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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차로 하는 거야 - 10년간 100개국, 패밀리 로드 트립
박성원 지음 / 몽스북 / 2019년 8월
평점 :
너무 멋진 책을 읽었다. 꿈을 심어주는 책을 읽었다.
온 가족의 세계일주. 누구나 꿈만 꾸는 일인데 이 집은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섯 식구가 전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기를 담은 책이다. 이 집 부모는 어떻게 어린 아이들 셋을 데리고 차로 세계일주를 계획했을까. 일반인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과의 로드트립.. 어른들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이들을 데리고 차로 여행하는 것은 정말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펀드매니저이자 여행 계획의 달인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경주마처럼 생계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기만 하다가 어느날 문득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현자타임이 온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달릴 수 없는 경주마가 된 기분을 상상하면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고, 가족을 위해서 슈퍼맨이 되기로 결심, 아이들과의 여행을 계획하고 감행한다. 그것도 차로 세계일주. 첫째 딸이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100개국을 여행하고, 미국 50개 주를 돌아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99개국을 이미 여행하고 캔터키 주만 남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물건보다 경험임을 아는 사람이다.
여행을 많이 해서 짐을 싸고 푸는 데 달인이다. 저자는 여행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달인, 부인은 여행에서 돌아와 최대한 가족을 현실에 적응시키는 데 달인, 자녀들 역시 세상이 넓다는 것을 보고 경험한지라 새로운 여행지에 가서 적응하는 데 달인들이다.
그렇게 세계일주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 많길래? 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저자는 펀드매니저이기에 자금적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행지에 가서는 철저하게 아끼고 그 여행지의 물가에 맞는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행 일정 내내 저렴한 곳에서 숙박을 하지만, 마지막 날에는 일부러 좋은 곳을 예약해서 숙박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돈이 없어서 저렴한 곳에서 숙박한 게 아니다. 돈이 있어도 아껴서 쓰면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저자 나름의 교육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또 현지에서는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합리적 비용의 호스텔을 선택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식도 잘 하지 않는단다. 현지 시장이나 슈퍼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
저자가 했던 여행은 모두 꿈과 같은 곳들이다. 특히 온 가족이 천국과도 같다는 하와이 오하우섬에서 7박8일을 묵으며 섬 곳곳울 여행하고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모습, 다른 집 아이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알래스카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함께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참 부러웠다.
미대륙, 아프리카, 유럽, 일본, 하와이, 남미, 알래스카 등등 차로 국경을 넘고 대지를 횡단하며 아이들은 얼마나 넓은 세상을 보았을까? 그 집 아이들은 분명 다를 것이다. 확실하다. 그 몇천키로미터의 광활한 대륙을 횡단하고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불편한 환경에 강제로 적응해야 하면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고, 나는 그 세상의 일부라는 겸손함이 자연스레 심어졌을 것같다.
"몇 개국을 여행하는지 숫자가 무슨 상관이냐, 여행의 질이 중요하지"라고 누군가 반박한다면 '가족이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함께 이뤄나가는 과정의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단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성취감은 삶의 중요한 동력이라고.
"우리 부부는 돈보다 경험이 아이들에게 더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미래를 열어주고 싶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좋은 차와 큰 집, 반짝이는 보석은 영원하지 않다.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거대한 산 같던 유형의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지켜봤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기에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추억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다. 가족과 함께 보낸 유년시절 추억의 가치를 알기에 우리 부부는 많은 시간을 여행에 투자하는 것이다." / 495쪽
컬럼비아 대학의 앤드류 솔로몬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여행은 세상을 향한 창이자 거울이며, 부모는 자녀와 함께 여행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고 말했단다. 저자는 여행이 부부가 선택한 교육방식이라고 말한다.
막연하게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라는 생각만 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막연한 내 꿈을 구체적으로 꾸고, 계획이 될 수 있게 해준 책인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해준 가족과 함께 로드트립하기 좋은 여행지들을 참고해서 우리 가족만의 여행 버켓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