에 대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사건건 부정적이라면 나에 대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으므로 그 때는 그 사람의 마음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71쪽 참고)
거절 당하는 것 뿐 아니라 거절하는 것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거절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고 옳은 것은 인정하고 틀린 것은 용기있게 거부한다는 마음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나에게 거절할 권리가 있음을 기억해야한다. (72쪽)
저자는 여러 관계에서의 어려움들을 유형별로 그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인문학적인 저자만의 견해로 해석하며 좀 더 건설적인 관계,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대인관계는 살면서 참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이 힘들어도 인간관계가 좋으면 버틸만한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일이 좋아도 관계가 어려우면 버텨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람인 것 같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늘 나만 이용당하거나 상처받지만은 않는다. 때로는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을 통해 '나'는 어떠한지, 비춰볼 수 있어 좋았고, 저자가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 사용한 관계 개선의 실질적인 팁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도저히 내가 감당이 안 되는 어려운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혹은 내가 그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