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α]영화적 감수성,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다
| ‘연애시대’ |
|
 |
최근 한 회도 빠짐없이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사랑을 믿으라’고 떠드는 드라마들 속에서 외롭게 ‘사랑은 늘 아프다’고 조용히 말하는 ‘연애시대’다. 헤어지고도 사랑하는 이상한 관계, 은호와 동진의 이야기가 왠지 촉촉하게 마음에 스며든다. ‘영원히 사랑해’나 ‘너 없인 못 산다’ 등의 닭살스런 멘트 대신 은유하고 축약하는 대사들은 귀에 가득 차고, 아슬아슬 애정의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는 미묘함이 못내 불안하다. 드라마 보다는 영화에 익숙하기에 영화 감독 한지승이 연출한 ‘연애시대’가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 영화 같은 드라마이자 절대로 영화 같지 않은 녀석이니까. 매일같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로망에 가깝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 같다. 드라마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영화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애시대’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조합이다. 어찌 보면 허진호 감독 같은 잔잔한 감성이, 또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작가만의 톡톡거리는 산뜻함이 담겨 있다. 이야기 방식으로는 스릴러에 가깝게 주인공인 은호와 동진의 헤어짐에 대해 조금씩 보여주고, 그들의 속마음도 삐걱대는 미닫이 문처럼 보였다 말았다 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의 ‘머뭇거림’이다. 때론 답답하리 만큼 우유부단한 그들은 실은 서로를 ‘너무’ 아끼고 있어서 떠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이 할 수도 없어서 적당한 거리를 찾지 못하고 서로의 곁을 배회한다. ‘스토리 오브 어스’처럼 이혼한 커플이지만 그렇다고 해피엔딩을 찾기엔 무언가 마음에 걸린다. ‘봄날은 간다’처럼 성숙하고, 홀연히 안녕할 수 있을 만큼 서로 강렬하지도 않다. 그저 쉽게 말하자면 ‘인연’이기에, 빨간 줄이 서로 이어진 채 태어난 영혼처럼 사랑한다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커플이다. 머뭇거림이란 어쩌면 드라마에게는 진부하고 지루한 소재이지만 영화적 이야기로는 무리가 아니다. 긍정적 의미의 하이브리드로서 ‘연애시대’는 가히 성공적이다. 게다가, 종종 영화가 갖지 못해 외면당하는 ‘현실적인 감수성’까지 담고 있으니 말이다. |
|
|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