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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그 혼돈의 연대기
론 파워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9월
평점 :
저자는 2014년 1월 버몬트주 주도에서 열린 상원 보건복지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해 증언한 조현병 환자들을 보며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정치인이 참모진에게 썼던 이메일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한 정치인의 보좌관이 한 말이 이 책의 원제가 되었다.
"No one cares about crazy people"
2010년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으로 주지사에 출마했던 스콧 워커의 보좌관이 한 말이다. 당시 정신병동 관리 부실 의혹으로 해당 카운티의 병원이 뉴스에 오르내리자, 자신들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스콧 워커가 참모진에게 '내가 이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메일을 보냈고, 그의 보좌관이 자신의 동료들을 설득하면서 저 말을 했다고 한다. 저 말을 계기로 저자는 이 책을 쓰게되었다고 밝힌다.
뉴스 기사를 장식하는 사건사고의 가해자들이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라는 소식을 종종 접하곤 한다. 그만큼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드리워 진 것은 사실이며, 그 편견으로 인해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화하기도 했던 <아버지의 깃발>의 공저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 저널리스트다.
그리고 이 책은 조현병 환자인 아들 둘을 두었으나, 둘째가 21번재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 조현병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책으로 쓰지 않겠다던 자신의 다짐을 철회하고,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비롯한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조현병에 대해 쓴 책이다.
둘째 아들을 허무하게 잃은 지 5년 후, 갑자기 큰아들 딘에게마저 조현병 증상이 나타난다. 크리스마스날 아침 돌아다니며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자신이 메시아라고 외치다가 경찰에게 제압되어 병원으로 이송된다.
자신의 두 아들이 모두 조현병을 앓으며 고통 받는 모습을 직접 목도하면서도 직접 자신 앞에 있는 정신질환자의 모습을 그토록 외면해왔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충격에 빠진다.
자신과 그 아들들이 직접 겪은 일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병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신의 아픈 기억을 꺼내보기 쉽지 않았을텐데, 저자는 상업적인 이유여서가 아니라, 세상에 숨어 지내는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자신의 아픈 아들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용기를 낸다.
저널리스트답게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얼마나, 어떻게 혐호해왔는지'에 대한 역사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깊이 분석한다.
아버지의 시선으로 자신과 가족들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직접 다루면서도 객관성을 잃지 않는 저널리스트의 '조현병'에 대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얼마나 우리 사회가 정신적인 병을 앓거나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대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인권에 대해 민감한 미국이라는 나라도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로 인해 처절하게 싸울진대, 집단 이기주의와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가 팽배한 대한민국은 어떠할까.
나도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으로서, 아픈 자녀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가족 중에서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랑하는 가족, 형제자매를 어떻게 대해야할까. 가족으로서 어떻게 그를 대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마음과 생각이 닫혀있었으며, 다름을 포용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색안경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나와 조금 다른 이들에 대한 시선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조금 더 공평하고,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그렇게 되는데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