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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살다 - 광야의 삶을 버티고 견디고 이겨 내는 방법 ㅣ 광야 시리즈
이진희 지음 / 두란노 / 2019년 7월
평점 :

기독교인이건, 비기독교인이건 인생의 광야를 지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을 믿는 자들은 이 광야를 어떻게 지나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인생의 광야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광야를 읽다>의 저자 이진희 목사님의 후속작이다. 광야를 지나는 성경 속의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신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장 먼저 가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담과 하와의 장남이자, 열등감으로 인해 하나 밖에 없는 아우를 죽인 성경 속 최초의 살인자이다. 살인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가인은 하나님을 피해 도망간다. 바로 자신의 부모가 에덴동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죄로 인해 에덴에서 쫓긴 인간은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 저주받은 땅(광야)에서 유리방황하며 살아가야 했다. 이것이 죄를 범한 인간의 운명이다. 인간은 죄의 문제를 해결해야 광야를 벗어나 에덴동산으로 돌아갈 수 있다.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인간은 광야를 벗어날 수 없다.
성경은 '모든 죄악에서 정결하게 되는 날' 황폐한 이 땅이 에덴동산같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한다(겔 36:33-35)
땅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 (대하 7:14) 바로 회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인은 회개하지 않았다. 회개 대신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도시를 세운다. 재미있는 부분은 성경이 도시로 시작해 도시로 끝을 맺는다는 부분이다. 최초의 도시는 가인이 광야로 쫓겨나 건설한 에녹이라는 도시, 두번째는 에녹이 홍수로 인해 심판을 받은 후, 인간들이 또 다시 건설한 바벨, 세번째는 하나님의 심판인 유황으로 결국 멸망하게 되는 소돔과 고모라이다. 그 이후에도 니느웨, 바벨론이라는 도시들이 심판의 대상으로 성경에서 언급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탄은 이제 광야가 아니라 도시 한 가운데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고. 탐욕, 욕망, 욕정, 욕심, 세속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소비주의, 향락주의의 유혹을 받으며 우리는 사탄이 접수한 도시 한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하나님이 택하신 아브라함도 그랬고, 이삭, 야곱, 요셉도 광야에서 양을 치는 유목민이었다. 성경이 지향하는 가치는 정착 문화나 도시 문화가 아니라 유목 정신라고 말한다. 도시에 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왜 성경이 유목문화를 지향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목민은 평생 나그네로 살아간다. 노마드로 살아간다. 소유에 관심이 없고, 필요한 만큼만 소유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게 되면서 소유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광야와 달리 노력한 만큼 더 많이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탐욕으로 인해 바알 신을 섬기게 된다. (27-28쪽 참고)
이 부분을 보며 마음에 찔림이 있었다. 모든 것이 완비된 도시에 살면서 더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기 위해 가나안종교, 풍요의 신 바알신을 섬기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가족의 풍요, 그리고 미래의 풍요와 안락함을 위해 오늘을 투자하고 물질을 쌓아두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물질적 풍요와 기복신앙, 즉 가나안 종교에 물들어 있는 한국교회 교인들을 지적한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은 가인을 버리셨을까? 가인의 최후에 대해는 성경에서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 하나님에게서 쫓겨나 광야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세운 도시 때문이 아닌, 하나님이 그에게 만들어 주신 표('누구도 가인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가인과 같은 사람에게도 은혜의 표를 주셔서 보호해 주신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시다.
아브라함은 기다림의 광야를, 하갈은 버림받음의 광야, 요셉은 침묵의 광야, 모세는 잊힘의 광야를, 룻과 나오미는 상실의 광야, 다윗은 탄식의 광야, 엘리아는 영적 침체의 광야를, 예수님은 십자가의 광야를 지나셨다. 그들은 광야를 잘 살아냈다. 하나님이 공급해주시는 은혜로 잘 버텨내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이 계획하신 목적을 이루어드렸다. 광야는 하나님의 은혜다.

내가 지나왔던 광야의 시간들을 돌이켜본다. 마음이 황량하고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이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 앞이 보이지 않고 끝나지도 않을 것과 같은 시간들, 매일 내 밑바닥을 마주해야 하고 내가 바라볼 수 있는 곳이 하늘 밖에 없는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오며 분명 나는 단단해졌다. 어찌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광야를 지나면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내 죄가 드러나는 시간을 통해 refined gold처럼 제련되고 단련되었다. 수치와 부끄러움을 당하고 밟히는 시간으로 인해 겸손해지고 마음이 가난해졌다. 나는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에 불과하고 나는 nothing임을 진심으로 깨닫게된다.
돌이켜보면 하나님이 함께하셨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이 나를 버리신 것만 같은 단절을 느꼈지만 나에게 계속 은혜를 공급해주셨었고, 결국 나를 광야에서 건져주셨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크리스찬이기 때문에 영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성경의 말씀을 믿고 그것이 몇 천년 전의 사건이 아니라 성경 말씀 속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며, 성경 속 사건이 몇 천년 후의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임을 알기에 그 광야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은 내가 말을 안 들어서 골탕먹이시기 위해 나를 광야에 가둬버리시는 분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광야에서도 계속적으로 은혜를 공급해주시는 신실한 분이시다. 그 사실을 광야를 지나고 난 후에야 깨달을 수 있다. 광야를 통해 하나님을 더 사랑하고 의지하게 되며, 내가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광야의 의미에 대해 성경적 해석을 담은 이 책을 만나 감사하다. 그리스도인은 광야를 잘 지나야한다. 어떤 마음으로 지나야 하는지 성경을 통해, 이런 책을 통해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지금 광야를 지나는 사람, 주변에 광야를 지나는 사람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