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씨 좋다고 떠들 때는 언제고, 벌써부터 나른한 것 싫다는 불평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나오니, 사계절을 가진 나라에 사는 사람의 자만이라고 해야 하나. 강렬한 태양 아래 뜨겁고 차가운 극단을 하루빨리 경험했으면 하고 소망하다가 그야말로 쿨한 사운드 트랙하나를 발견한다. 조지 A. 로메로를 좀비영화, 좀 더 크게는 호러컬트영화의 대가로 만들어 놓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을 리메이크한 2004년 판 ‘새벽의 저주’. 컬트의 맛을 살림과 동시에 블록버스터의 디테일과 스케일을 더해 유쾌, 통쾌,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니, 음악도 이 카타르시스를 닮았다. 남편이 죽고, 귀여운 옆집 소녀가 죽어도 슬퍼할 겨를은 단 3초. 좀비로 변해버린 그들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쳐야하는 기구한 운명을 비웃듯 흐르는 스테레오포닉스의 ‘Have A Nice Day’는 교통방송 인트로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활기찬 노래로, 영화가 처음부터 어떤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가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게 한다. 악마의 웃음소리는 계속된다. 드글거리는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이 행복해질리는 만무한데 바비 맥퍼린의 ‘Don’t Worry, Be Happy’가 태연히 흐르고, 블루스의 깊음 음색을 자랑하는 쟈니 캐쉬의 ‘The Man Comes Around’도 왠지 이죽거리는 것 같은 느낌으로 변신하니, 이 영화 대단하긴 하다. 살아남은 자는 자신들이 도피한 백화점 유리벽에 대고 사정없이 ‘철퍼덕 철퍼덕’ 살지도 죽지도 않은 몸뚱이를 들이대는 좀비들의 안면을 과녁삼아 총 놀이를 시작하고, 좀비들은 어떻게든 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살아남은 자들을 먹이삼아 사냥 놀이를 시작한다. 죽은 자는 슬픔이 아닌 좀비가 되고, 누군가의 희생도 비애감이 아닌 쾌감이 되니, 더 짐 캐롤 밴드(The Jim Carroll Band)의 ‘People Who Died’가 왜 이리도 발랄하고 장난스럽나 이해가 된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긴장감 넘치는 영화의 대단원, 어느 순간 ‘끼익’하는 괴음과 함께 급습하는 디스터브드(Disturbed)의 뉴메틀 ‘Down With The Sickness’ 덕분에 넋이 나가 조금 좀비스러워지더라도 행복하다. 왜? 짜릿하고, 시원하고, 재밌으니까! |