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사랑의 장애물은 오직 하나
| 세이 예스 Dis-Moi Ou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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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뭘까 고민 중이다. 나이, 국가, 성별, 타인의 시선, 부모의 기준, 경제적 조건, 취향, 사회가 요구하는 스테레오타입, 시간. 소아과 의사 스테판이 길 잃은 열두 살 소녀를 하룻밤 재워준 것을 시작으로 사랑에 빠져버리는 영화 ‘세이 예스’도 다양한 장애물을 등장시킨다. 일단 나이 차이가 심해 둘의 인격이 곤경에 처할 수 있고, 열두 살의 대범한 소녀 에바가 혈전증이란 병을 앓고 있어 함께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스테판은 흔들린다. 멀쩡하게 성숙한, 그러니까 아름다운 여인을 뒤로한 채 에바와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에바는 스테판의 사랑과 함께 커간다. 이 해피엔딩의 시점에서 흐뭇해하며 한 가지 발견한 사실이 있다. 이 영화에는 진짜 사랑의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에서 나열한 것들은 사실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물론 그들은 두렵고, 고통스럽다. 쓰라린 상처와 울먹일만한 아픔들이 하루하루 재생산된다. 그렇지만 이건 장애물이 아니다. 별거 아니다. 혹 발끈하신다면 한마디 하겠다. “당신은 사랑하고 있지 않냐”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국엔 사랑한다. 장애물인 척 하는 많은 것들을 부채질 삼아 더 활활 타오른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는 말은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와 같은 말장난이다. 이건 죽도록 사랑했다는 말이다. 죽더라도 미련 두거나 추억할만한 것이 있다는 말이다. 결국엔 사랑했다는 말이다. 오해는 마시라. 본인은 가수 김광석과 시인 김소월을 존경한다. 단지 사랑하지 못해서 열 받은 것뿐이다. 사랑의 장애물은 단 하나,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다. 로맨스에 관련해서만 유독 발달한 자신의 상상력을 경멸하고,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말에 마음껏 조소하며, 온갖 인연들과 가능성들을 부정하고, 패배감 내지는 허무감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곤 그쯤 어디선가 ‘사랑하지 못할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 ‘세이 예스’라는 영화제목에 설레다가 엔딩크레디트에서 씁쓸한 웃음을 짓는 것이다. 봐라. 비참하지. 그러니 이 순간만큼은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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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