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5x2

Le Temps Qui Reste
감독 프랑소와 오종
출연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쉬, 스테판 프레이스
장르 멜로
시간 90분
개봉 5월 26일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를 규정지으려는 것은 모험이다. 물론 그가 동성애, 불륜, 강간 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것은 명실상부한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인간 심리에 대한 미묘하고도 섬세한 묘사는 작품의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종은 안일하게 당연시되는 가치들에 잣대를 들이댄다는 점이다. ‘5x2’ 는 그러한 감독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오종이 해부해야 할 대상은 ‘사랑’이다.

‘모든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말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결말은 새로운 출발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과거를 반추하는 계기로도 작용하는 양면적 속성을 띄고 있다. 이러한 속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한 부부의 이혼수속으로 시작하는 ‘5x2’는 평범한 두 남녀의 사랑을 ‘이별, 불화, 출산, 결혼, 첫 만남’의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나뉘어 역으로 진행된다. 더 이상 아무런 환상도 남아 있지 않고, 기대와 미련조차도 사치로 여겨질 만큼 무덤덤한 마리온(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쉬)과 질(스테판 프레이스)의 모습을 우선적으로 접한 관객에게 ‘도대체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라는 질문이 주어지고,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그들의 과거 모습을 통해 유추하는 동안 새로운 형태의 서스펜스가 탄생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랑을 추억하는 방법과도 닮았다. 현재와 가장 가까운 과거부터 서서히 기억을 되새기다 사랑이 시작되던 그 순간의 기억에 닿게 되었을 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을 떠올리며 아련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해롤드 핀터의 ‘배신’을 각색한 이 작품은 ‘배신’보다 간결하고 건조한 시선으로 마리온과 질을 바라본다.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 덕택에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남녀 간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여기서 제목의 상징성을 짐작할 수 있다). ‘타임 투 리브’에 이어 두 번째로 오종과 호흡을 맞추는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쉬는 에피소드마다 변화하는 마리온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냄으로써 2004년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붕괴하는 건물의 모습을 거꾸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워싱턴 포스트지의 평처럼, 역구성이 선사하는 새로운 멜로영화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보시길.
A 사랑의 해체와 재구성에 관한 다섯 가지 소묘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