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rd League]다르게 사는게 인생이야

이발소 異氏
감독 권종관 시간 22분 연출 35mm, 컬러 년도 2000
다르다는 것은 낯선 것이다. 우리는 종종 ‘똑같다’는 것에서 안도하곤 하니까. 하지만 그게 진짜 나일까? 우리는 똑같은 나이에 학교에 입학하고, 똑같은 교과서로 수업을 받고, 똑같은 교복을 입고 다니면서부터 진짜로 내가 될 기회를 박탈당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진짜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 하기도 전에 권유받고 강요받은 지금의 내가 돼버린 건 아닌지 가끔은 의문스럽다.
이발소 이씨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짧은 머리에 듬직한 체격. 하지만 이발소 이씨의 다른 점 하나는 여름에도 도통 얇은 옷을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모시옷을 겹겹이 입은 이씨는 더워 보인다. 동네 사람들도 다들 한마디씩 한다. 하지만 넉넉한 웃음만 지으며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그는 그저 약간은 특이한 사람일 뿐이다. 관객들에게 슬며시 보이는 이발소 이씨의 비밀은 그의 옷자락 만큼이나 두툼하게 감추어져 있다. 혹시나 들통 나서 사람들의 비난 속에 파묻히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하게 된다. 그런 비밀 속에서 이발소 이씨는 그저 담담할 것 같다.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초연한 이발소 이씨의 모습에서 묘한 감동을 얻는다. 자기 자신을 경멸하는 일만큼 힘든 일은 없으니까.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만큼 아픈 일은 없으니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묻는 듯하던 영화는 어느새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받아들이고 나름의 사는 방법을 구축한 이발소 이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방법이 조금은 치졸하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는 행복할 것 같다. 그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평온한 일상, 조금은 다른 것을 보아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관용이 있다면, 사회적으로 철저히 구성된 기준과 맞지 않다고 인정해줄 수 있는 인내가 있다면, 남들과 조금 다른 나를 재단하기 전에 부드럽게 쓰다듬는 용서가 있다면. 이발소 異씨는 異씨가 되지 않았을 텐데….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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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처럼]죽어도 좋아!

새벽의 저주 Dawn Of The Dead
봄날씨 좋다고 떠들 때는 언제고, 벌써부터 나른한 것 싫다는 불평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니, 사계절을 가진 나라에 사는 사람의 자만이라고 해야 하나. 강렬한 태양 아래 뜨겁고 차가운 극단을 하루빨리 경험했으면 하고 소망하다가 그야말로 쿨한 사운드 트랙하나를 발견한다. 조지 A. 로메로를 좀비영화, 좀 더 크게는 호러컬트영화의 대가로 만들어 놓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을 리메이크한 2004년 판 ‘새벽의 저주’. 컬트의 맛을 살림과 동시에 블록버스터의 디테일과 스케일을 더해 유쾌, 통쾌,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니, 음악도 이 카타르시스를 닮았다.
남편이 죽고, 귀여운 옆집 소녀가 죽어도 슬퍼할 겨를은 단 3초. 좀비로 변해버린 그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야하는 기구한 운명을 비웃듯 흐르는 스테레오포닉스의 ‘Have A Nice Day’는 교통방송 인트로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활기찬 노래로, 영화가 처음부터 어떤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가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게 한다.
악마의 웃음소리는 계속된다. 드글거리는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이 행복해질리는 만무한데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가 태연히 흐르고, 블루스의 깊음 음색을 자랑하는 쟈니 캐쉬의 ‘The Man Comes Around’도 왠지 이죽거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변신하니, 이 영화 대단하긴 하다.
살아남은 자는 자신들이 도피한 백화점 유리벽에 대고 사정없이 ‘철퍼덕 철퍼덕’ 살지도 죽지도 않은 몸뚱이를 들이대는 좀비들의 안면을 과녁삼아 총 놀이를 시작하고, 좀비들은 어떻게든 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살아남은 자들을 먹이삼아 사냥 놀이를 시작한다. 죽은 자는 슬픔이 아닌 좀비가 되고, 누군가의 희생도 비애감이 아닌 쾌감이 되니, 더 짐 캐롤 밴드(The Jim Carroll Band)의 ‘People Who Died’가 왜 이리도 발랄하고 장난스럽나 이해가 된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긴장감 넘치는 영화의 대단원, 어느 순간 ‘끼익’하는 괴음과 함께 급습하는 디스터브드(Disturbed)의 뉴메틀 ‘Down With The Sickness’ 덕분에 넋이 나가 조금 좀비스러워지더라도 행복하다. 왜? 짜릿하고, 시원하고, 재밌으니까!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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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라이 위드 미


Lie with me
감독 클레망 비고
출연 로렌 리 스미스, 에릭 발포
장르 드라마
시간 92분
개봉 5월 5일
자유분방한 레일라(로렌 리 스미스)는 진정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 그녀 앞에 갑자기 나타난 데이비드(에릭 발포)에게 레일라는 처음으로 두근거리는 감정을 가진다. 제 10회 부산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으로 처음 소개된 이 영화는 과도한 선정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제목 그대로 ‘눕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여주인공이 포르노를 보며 자위하는 모습 등이 파격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미 심의를 통과한 여러 예술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소문만큼 선정적이지는 않다. 격정적 사랑을 다룬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 ‘라이 위드 미’ 역시 ‘사랑은 육체적인 관계를 초월한 무엇’이라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보여주는 것 이상의 깊이는 없다.

C+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영엽)
C+ 매끈한 몸매 빼곤 볼게 없군요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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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퍼펙트 스트레인저

Perfect Strangers
감독 게일린 프레스튼
출연 샘 닐,
레이첼 블레이크
장르 스릴러, 드라마
시간 98분
개봉 5월 4일
카페테리아의 웨이트리스인 멜라니(레이첼 블레이크)는 어느 날 접근해온 낯선 남자(샘 닐)를 따라 나선다. 다음날 아침 눈뜬 그녀는 보트가 이미 바다 한 복판에 있음을 깨닫고, 자신이 납치됐음을 깨닫는다. 넘실대는 뉴질랜드의 바다를 배경으로 불안함과 음산함은 제대로 표현됐다. 뉴질랜드의 유명 여성감독 게일린 프레스튼이 이루고자 한 ‘여성영화의 장르성 탈피’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반은 성공, 반은 실패다. 가시적인 여성캐릭터의 진보는 눈에 띄지만 나름의 반전을 거쳐 겪는 결말은 진보적 여성을 표현하기에 미흡해 보인다.

C+ 타이밍 놓친 사랑은 공포가 된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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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키리쿠, 키리쿠

Kirikou Et Les Betes Sauvages
감독 미셸 오슬로, 베네딕트 갈룹
목소리 출연
피에르 느도페 사르, 아와 세네 사르, 박지빈
장르 애니메이션
시간 74분
개봉 5월 4일
체구는 엄지왕자 만 하지만, 키리쿠는 마을의 누구보다 영리한 소년이다. 그는 마녀 카라바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힐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해나간다. 이 영화는 키리쿠의 모험을 소재로 한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데, 어린 아이들을 타깃으로 잡은 내용인 만큼 스토리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게 길들여진 우리에게 ‘키리쿠, 키리쿠’의 영상은 매우 신선하다. 정교한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한 화면구성은 ‘아트 애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B 아름다운 영상, 딱 거기까지만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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