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한적한 미국 캔자스주의 한 농장, 정적에 쌓인 외딴 집을 방문한 소녀가 참혹한 살인현장을 발견한다. 사건은 미국곳곳의 신문으로 옮겨졌으며 뉴욕에서 기사를 읽던 트루먼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는 큰 기사거리가 될 것을 예감한다. 취재차 직접 캔자스주를 방문한 그는 유약한 살인범 페리(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에게서 소설의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취재를 위한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살인범에게 느껴지는 인간적 애정과 작가로서의 직업의식 사이의 불안이 계속된다.
Viewpoint
대지는 평평하고, 풍경은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광활하다.” 이것은 트루먼 카포티의 소설 ‘인 콜 블러드’의 한 구절이기도 하지만 영화 ‘카포티’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미니멀한 화면에 담긴 넓은 평원과 안개 낀 밤의 도시는 천재적인 작가의 소설만큼이나 간결하면서 탁월한 묘사력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카포티’는 원작 ‘인 콜드 블러드’를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다. 소설이 냉정한 문체였던 것처럼 살인범을 인터뷰하는 트루먼의 고뇌도 호의적으로 치장되지 않고 섣부른 비방없이 이성적인 서술이 유지된다. 그러나 ‘카포티’에서 찾을 수 있는 소설의 흔적은 이 정도다. ‘인 콜드 블러드’를 화면으로 옮기는 것에 목적을 뒀다면 리차드 브룩스 감독의 동명의 영화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이기 때문이다. ‘카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또 한편의 발전적 소설이자 영화다. 트루먼 카포티가 살인범을 5년 반의 시간을 할애해가며 면밀히 파헤쳤다면 베넷 밀러 감독은 살인사건취재에 심취한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