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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지금 사랑이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홍익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홍익출판사 책들을 좋아하는데 이 책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심리 상담사인 저자가 27년이나 부부와 연인관계 심리 상담을 하면서 분석한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결혼 6년차이지만 여전히 사랑은 어렵다. 부부라면 모든 것을 감싸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일까. 아니올시다. 결혼은 현실. 전혀 다른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어떠한 시너지를 낼지는 성격에 따라, 상황에 따라 아주 작은 변수에도 쉽게 변하는 것 같다. 나도 남편이 사랑스러웠다가 미웠다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사랑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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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자에 대한 착각은 어디서 나올까?
착각 현상은 이상화 idealization 라는 방어기제에서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어떤 좋은 면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확대해석'과 '지레짐작'이란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상화하는 내용은 각자 모두 다른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본인이 강하게 원하는 소망이나 피하고 싶은 불안과 관련된다.
<결혼과 소아기 감정양식>의 저자 레온 사울에 의하면, 배우자를 선택하도록 이끄는 요인과 결혼생활에서 배우자에게 소망하는 일련의 내용은 어린 시절 좌절되었던 욕구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즉 심각하거나 반복적인 욕구좌절은 그것을 계속 무의식적으로 갈망하게 하고, 사랑에 빠질 때나 결혼생활을 할 대 쉽게 부활한다는 의미이다. / 18-19쪽
= 누구나 그렇지만 특히 남편은 나의 짜증 혹은 신경질이 섞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아마도 신경질과 짜증이 있으셨던 시어머니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남편은 나의 연애 때의 밝고 쾌활하고 따뜻해 보이는, 차분해 보이는 이미지를 보고 반하지 않았나 짐작한다. 시어머니께서는 당신의 힘듦을 아들에게 하소연하셨을 것이고, 그런 하소연을 듣고 해결해주지 못하거나 무기력함을 느꼈을 신랑은 씩씩하고 밝은 내 모습을 보고 이상형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늘 그렇지는 못하다. 투덜거리거나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나의 투덜거림이나 신경질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남편을 마주할 때, 남편의 어린 시절 어떠했을 지를 떠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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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라지 못한 자존감
자존감은 안타깝게도 자기 혼자서 키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기'를 봐주는 누군가의 느낌과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존감 이야기를 하면 자꾸 부모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자기'는 돌봐주는 대상과 건강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달한다. / 34쪽
사랑하는 남자를 향한 끊임없는 애정 불신의 정체는 사랑받는 느낌이 절대로 자기에게 오지 않았던 그 좌절, 상처와 아픔이었다.
사람은 부모나 가까운 이로부터 원하고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기가 사랑받을만한 존재임을 자각한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은 관계에 대한 기본적 신뢰감의 토대가 된다. 이것을 잘 길렀다면 '변치 않는 사랑'을 그렇게 갈망할 필요가 없다.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나를 좋아할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 35-36쪽
= 나도 어린 시절 감정 표현, 애정 표현이 많이 없으신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부모님의 표현은 내가 원하는 만큼 채워지지 않았고, 불안함으로 인해 이성 관계에서도 불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사랑 받을 수 있을까'하는 그 불안함 때문에 나보다 못한 남자를 만나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한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감사한 것은 남편이 나에게 신뢰와 사랑을 주었던 것.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남편 덕분에 나의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것 같다. 예쁜 아이들을 낳으면서도 자존감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남편이 해주는 쓰담쓰담, 그리고 애칭으로 나를 불러주는 것은 나의 자존감과 상처 치유에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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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열등감을 없애줄까
그녀는 아들 자랑하는 시어머니가 왜 그렇게 미웠는지 스스로 의아했다. 자꾸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어릴 적에 엄마 아빠가 언니를 자랑하고 칭찬하던 모습. R의 언니는 늘 부모 기대 이상으로 잘했고, 부모는 언니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런 일련의 장면들과 감정들이 스치면서 시어머니에게는 분노가 그 남자에게는 질투와 거부감이 일어났다. /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